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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효과적인 방법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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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리빙 댓글 0건 작성일 25-03-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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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박우람
공학박사 박우람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간단한 암산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00에서 10을 뺀 다음 5를 또 빼면 얼마일까? 어렵지 않게 정답 85를 떠올릴 수 있다. 이번에는 100에서 16을 뺀 다음 8을 빼 보자. 앞 경우보다 생각이 길어진다. 두 문제 모두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와 한 자릿수를 뺀다는 점에서 수학적 난이도는 거의 같다. 그런데 우리는 첫 문제가 더 쉽다고 느낀다.


8진법 체계를 이용하면 두 번째 문제가 더 쉬워진다. 100은 8진법으로 144이다. 오른쪽에서 첫째 자리는 낱개 4개를 뜻하고, 둘째 자리는 8개 묶음이 4개 있다는 것을, 그리고 셋째 자리는 64 (8의 제곱) 묶음이 1개 있음을 뜻한다. 여기서 16을 빼는 것은 8개 묶음을 2번 빼는 것이고, 8을 빼는 것은 8개 묶음을 1번 빼는 것이다. 따라서 10진법에서 100-16-8은 8진법에서는 144-20-10=114가 된다. 계산이 훨씬 직관적이고 간단하다. 


이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가진 10진법 체계가 과연 연산에 적합하냐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아이들이 수와 연산을 배울 때를 떠올려 보면, 개수를 셀 수 있어야 연산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도 수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킬 때, 개수를 세는 것부터 시작했으리라 짐작된다. 이때 손가락을 사용했고, 자연스럽게 10진법이 사용되었다. 연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수를 세기 위해서 10진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조금 확장해보자. 인류에게 주어진 다양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적절한 풀이 체계를 가지고 있을까? 효과적인 풀이 체계를 이용하면 더 쉽게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물리학이나 공학에는 이와 관련한 예들이 많다.  


물리학자 뉴턴의 업적에는 미적분도 포함된다. 이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F = ma라는 유명한 뉴턴의 방정식에서 a는 가속도인데, 이것은 위치 정보를 시간에 대해 두 번 미분한 값이다. 즉, 미분이 없다면 F = ma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뉴턴의 방정식에서 시작된 동역학 방정식은 해석하려는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더 까다롭고 풀기 어려운 미분 방정식이 된다. 복잡한 역학 시스템을 해석하기 위해 동역학 방정식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로 풀기 어려운 미분 방정식이 나와버린 것이다. 


미분의 반대 과정이 적분이므로 적분을 이용해 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지만, 수학적으로 완결된 형태의 답을 찾는 것은 꽤나 어렵다. 이 상황은 앞에서 이야기한 뺄셈 문제와 유사성이 있다. 


10진법이 아닌 8진법으로 같은 문제를 보았을 때 문제 풀이가 쉬워졌던 것처럼, 라플라스 변환이라는 수학적 도구를 이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미분 방정식을 풀 수 있다. 


역학 방정식의 시작점은 변화하는 물리량을 시간의 함수로 보는 것이다.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를 x라고 부른다면, 그 값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함수 x(t)라고 쓴다. 우리가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흐름과 물체의 위치를 서로 연결한 것이 바로 함수 x(t)의 의미이고, 이것은 매우 직관적이고 이해하기도 비교적 쉽다. 


수학에는 라플라스 변환이라는 것이 있는데, 시간의 함수를 시간이 아닌 독특한 영역의 함수로 치환하는 개념이다. 여기서 말하는 독특한 영역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수학적 관념에서만 존재한다. 특히 그 값은 복소수다. 


물리학을 위한 수학을 다루다 보면 비슷한 상황을 자주 만나는데, 일상에서 경험하는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허수나 복소수가 마치 물리학적 원리 뒤에 숨어서 물리 법칙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우리는 그 일부만을 관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의 함수에 라플라스 변환을 적용하면 물리적 의미가 사라진 순수한 수학적 결과를 얻는다. 그런데 그 결과로 나온 함수는 미분 방정식을 풀기에 너무나도 쉽고 간단한 형태를 보여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라플라스 변환이 적용된 체계에서는 미분과 적분이 마치 곱셈, 나눗셈 같은 간단한 형태의 연산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라플라스 변환을 적용하여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간단한 형태로 바꾸어 푼 뒤 다시 라플라스 변환을 반대로 적용하면 미분 방정식을 푼 것과 같은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려면 그에 맞는 방법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회자되는 인공지능의 비약적 발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공지능 시대 이전의 지적 발견과 발전은 항상 합리적 추론과 논리적인 접근을 토대로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이후, 바둑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전에는 이른바 정석이라 불리는 바둑 두는 법이 있었고 그렇게 두는 이유가 있었다. 수천 년 인간의 바둑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정석이었기에 우리는 그것이 최적화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두는 바둑은 다르다. 인간이 경험할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바둑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이 자신을 가르치고 발전시키기에 이르렀고, 인간은 이제 바둑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왜 바둑을 그렇게 두는지 그 논리적 근거를 아직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치 시행착오를 통해 걷는 법을 배운 우리가 보행에 필요한 다리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논리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출현, 기대해볼 만하다. 인류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론을 선물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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