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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권두칼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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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오피니언 댓글 0건 조회 2,238회 작성일 21-08-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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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철수 상황이 연일 급변하고 있다. 오는 8월 31일을 시한부로 현재는 미군의 통제하에 있는 카불 공항에서 무조건 철수해야 한다. 협정을 통해 탈레반이 미군과 관련된 인력들에 대한 공격은 이미 중단했지만, 현재는 외국으로의 탈출로 이용되고 있는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만이 그것도 8월 31일까지라는 조건부 시한으로 미군의 통제하에 놓여있다. 완전한 철수를 위한 시간이 촉박하여 바이든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해 철수 시한을 조금 더 연장하려고 노력했지만, 탈레반의 강력한 반발로 원래 정해진 8월 31일의 철수 시한을 고수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2001년 10월에 9/11 테러사건 직후부터 시작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며칠 뒤면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이 전쟁은 본래 바이든 대통령이 원래 물론 미국의 군사병력은 8월 31일까지 먼저 철수하고 나머지 인력도 “무조건 철수”한다고 최종 철수 시한으로 못받은 올해 9월 11일보다 앞당겨졌다.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카니스탄의 수도인 카불을 함락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항복함으로써 20년 가까이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사실상 종료된 것이다. 수도 카불까지 함락한 탈레반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라는 국호를 정식으로 선포하고, 정부 각료를 새로이 임명하고, 국가 최고 의결기구인 12인회를 구성하여 정부권력 구성에 들어간 상태다. 탈라반에게 마지막 남은 과제는 미국이 완전히 철수하고 카불 공항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오는 것이다. 철군 시한에 대한 협상이 더이상 어려운 이유이다. 

 

상황이 긴박하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되어 질서있는 퇴각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함락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오판으로 8월 31일까지 철수 시한에 맞춰 군병력과 민간인력을 철수하는데 다소 급박한 모습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후송 상황이 여의치 않자 미 국방부는 어메리칸 에어라인이나 유나이트 등 민간 항공사에게 아프가니스탄 주변국에서 이들 인력을 빠르게 대규모로 철수하기 위해 민간 항공기를 급파하도록 긴급 명령을 내렸다. 국방부에서 내려진 이 긴급 명령도 사실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예외적인 명령이라는 평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기 전개되고 있는지를 단편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이든 정부로서 참으로 뼈아픈 외교 군사적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철수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전개된 원인은 탈리반의 공세에 대해 아프간 정부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무능력한 군사 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미국 정보당국의 오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당국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후 탈레반이 수도 카불까지 함락하려면 1년 반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8월초 연설에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8월 31일까지 미군 철수가 확정되고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의를 상실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이 너무나도 빠르게 와해된 것이다. 정보당국이 탈레반의 군사능력은 과소평가했으며 반대로 정부군의 역량은 과대평가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원래 미국이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고 그가 창설한 알 케이다와 그를 지원해 온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미국은 2011년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군사작전으로 제거하였고,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여 아프가니스탄에 친미 정권을 수립하는데 성공했지만, 탈레반의 끈질긴 공세에 결국 정치군사적 패배를 면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희생된 미군 전사자만 2,500여명에 이른다. 오바마 정부부터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심도있게 논의해 왔지만,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철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철수에 대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전 행정부부터 실익보다는 목적 달성을 우선시하며 명분을 제대로 찾지 못해 사실상 철수 시기를 놓치며 전쟁이 20년 가까이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실익없는 전쟁이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과정은 전쟁 개시를 결정하는 일보다 역설적으로 철군을 결단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의 공과는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다. 지금은 철수 시한으로 정해놓은 8월 31일까지 군병력과 민간인력을 아프가니스탄에서 해외 미군기지로 또는 미국 본토로 빠르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기만 간절히 바란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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