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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물 메기와 청어와 ‘도도 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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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S
오피니언 댓글 0건 조회 3,392회 작성일 20-11-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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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미 구축된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웬만하면 그냥 익숙해진 방식대로 살고 싶어 한다고 한다. 즉 기존의 틀에 새로운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동화’의 과정은 사고의 틀 자체를 변화시키는 ‘조절’에 비해 한결 수월하고 마음 편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이미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요구당하고 있다. 국가나 사회의 변화와 혁신은 예고하지 못한 곳에서부터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 간 수많은 마찰과 갈등을 가져왔다. 현실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사람과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난 혼돈은 심화되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정치 사회 분야는 물론 그 동안 몰락한 기업들을 보면 그 원인이 거의 비슷비슷했을 것이다. 

 

돌아다 보면 노키아, 모토로라, 코닥, 소니, 야후 등등...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수 십 년 동안 산업을 선도해온 이들 기업의 몰락은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다.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기록하고 싶은 순간’을 ‘코닥의 순간(Kodak moment)’이라 부를 정도로 코닥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러나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지만, 필요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면서 파산의 지경에 몰렸다. 

 

또한 1996년 세계 최초로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초기 형태의 스마트 폰을 개발해 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었던 노키아의 몰락은 ‘세계 1위의 자만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노키아의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노키아는 모바일에서 존재감도 없던 구글과 손잡을 필요가 없다며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뒤늦게 현실을 인식했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토인비는 불멸의 저작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 개념을 파르테논 신전에서 도전과 응전이라는 메타포(metaphor / 은유 , 비유)를 얻었다고 전한다. 즉 외부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이나 문명은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민족이나 문명은 소멸했다는 것을 논거로 인용했다. 그러면서 토인비는 저술이나 외부 강연을 할 때면 꼭 청어 이야기를 즐겨 인용했다고 한다. 

 

청어는 영국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서 거의 매끼 식사마다 식탁에 오르는 생선이다. 그런데 싱싱한 상태로 청어를 북해나 베링 해협에서 런던으로 옮기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청어의 천적인 물 메기 몇 마리를 수조에 함께 넣어둔다는 것. 그러면 청어들은 무시무시한 이빨을 가진 물 메기에게 뜯기지 않기 위해서 사방팔방으로 도망 다닌다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어시장까지 도착하게 되어 싱싱함을 유지한다는 것. 

 

반면교사로 이와 유사한 것은,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도도새 이야기다. 도도새는 인도양의 작은 섬인 모리셔스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천적도 없고 먹이가 사방에 널려 있어서 특별한 노력 없이도 살아나가는 데 걱정이 없었다. 포르투갈 선원이 처음 이 섬에 와서 도도새를 봤을 때 낯선 사람들을 보고도 날아오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을 보고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던 도도새는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사냥감이었다. 결국 그저 먹고 즐기다 도망갈 비행능력을 잃어버린 도도새는 사람들의 사냥 표적이 되어 그 후 1백여 년 만에 지구상에서 멸종되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도도새는 ‘바보 멍청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런 현상을 일컬어 <도도새의 법칙>이라는 밀까지 생겼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혁신에 온 힘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정치판도 모두가 마찬가지다.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의 말처럼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어야 한다. 즉 누구에게나 존재의 <버팀목>이 되는 가족을 빼고는 모두 변신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버팀목>이란 강한 도덕성과 상식의 불문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 대한민국은 전 현직 형조판서 두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더욱이 그들 위에 계신 내로남불의 대가이신 <한 분>은 그 분란 마치 즐기는 듯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국기(國基)의 ‘버팀목’인 법체계마저 흔들고 있다. 

 

허나, 어찌 보면 역설적으로 이들은 되레 메기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말하자면 그들이 사람들을 열 받게 해줌으로써, 오히려 그 동안 눈감고 잠시 ‘도도 새’가 되었던 분들까지도 제대로 ‘궁민(窮民)’ 아닌 ‘국민’으로 되돌아오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아이러니다. 부디 우리 국내외 모든 동포들도 가능하면 부단한 자기 혁신으로 ‘도도새’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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