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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전쟁, 실 (失) 보다 득(得)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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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 커지는 미국 ‘R의 공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목)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한 25% 관세 중 상당 부분을 약 1개월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제품 중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내달 2일까지 ‘25%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날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해 1개월 관세 면제를 결정한 데 이어 면제 적용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1개월간의 유예를 거쳐 지난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부과한 25% 관세는 상당 부분에 걸쳐 1개월 추가 유예되는 형국이다.
미국은 4월 2일에 전 세계 각국의 대미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 등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멕시코,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도 유예기간이 끝나면 결국 상호 관세로 수렴될 전망이다.
◈트럼프 관세 전쟁, 그 배경과 영향은?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두 나라가 불법 이민과 마약 밀반입 문제를 야기했다고 비난하며, 이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소비와 생산을 촉진해 일자리 창출과 국내 산업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연방 세수 확대를 통해 예산 적자 감축 및 인프라 투자, 국경 보안 강화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6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의 목적이 펜타닐 유입 차단에 집중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두 나라가 펜타닐 유입 차단을 위해 해온 노력을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4월2일 우리는 상호 관세로 넘어갈 것”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가 펜타닐 부문에서 충분한 노력을 해서 이 논의(펜타닐 관련 관세)는 의제에서 빠지고, 상호 관세 대화로 넘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쉐인바움 대통령은 “미국은 자국의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밝혔다.
멕시코는 오는 9일에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펜타닐 문제보다는 캐나다의 주권을 흔들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미 미국산 상품 1천70억 달러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캐나다는 표면적으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지만 자동차 분야에 대한 한달 관세 면제 조치가 발표된 후 협상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전면 철회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남겨둔다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보복관세를 해제하지 않고 유지할 방침이라고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부 장관은 “이런 사이코드라마를 30일마다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중국에도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그 이유로 펜타닐 원료 화학물질 유입 차단 실패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의 국내 마약 중독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하며, 화학 산업에 대한 추가 규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 맞서 미국산 콩, 돼지고기, 소고기 등 농산물에 대해 대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관세 부과,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5일(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양한 제품과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위협하면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관세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제품의 특성, 시장의 경쟁 정도, 대체재의 존재 여부 등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관세 전가율은 크게 달라진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국산 신발에 10%의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 상승률은 약 4%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10%의 관세가 이탈리아산 와인이나 올리브오일에 적용될 경우 가격 상승률은 거의 10%에 달한다. 이는 통화 가치 변동, 기업의 가격 전략, 대체 상품의 유무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보면,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의 경우 가격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인도산 테이블보에 10%의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 상승률은 약 2%에 그친다. 이는 테이블보 생산국이 다양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며,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나 원산지에 크게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패턴은 의류, 자동차 부품, 화장품과 같은 제품에서도 나타난다.
반면, 특정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관세 전가율이 높다. 이탈리아산 와인에 10%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소비자 가격은 거의 10% 상승하는데, 이는 특정 와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대체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탈리아산 와인이 전체 미국 와인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와인 시장 전체의 가격 인상 효과는 0.3%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제품은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거의 전가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멕시코산 자동차 및 가전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소비자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미국 내 승용차 및 SUV의 최대 공급국으로, 2024년 기준 전체 수입 차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모든 차량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른 자동차 제조사와 딜러들도 가격을 함께 인상하면서 추가 이윤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가전 제품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이처럼 관세 부과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수입업체가 관세를 먼저 부담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외국 제조업체들은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국 소비자들은 인상된 가격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비자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멕시코산 농산물, 캐나다산 자동차 부품, 중국산 전자기기 등 광범위한 제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생산 비용 증가도 또 다른 문제다. 미국 내 제조업체들도 수입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최종 소비자 제품의 가격도 함께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 경제가 성장 둔화(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루덴셜(Prudential PLC)의 레이 패리스(Ray Farris) 수석 경제학자는 “관세 조치는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심각하게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며, “물가 상승이 가계 실질 소득을 위축시키는 가운데, 고용 및 임금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어 미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상반된 정책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경기 둔화 및 고용 위축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Alberto Musalem) 총재는 “노동 시장이 악화되는 동시에 물가가 오를 경우, 연준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 연은의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총재도 “소비재에 대한 관세가 단기간에 물가를 높일 것”이라며, “특히 중간재(Intermediate Goods) 관세는 물가 상승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연준의 목표 물가(Core Inflation)는 2022년 5.6%에서 2024년 1월 2.6%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2%)를 초과하고 있다.
보스턴 연은 연구진은 이번 관세 조치가 기본 물가(Core Inflation)를 0.5~0.8%포인트 추가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헤지펀드 포인트72의 수석 경제학자 딘 마키(Dean Maki)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에서 물가 상승 기대가 커지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은영 기자ⓒ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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