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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평화 쇼’는 끝나고 객석에는 잔해만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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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오피니언 댓글 0건 작성일 20-07-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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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지시로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처참하게 폭파된 지난 17일 이후 약 2주간 대한민국은 정말 황당 그 자체였다. 뭐니뭐니 해도 대통령도 적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조카처럼 살갑게 굴던 김여정이 느닷없이 그를 향해 욕 바가지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구역질이 난다’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 평화의 사도처럼 노는 체신머리가 역겹다’는 등 대놓고 험구(險口)를 쏟아 부었으니 본인은 차마 화도 못 내겠고 기가 찼을 것이다. 

 

여론이 들끓고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자, 문대통령은 기껏 내놓은 대안으로 ‘초록동색’의 문정인, 박세현, 박지원 등을 외교·안보 원로랍시고 불러 모아 오찬을 겸해 의견을 물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큰 충격을 받지 않았겠는가”라고 하면서 그들에게 뭔가 대안(代案)을 구했다는데... 결론이 웃겼다. 그 종북 핵심들은 이구동성 ‘그래도 참아야 한다’고 충고(?)를 하셨다고 전한다. 특히 문정인은 유엔 제재를 피해 제3국을 통한 개별 관광으로 북을 도와줘야 한다면서 국민 쌈지 돈 털어낼 궁리까지 훈수를 놓았다. 문대통령으로서는 그야말로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을 것이다. 그는 제법 ‘모양’까지 갖추면서 무늬만의 국가 원로들을 불러 모아 어천가(御天歌)를 듣고 싶었겠지만, 그러나 그는 정말 그 자리 오찬에서 목구멍에 음식이 넘어 갔을까? 

불과 1년 전이었다. 문대통령은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등이 참석한 소위 ‘3자 회동’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청와대를 통해 “이는 사실상 남북 적대관계를 끝내는 종전선언과 같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었다. 그러나 그때의 ‘3자 회동’은 실제로 약 4분 몇 십 초 동안이었다. 이것도 트럼프에게 ‘나도 끼워달라’고 떼를 쓴 끝에 억지로 연출한 이른바 ‘꼽사리’ 회동이었음이 이번 볼튼 회고록에서 들통이 났다. 그래 놓고 그 만남이 마치 자기가 중재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며 ‘종전선언’과 다름없다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어쨌건…이번 김여정의 거친 언행 사건과 볼튼의 회고록으로 소위 남북 화해무드는 물 건너 갔고 여전히 한겨울임이 확인되었다. 억지춘향 식 ‘위장 평화 쇼’는 그야말로 ‘바라이어티 거짓말 대잔치’였음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이런 상황의 출발점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멋대로 왜곡한 말 몇 마디 때문이었다. 그는 2018년 3월 6일 대북특사 자격으로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와 미국측에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브리핑을 했다. 그 후 정의용은 더 보태서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북한 핵 전문가들은 생각이 달랐다. 당시 김정은이 이야기한 ‘조선반도 비핵화’를 정의용이 임의로 ‘북핵 폐기’로 왜곡할 때부터 이미 현실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즉 개념부터 다른 ‘비핵화’ 현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북핵 사기극’의 서막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중매는 잘 서면 양복 한 벌, 잘못 서면 뺨이 세 대’라는 말이 있다. 중재자 역할을 하려면 양측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제대로 전해야 한다. 문대통령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준비위 원로자문단 오찬 때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미 그 해(2018년) 신년사에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핵 보유국 지위 관철의 해로 정한 바 있었다. 또한 김정은이 김여정을 평창동계올림픽에 보낸 것도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에 방점을 두고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다. 

 

그 후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도 이런 근본적 개념 차이가 빚어낸 참사였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영변 핵시설 정도만 없애면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는 희망을 줬다고 한다. 허나, 이 말을 믿고 기차로 수천㎞를 달려간 김정은은 굴욕적인 수모를 당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동생을 내세워 문대통령을 향해 ‘제일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욕설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어쨌건 이번의 사건으로 인해 지난 3년 여간의 ‘평화 쇼’는 끝났다. 객석엔 뼈대가 앙상한 남북공동사무소의 잔해만 남았다. 정부는 ‘핵보유국’ 북한의 갑질에 덤비지도 못하고, 그저 머리 조아려 선처만 기다리는 모양새의 굴욕만 남겨주었다. 

 

진중권 교수의 말처럼 이번 사건은 “지난 3년간 문대통령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른 목소리에는 귀를 닫아버린 ‘확증편향’과 ‘희망사고’가 만들어낸 특대형 참극”이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남북관계가 보람되고 전쟁 위협도 제거됐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국민에게 엄청난 보불안의 충격을 준 것에 대한 책임을 누가·어떻게 질 것인가. 되지도 않고 될 수도 없는 ‘핵 없는 평화’라는 나 혼자만의 ‘헛꿈’은 이제 접어야 한다.

 

국가안보는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산소와 같은 것이다. 그것이 충분히 공급될 때에는 그 고마움을 모른다. 그러나 산소 공급이 부족해질 때 그 고마움을 느끼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더욱 악화되는 안보 상황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 특히 해외동포들은 현실을 제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새로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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