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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50일, 동맹의 분열(同盟의 分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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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전쟁에 전세계 격랑속으로 … 전통적 동맹국 간 긴장 고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월), 취임 50일을 맞이했다.
취임 후 발표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은 연일 강공 모드를 취하고 있으며, 국내외에 큰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사회 분야에서 발표된 주요 정책들은 이민, 보건, 교육, 사회복지 등 여러 방면에서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또한 경제 분야에서는 관세 인상, 연방정부 지출 삭감, 감세 정책 재조정 등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며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재건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미국내 제조업 부흥, 인프라 투자 확대, 대중 무역 재협상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경기 변동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연속적으로 발표되는 관세 정책은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 무역 파트너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있으며, 특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 규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보가 동맹국들과의 전통적인 경제·외교 협력 관계에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인상과 방위비 증액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며, 무역 및 안보 협력의 재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외교 전략을 추진하며, 새로운 무역 협정을 모색하거나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 무역 및 안보 지형에 변화를 가져오며, 미국과 전통적 동맹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맹의 분열 VS. 동맹의 재조정
“미국이 80년에 걸쳐 구축한 시스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앞에선 놀라울 정도로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는 미국이 전세계에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다.”
지난 11일(화) 뉴욕타임스(NYT)는 취임 50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몰고온 격변을 이렇게 정리했다.
NYT는 ‘권력, 돈, 영토: 트럼프가 50일간 세상을 뒤흔든 방법’ 제하의 기사에서 불과 50일이라는 짧은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후 미국이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부터 80년간 힘겹게 구축한 국제 체계를 파괴하는 일을 어느 전임자보다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방향 전환을 선언하거나 전략적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느 쪽에 설지 미국의 입장을 바꿨고, 더 큰 침략자를 상대로 국경을 방어하려는 결함을 안고 있는 미숙한 민주주의 국가를 돕겠다는 모든 논의를 포기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동맹국을 미국 경제의 ‘거머리’로 묘사하며 관세를 때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 사이에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도 지적했다.
NYT는 트루먼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딘 애치슨의 저서 ‘창조의 순간에 있었다’(Present At the Creation)를 언급하며 “요즘 워싱턴에 산다는 것은 마치 그것들이 파괴되는 순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변화가 영구적인지 일시적인지 알기까지 4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그때쯤이면 서방 동맹국들은 미국 중심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NYT는 ‘소프트파워’ 개념을 제시한 유명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최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임승차 문제에 너무 집착해서 버스를 운전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더욱 주목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면서도 이를 대체할 시스템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NYT는 짚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중국 주재 대사,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나토 주재 대사를 지낸 니컬러스 번은 “지금 가장 큰 논쟁은 이것이 미국 외교 정책 재편을 위한 전술적 움직임인지, 아니면 혁명인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번 전 대사는 “나는 이것이 혁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북한, 이란과 함께 투표하면서 나토 동맹국들을 거스르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지 못할 때, 동맹국들의 영토를 차지하겠다고 위협할 때 뭔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맹국들과의 신뢰가 무너졌으며 우리는 이를 결코 회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기존 동맹 질서의 재조정”, “불공정한 국제 관계 바로잡기”, “미국 경제와 국익 보호”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약한 리더십을 탈피하고,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보수 진영의 주요 논리다.
◈관세 전쟁, 기대만큼 효과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관세에 대해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간주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관세가 마약, 특히 펜타닐 및 불법 이민자들의 침입이 멈출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관세가 공장 일자리 창출, 연방 적자 감소, 식품 가격 하락 및 정부의 보육 지원 자금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관세가 소비자들에게 추가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 비효율적인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며, 일반적으로 구매자가 외국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가격의 일정 비율로 책정된다.
미국에서는 관세를 관세국경보호청(CBP) 이 전국 328개 입국항에서 징수하는데 관세율은 제품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승용차에는 2.5%, 골프화에는 6%의 관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의 경우, 관세율이 낮거나 면제될 수 있는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덕분에 대부분의 상품은 이 세 나라 간에 관세 없이 거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국가들이 관세를 부담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관세는 미국 기업(수입업자)이 부담하며, 징수된 금액은 미 재무부로 들어간다.
결국 이러한 추가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돼, 일반 시민들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구조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무역 관계를 긴장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어, 경제학자들은 관세를 자기파괴적(self-defeating)이라고 평가한다.
결국 관세는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 및 소비자의 비용을 증가시키며, 보복 관세로 인해 수출 시장에서도 피해가 생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취리히대학교, 하버드대학교, 세계은행(World Bank) 소속 경제학자들은 공동 연구에서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되살리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연구 결과, 관세가 부과된 지역에서도 고용률이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 농업 및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에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철강 공장 고용 인원은 14만 명 수준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또 당시 중국 및 다른 국가들의 보복 조치로 인해 미국 농민들이 타격을 입었으며,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제조업 보호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기업과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미국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통해 단기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유리한 무역 협정을 맺도록 강한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이런 정책은 국제 무역 질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미국과 주요 동맹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박은영 기자©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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