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고대진] 도사들의 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25-01-17 11:26

본문

칼럼니스트 고대진
칼럼니스트 고대진

◈ 제주 출신

◈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 에세이집 <순대와 생맥주>



 필자가 본국에 있을 땐 선거라고는 유신헌법의 찬반을 빼고는 투표해본 일이 없었다. 정말 그때는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이런 트라우마 때문에 이곳에서는 지는 사람만 찍으면서도 꼭 투표에 참여한다. 여론조사도 열심히 보면서 결과를 예측해본다. 캘리포니아로 이사 오고 나서는 내가 찍은 사람 중에도 이기는 사람이 많이 있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살며 투표하는 재미를 느낀다. 


고국의 여론조사 시스템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벌써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그전에는 기껏해야 용하다는 점쟁이 집 앞에 줄을 서던 것이 정치하는 사람의 일이었다는데. 하지만 최근 뉴스를 보면 아직도 '건진법사'나 '천공'도사가 나와 여론조사보다 더 힘이 센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리산 도사'라 불리는 ‘명태균씨’까지 등장해 '여론조사'를 이용해 도사 노릇도 한 듯하니 언제부터 과학은 없어지고 도사들이 판치는 주술의 나라가 된 건지 모르겠다. 이걸 보고 앞으로 여기저기서 법사나 도사들 나오고 또 다른 지리산 도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생길까 걱정이다. 비판적인 지성을 쌓아야 할 시간에 점집을 찾아가는 학생들도 있고 용하기로 소문난 무속인들은 벌써 5월까지 예약이 꽉 찼다는 말도 들리니 주술의 나라에서 벗어나기는 멀었나 보다. 


‘지리산 도사‘의 여론조사라면 과학적인 통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엉터리이지만 또 아는가? 대통령도 ‘박사’라고 부르는 사람인데 '도사님' 혹은 '박사님' 말씀인데… 하며 믿었을지. 유례없이 많은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여 과학계의 분노를 샀던 일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컴퓨터와 좋은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밖에 나올 것이 없다는 것이 통계학이다. 조작된 자료를 넣으면 조작된 결과가 나오는 것은 도사가 아니라고 해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나 영부인은 믿지 않겠지만 과학적인 여론조사는 건진 법사와 천공 혹은 '지리산 도사' 같은 점쟁이의 점괘나 엉터리 여론조사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믿을 만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어떤 과학적 방법에도 자료를 분석하여 결론을 내리는 데는 자료가 만족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킨다는 가정하에서 지지도가 10%라든지 하는 말을 할 수 있다. 이것도 오차를 가감하여 3%의 오차라면 지지도가 대강 7%에서 13% 가 된다고 말한다. 이것도 물론 확실한 것이 아니라 95% 정도 신뢰를 할 수 있는 결과다. 김 여사가 좋아한다는 영적인 대화를 아무리 많이 해도 이런 과학적인 추정을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내 별명이 ‘두울도사’였는데 혹시 도울 도사의 말씀이라면 믿으려나? 

물론 조건을 다 만족하는 조사는 거의 없다. 즉 여론조사의 방법에 따라서 오차의 범위 뿐만 아니라 지지도 자체가 아주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조건 한 가지를 든다면 우선 뽑은 표본이 선거할 사람들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여론조사에 응해주지 않는다. 특히 전화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귀찮아서 대답을 안 하고 전화를 끊어버려 응답률이 최근에는 10%도 안 된다. 그러므로 여론조사의 여론은 전화를 잘 받아주는 사람의 여론밖에 안 될 수도 있다. 사실 그렇지, 휴대용 전화가 많은 요즘 자기가 통화료를 내면서 10분 이상 걸리는 여론조사에 응하려는 사람이 보통 사람이겠는가 말이다. 다른 하나는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이 속내를 털어놓아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여론조사 결과 자체가 선거인들의 마음을 바꾸기 때문에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오는 지지도의 변화 자체가 여론조사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작업까지 나오게 된다. 원래 정치하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이런 일에 천재들이니까. 


하기야 내란 시도마저 무속과 엮여 있었다는 최근의 신문 기사를 보면 요즘에도 몇몇 정치 지도자들이 풍수지리, 관상, 점 등을 믿고 있는 것 같다. 도사들과 나누는 영적 대화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과학적 여론조사, 과학과 의료 정책, 경제 정책 등에 귀 기울이는 지도자를 가지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lt;순대와 생…
    문학 2025-03-28 
    공학박사박우람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간단한 암산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100에서 10을 뺀 다음 5를 또 빼면 얼마일까? 어렵지 않게 정답 85…
    리빙 2025-03-28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swoonpak@yahoo.com2625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연준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파…
    회계 2025-03-28 
    한 무리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태양아래 아름다운 짙푸른 초원이 있고 경치 좋은 산을 병풍 삼아 한가롭게 되새김질하는 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메마른 샘에 단비가 내려 졸졸거리는 샘물소리와 어우러진 목동의…
    여행 2025-03-28 
    조나단김(Johnathan Kim)-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코로나19 팬데믹이 교육 시스템을 뒤흔들면서, 전국의 학교와 시험 센터가 문을 닫았다. 대학들은 이에 발맞춰 신속하게 시험 선택형 입학 정책을 도입했는데…
    리빙 2025-03-28 
    지난 칼럼에서 교통사고 후 물리치료, 한방 치료, 그리고 엑스레이에 대해 상세히 풀어 보았고, 이번에는 이후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치료의 종류와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기본적인 치료 이후에 권하고 진행되는 치료들은 환자의 상태와 부상의 심…
    리빙 2025-03-21 
    자동차 보험과 운전규정 위반 자동차 보험료가 운전규정 위반 티켓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이미 상식수준이 되었다. 규정 위반 티켓을 받으면 벌금을 내야하는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5년간 티켓받은 기록으로 인해…
    리빙 2025-03-21 
    드디어 완연한 봄입니다. 주위의 모든 만물이 슬슬 봄의 전령들을 보내고 봄을 예찬하는 노래들이 우리의 입가를 맴돌게 하고 있다. 지난3월초에 달라스 북쪽 오클라호마 주의 치카소(Chikasaw)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완전한 봄의 기운과 초록의 향연을 완전하게 느끼…
    여행 2025-03-21 
    공인회계사서윤교2024년 도 세금보고 가 한창 진행 중이다. 1차 세금보고 마감일까지는 불과 3주 남짓 남았다. 미국 내 납세자들은 2024년 소득에 대한 세금보고를 원칙적으로는 2025년 4월 15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올해 세금보고에서 주의해야 할 점과 작년과 비교…
    회계 2025-03-21 
    삼월은 메두사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찬란하게 아름다웠다, 신들의 질투를 받아 무서운 괴물이 되고 만 메두사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온다. 겨우내 잠들어 있던 온 만물을 소생케 하고, 생명의 푸른 빛으로 온 세상을 일 깨우지만, 한편으론 예상치 못한 March Madne…
    문학 2025-03-21 
    Dr. Chang H. KimChiropractor | Excel Chiropracticphone: 469-248-0012email: excelchirodallas@gmail.com2681 MacArthur Blvd suite 103, Lewisville, TX 750…
    리빙 2025-03-21 
    미국 의료 업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간호 및 돌봄 서비스 분야는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CNA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고용 기회를 제공할 전망입니다. 특히, 고…
    리빙 2025-03-21 
    박운서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swoonpak@yahoo.com2625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트럼프 집행부의 집권초기 행보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
    회계 2025-03-14 
    오전 다섯 시쯤 번쩍이는 섬광과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유리창을 요란하게 때리는 빗줄기 때문에 커튼을 젖히고 밖을 살피기도 무서웠다. 커튼을 살짝 들고 빼꼼히 내다본 풍경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작달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하늘은 천둥번개로 번쩍였다. 시멘트 바닥에 고…
    문학 2025-03-14 
    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 버클리 아카데미 원장www.Berkeley2Academy.com문의 : b2agateway@gmail.com요즘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전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경제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가 교육청 (Department of …
    교육 2025-03-14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