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소상공인에 직격탄
페이지 정보
본문
채용 중단·급여 삭감·대출 의존 …“나라가 우리를 버렸다” 호소, 한인 상권도 본격 영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전역의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고용 중단, 급여 삭감, 대출 의존이 일상화되며 중소기업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특히 달라스를 비롯한 한인 상권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관세 폭탄에 무너지는 현장
뉴저지의 신발 제조업체 AV유니버설의 비레시 바르마 대표는 최근 인도에서 들여온 신발 한 컨테이너에 대해 25만 달러의 관세를 납부하기 위해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그는 “예전엔 같은 물량에 7,500달러면 됐는데 지금은 그 40배를 내야 한다”며 “신규 채용은 모두 중단했고 일부 직원의 급여를 줄였다”고 토로했다.
유타주에서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판매하는 빌리지 라이팅의 재러드 헨드릭스 대표도 사정은 비슷하다. “관세 때문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겨우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피크닉용품 제조사 피크닉 타임은 지난해 95만 달러였던 관세가 올해 225만 달러로 늘었다. 폴 코사로 CEO는 “신제품 개발과 고용을 모두 중단했다. 지금은 이윤이 아니라 생존이 문제”라고 말한다.
◈‘관세 시대’의 구조적 약자, 소상공인
미국 전체 수입업체 24만여 곳 중 97%가 소규모 사업체다. 이들은 대기업과 달리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생산지를 옮길 여력이 거의 없다. 미국행 무역 절차가 강화되고 통관 서류와 검사비용이 늘어나면서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 포럼(AAF)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소상공인이 매년 직접 부담하는 관세 비용은 약 850억~1,00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행정·통관 절차에 따른 간접비용을 합하면 실질 부담은 1,20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AAF 보고서의 저자 제이컵 젠슨은 “소상공인은 자금·신용·정보 접근이 모두 제한적이어서 관세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들이야말로 보호무역의 가장 큰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발동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단체들은 이 조치가 헌법상 권한을 넘어선 ‘권력 남용’이라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무역법원은 일부 집행정지 요청을 신속 심리했고, 사건은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관세는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원고 측은 “이 법이 ‘무역 적자 긴급사태’라는 허위 명분 아래 시행됐다”며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사실상 입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관 규정’ 종료로 전자상거래까지 타격
관세는 이제 대형 수입업체뿐 아니라 소규모 전자상거래 판매자에게도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8월 29일부터는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대한 면세 통관 규정이 폐지되면서, 그동안 관세가 면제되던 해외 직구·소포까지 모두 과세 대상이 됐다.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새 규정 시행 후 행정·처리 수수료, 신규 관세, 서류 비용 등을 합산하면 소상공인에게만 연간 43억~160억 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서류 행정비용은 약 12억 달러, 신규 관세는 약 29억 달러 규모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통관 규정 종료는 전자상거래 기반 한인 스몰비즈니스에도 직격탄”이라며 “물류·배송 지연, 서류 누락 벌금 등 2차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현재 전체 관세비용의 60% 이상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이탈하고, 그대로 유지하면 이익이 줄어드는 딜레마다.
캘리포니아 피크닉 타임의 코사로 CEO는 “가격을 올릴 수도,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 상태로는 연말까지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 역시 회원사 설문조사에서 70%의 중소기업이 원가 상승을, 60%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상 폭은 비용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인 상권에도 그림자
20년 이상 플레이노에서 세탁소를 운영 중인 한인동포 M 사장은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많은 비품들이 모두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들인데 그동안 30불선이었던 행거 한 박스가 현재 80불에 들어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M사장은 “세탁업계는 펜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하고 “힘겹게 펜데믹을 버텨냈고 기업들의 사무실 출근이 확대되면서 운영이 정상화되고 있었는데 관세여파로 매출도 감소하면서 부자재 가격이 급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캐롤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Y사장은 “한인 식당들은 태생적으로 한국 식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관세 이외에도 여러요인으로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손님 왕래마저 드문 상황에서 더 이상은 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하지만 한인 직장인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한인 식당들의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여서 최근에 번지고 있는 ‘점심 세일특가’식당들을 찾아서 식대를 절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은 살아남고, 소기업은 무너진다
AAF는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와 정치적 영향력으로 관세 예외를 받거나 원가를 흡수할 수 있지만, 소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부 대형 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건설이나 투자 약속을 조건으로 관세 면제를 얻었다. 애플은 국내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AMD는 중국 매출 일부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췄다.
반면 소기업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나 로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로 인해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관세 면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행정비용의 또 다른 덫
관세 납부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 행정부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국제무역 관련 정보 수집·규제 문서(ICR)는 2019년 이후 약 5억 5천만 건이 제출됐다. 소요 시간은 1,810만 시간, 비용은 5,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상당수가 소상공인에게 전가된다. 미 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51%의 중소기업이 규제 준수 때문에 성장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응답, 69%는 직원당 준수비용이 대기업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관세 변경으로 인해 세관 브로커 수수료도 급등했다. 통상 4~7달러이던 HTS 코드당 수수료가 최근 10~12달러까지 올랐으며, 다품목 수입업체의 경우 연간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의 한계
미국 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직원 20명 미만의 수입업체 중 94%가 4개국 이하의 공급선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망이 제한적이어서 한 나라에 관세가 부과되면 즉각적인 대체가 어렵다. 새로운 공급처를 찾는 데 평균 3년이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한 중서부 소재 중소 수입업체 대표는 “대체 공급처를 찾는 비용이 더 크다”며 “결국 기존 거래처에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주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 제조업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젊은 세대의 노동력이야말로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CNN 분석에 따르면, 관세 정책이후 2025년 상반기 미국 소비자 물가는 2.3% 상승, 가계당 평균 3,800달러의 실질소득 손실이 발생했다. “나라가 우리를 버렸다”는 소상공인의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미래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보호무역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 내부의 양극화와 지역 불평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대기업은 버티고, 소상공인은 무너지는 구조”라고 AAF 보고서는 진단한다. “이 격차가 벌어질수록 미국 경제는 역동성을 잃고, 중산층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한편 연방대법원 판결은 11월 초 예정된 구두변론 이후에야 내려질 전망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관세 체계 전반이 수정될 수도,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소상공인은 버티기 어려운 한계점에 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미국 내 경제 생태계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수천만 소상공인의 생존, 한인 커뮤니티의 일터, 그리고 지역 경제의 미래가 그 결과에 달려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