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정곡 찌르기 태권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in
문학 댓글 0건 작성일 19-09-06 10:52

본문

[꽁트릴레이 ] 한인작가 꽁트 릴레이 41

하와이에서 생긴 일(16)

이 대결은 부당하다. 즈네들한테는 아케보노가 영웅인지 몰라도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스모의 ‘스’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스모로 대결을 하자고? 이 불공평한 대결에 레이가 있다. 레이, 나의 레이, 레이는 내가 죽어도 좋다는 것인가. 레이가 날렵한 휘슬을 삐이익 불었다. 상필과 마주 서 있던 하와이 스모가 성큼 발을 내 딛었다. 시간을 주면 안된다. 틈을 주면 안된다. 힘 좋은 놈한테는 잡히면 죽는다. 이런 거구들과 맞붙을 때는 언제고 속전속결이 최고다. 울 아버지가 쌀 한 가마 멘다면 나는 두 가마 멘다. 상필은 쏜 화살처럼, 화살이 활 시위를 떠나 피웅 날라가듯, 눈 깜작 할 사이에 상대편에게 달려들었다. 상필은 거구의 양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았다. 바위 같은 몸체가 상필을 누르는 듯했다. 잠시 숨을 멎고 다리에 힘을 주어 거구의 몸체를 들어올렸다.
“이 시키, 상필아, 난 쌀 한가마는 퍼뜩 들어올렸다. 니는 쌀 두가마는 올려야하지않겠나.”
“맞습니더.”
상필의 몸이 거구의 다리 사이에서 끼어 있는듯 했는데 비틀비틀 일어났다. 그리고는 목에 타고 있는 거구를 던지듯 하고 몸을 뺐다. ‘앗!’ 하면서 거구가 내동댕이쳐졌다.
Oh, my god!! 레이가 휘슬을 삐리릴 불었다. 레이가 달려오더니 상필의 팔을 들어올렸다. 거구는 카펫 밖으로 내동댕이쳐진 채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레이가 상필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상필은 거구의 스모를 들어올려 내쳤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건 상필의 실력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왜 그런 말 있지않나. 불 난 집에서 집주인이 200키로가 넘는 피아노를 지고 나왔다는 얘기… 사람이 급하면, 절실하면 생각지도 못한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에게는 슈퍼 파우어가 분명 있다. 상필이 지금 그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상필이 못돼도 쌀 두 가마 160키로의 거구를 들어올린 것이다. 내게 슈퍼파워가 있다니. 상필이 어릴 때 젤로 존경하던 슈퍼맨, 그가 수퍼맨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레이의 휘슬 소리가 삐익 났다. 또 붙으라는 신호다. 이번에는 키가 상필이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친구였다. 그가 손바닥으로 상필의 가슴을 탁탁 치면서 공격해 들어왔다. 손바닥으로 치는 힘에 밀려 금방이라도 카펫 밖으로 밀릴 것 같았다. 어차피 이 경기는 정당하지 않다. 스모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스모 선수와 대결을 하다니 말도 안되었다. 내가 왜 스모의 규칙을 지켜? 나는 태권도로 간다.
초등학교때 익힌 태권도가 상필을 움직이게했다. ‘태권도는 정신수련을 기초로 하는 운동이며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무술이다, 이 말을 떠올리니 차분해졌다. 나는 비장의 무기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 이건 필살, 상대를 반드시 무릎을 꿇게 해야 한다. 상필은 거구의 샅바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틈을 주지 않고 무릎으로 거구의 사타구니를 차 올렸다. 그곳은 급소중의 급소였다. 어느 운동이든 급소를 찌르는 것은 반칙이다.
“앗!”
거구가 사타구니를 끌어안고 고꾸라졌다. 상필에게 숨어있던 투혼이 살아났다. 상필이 남아있는 두 스모에게 손짓으로 불렀다. 그들도 이게 막가는 싸움인줄 안 모양이다. 상필이 돌려차기로 한 놈을 눕혔다. 또 한 놈에게는 가차없이 정곡 찌르기 태. 권. 도를 시행했다. 손이 칼처럼 날이 세워지고 힘이 배가됐다. 벽돌 한장 쯤은 깨보았던 손으로 스모의 비개덩이같은 물컹한 배를 찔러댔다. ‘내 아들에게는 반드시 태권도를 가르쳐야겠다. 사나이들에게는 언제 어느 때 힘을 써야 할지 모르는 일이니..’ 상필이 왜 느닷없이 이런 상황에서 있지도 않은 아들을 생각했는지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삐이, 삐이, 삐이익~ 레이가 휘슬을 연속으로 불었다. 상필에게서 거의 살인적인 힘이 들어났다. 레이가 제지하지 않으면 큰 일 날 상황이었다. 그러게 왜 쌈을 걸어? 하와이 스모들은 상필이 공격적인 자세를 지속적으로 취하자 두 손을 털며 그만하자는 제스츄어를 했다.
“Stop, Please! 멈춰요. 그만.”
레이가 조용하지만 확고하게 말했다. 레이가 힘을 빼라는 듯 상필의 어깨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나 오늘 밤 상필의 아기를 갖고싶어.”
“뭐라구? 레이, 다시 말해봐.”
레이가 그의 빨간 차를 몰고 숲 속으로 들어가는듯했다. 그들은 하와이의 올림프스 산 탄타루스 전망대에 올랐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미국에 살고 있는 어느 민족보다도 한국인들이 스몰 비지니스에 가장 많이 종사 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스몰 비즈니스를 경영해 본 사람들은 사업 성공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노심초사의 상황에서 뜻밖의 사고로 사업…
    리빙 2019-09-06 
    자동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뒤에 자동차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사고위험성과 이로인한 보험비용을 검토해 본적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검토해 볼것을 권합니다. 고속도로 사고자료조사기관 중에 하나인 The Highway Loss Data Institute (HLDI)에…
    리빙 2019-08-23 
    달라스에도 종종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침수되고 길이 막히는 등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곤 한다. 특히 허리케인 시즌이 되면, 휴스톤 보다는 양호하지만 폭우중에 빗길 운전은 사고율도 높지만 사고로 인한 치사율도 1.6배나 높으므로 특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
    리빙 2019-08-09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어느 집을 가든. 어디를 가든 내 눈에는 제일 먼저 책이 눈에 띤다. 지난 봄 아들 집에 가서도 책장을 훑어보다가 <탕부 하나님>이 눈에 들어왔다. 달라스에서 북 클럽을 인도하시다가 지금은 뉴욕으로 가신 이 목사…
    문학 2019-11-22 
    늦게까지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나봅니다. 일어나보니 컴퓨터 위에 하트 모양의 붉은 단풍 한 잎이 놓여있습니다. 물러가지 않을 것 같던 달라스의 폭염도 가을비에는 당할 수가 없나 봅니다. 며칠 사이에 거리는 붉게 물이 들었고 우리 집 앞마당에는 단풍 든 물푸레…
    문학 2019-11-15 
    매사추세츠의 가을풍경을 맨 처음 본 것은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우가 주연한 공전의 히트작 ‘러브 스토리’란 영화에서 였다. 단풍잎이 떨어지는 하버드 캠퍼스와 동부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던 그 영화를 보며, 언젠가는 나도 저 풍경 속으로 들어 가보리란 꿈을 가졌던…
    문학 2019-11-08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하와이에서 생긴 일(18) “하와이 음식 먹을래?” “먹어봤잖아. 그 식당, 레이가 일하는 식당에서 포이를 권했잖아. 하와이 토란을 이겨서 만든 음식이라며 레이 아버지가 만들어주기도 했고. 솔직히 말해서 포이가 …
    문학 2019-11-01 
    [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개, 고양이는 물론 돼지, 새, 햄스터 토끼에 거북까지 키우는 동물애호가 A가 ‘하쿠나 마타타 Hakuna Matata’티 셔츠를 입고 라이온 킹 OST를 사오자 내 작은 둥지는 라이언 킹의 이야기로 뜨거웠다. 영화관에 앉아서 아프리카…
    문학 2019-10-25 
    김미희 시인 / 수필가 “사람도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 하거늘”로 시작되는 미 동부 한인 문인협회 황미광 회장의 환영사는 30년을 지켜온 문협역사를 자랑하고도 남았습니다. 한 마디로 개성 강한 작가들로 구성된 군단을 30년 동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겸손…
    문학 2019-10-22 
    [ 문학에세이 ] 김미희 시인의 영혼을 위한 세탁소 김미희 시인 / 수필가 쿵! 지구의 자전이 멈췄습니다. 진지하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큰아이의 말에 동전의 양면 앞에서처럼 심장을 한 움큼 뜯긴 새처럼 서 있었습니다. 나만의 북극성이 궤도를 바꾸겠다는 전언이었습니다…
    문학 2019-09-20 
    한 십년 전쯤 일이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 된 오월 말쯤 언니와 나는 엄마를 모시고 한국엘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며칠 묵기로 한 동생의 집에 갔을 때 동생이 우리를 썩 별로 환영하지 않는 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의 방문기간이 중학생 조카의 중…
    문학 2019-09-13 
    [꽁트릴레이 ] 한인작가 꽁트 릴레이 41 하와이에서 생긴 일(16) 이 대결은 부당하다. 즈네들한테는 아케보노가 영웅인지 몰라도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스모의 ‘스’자도 모르는 사람에게 스모로 대결을 하자고? 이 불공평한 대결에 레이가 있다. 레이, 나의 레…
    문학 2019-09-06 
    [꽁트릴레이 ] 한인 작가 꽁트 릴레이 40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준우가 고개를 들고 보니 ‘인문학강좌’라는 팻말이 걸린 출입문이 바로 보였다. 낭만클럽을 찾느라 애쓸 필요도 없었다. 문을 밀고 들어서니 입구 테이블에 앉은 여자가 상큼 웃으며 고개를 까딱 했다. 아하,…
    문학 2019-08-30 
    [ 문화산책 ] 시인의 작은 窓 한국에서 온 남편의 친구는 내슈빌에서 목회하는 사위와 딸을 삼주 방문 후 화요일 귀국한다고 했다. 목회자인 친구를 만나고 싶은 남편의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물리치료 받으며 장거리 로드트립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토요일 퇴근 길 지인의…
    문학 2019-08-23 
    [ 문학에세이 ] 김미희 시인의 영혼을 위한 세탁소 마실 나간 잠이 영영 달아났나 봅니다. 뒤 뜰 콘크리트 바닥에 자리를 펴고 베개를 베고 누웠습니다. 이게 얼마 만인지 모릅니다. 오늘따라 별이 유난히 많습니다. 손이라도 뻗으면 닿을 듯합니다. 스테파니 아가씨와 양치…
    문학 2019-08-16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