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눈발이라면허공에서 쭈볏 쭈볏 흩날리는진눈깨비는 되지 말자세상이 바람불고 춥고 어둡다해도사람이 사는 마을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우리가 눈발이라면잠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편지가 되고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새살이 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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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부터 달라스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함박눈은 아니었다. 싸라기눈이었다. 하늘에서 쏟아진다기보다 가만히 흘러내리는 눈. 알갱이가 작고 가벼워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외투 깃을 세운 채 차 문을 닫으며 손바닥에 떨어진 눈을 털어냈는데, 그 눈은 생각보다 끈질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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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로 가는 길가의 도토리 나무엔 빈 둥지, 빈 도토리 깎지, 빈 가지… 온통 빈 것뿐이다. 나무 아래 쌓인 도토리 열매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뚫어 놓은 구멍들이 확연히 보인다. 어미는 그 속에 알을 낳은 후 가지를 입으로 잘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열매 속에서 부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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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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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는 남편은 늘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신년 초까지 이 주간의 휴가를 잡아놓는다. 마치 알사탕을 아껴 먹으려는 아이처럼, 다른 달에 휴가를 쓰자고 하면,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는 것처럼 연말은 꼭 비워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긴 해피 할리데이란 인사말처럼 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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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우리는 습관처럼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특별한 의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달력이 한 장 넘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은 저절로 뒤를 향한다. 돌이켜보면 인생은 늘 분주했고, 그 분주함 속에서 수많은 장면들이 아무 말 없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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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ow Bend Mall은 우리 집에서 차로 5분이면 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다. 혼자서 운전해 갈 수 있는 유일한 쇼핑몰이기도 하다. 우리가 캐롤톤에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그 몰에는 Macy’s, Dillard's, Neiman Marcus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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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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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얼마전 네플렉스에서 본 적이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드라마는 김부장이라는 대한민국중년 남성의 성공 키워드를 서울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으로 꼽는다. 서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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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 시간은 더 빠르게 달아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을 기다리던 그 세 달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전날처럼 더디고 길었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설렘 한 겹이 벗겨져 나가는 듯했고, 비행기표를 예약하던 날의 두근거림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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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과 안국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로 옆이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인데, 규모가 작으니 둘러보고 가라고 권해주셨다. 서울에 있는 궁궐은 다 가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운현궁이 빠져있었다. 한국에 살 때 그 앞을 수없이 지나갔음에도 비껴갔던 거다. 그제야 김동인의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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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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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의 이상 문학상 주관사가 바뀌고 난 뒤 출간된 2025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나는 지난 6월 서울 방문길에 사왔다. 사실 내가 사보고 싶은 책은 따로 있었는데, 숙소 부근에 있던 양재동 동네서점엘 갔더니, 정말이지 서적이 별로 없었다.그 서점의 매대를 차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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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가 터졌다. 몸이 보낸 긴급 신호였다. 여전히 삼십 대인 줄 알고 몸을 몰아붙이는 날들이 많았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 주 1회 두 시간 반의 변화 속에서 터진 코피였다. 몸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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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부활한 MBC 대학가요제가 지난 3일 부산 국립한국해양대학교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본방 사수하겠다는 생각으로 26일 10시 50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198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던 대학가요제가 시청률 저조라는 이유로 폐지되었을 때,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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