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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하와이의 산호초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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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5,265회 작성일 21-07-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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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를 보려고 마카푸우 포인트를 찾는 사람들이 어디선가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평소 트레킹을 즐기는 호놀룰루 시민들인가 보다. 

어떤 노인이 부인쯤 되는 분을 휠체어에 태우고 힘겹게 밀고 올라오다가 보도블록을 못 넘고 있었다. 상필이 얼른 그 분들에게 다가가서 휠체어를 들어 밀어주자 바퀴가 스르륵 굴러 블록을 넘었다.

“쌩큐, 쌩큐” 그 분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자 상필이 “OK, OK”로 답을 했다.

“아, 이런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좋을텐데.” 상필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상필은 뭐든 불편하면 즉석에서 해결하고 싶은 거지. 젊으니까. 그런데 한국 여행에서 느낀 것인데… 한국은 웬만한 산 위 전망대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더군. 뿐만 아니라 도로, 터널, 다리 인프라가 엄청나더군. 참 부럽더라고. 한편 걱정도 되고.”

“무슨 걱정요?”

“레이, 엄마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하와이에 와서 실망을 많이 하지. ‘후지다’고 하더라고. 하와이는 후진 곳이 맞아. 땅이 좁기 때문이야. 지금의 하이웨이 (H1)에 이어 하이웨이(H2)를 만든다고 할 때 환경단체에서 반대를 많이 했지. 하와이 땅을 훼손시키지 말라고. 산을 깎아 내리고 굴을 뚫고 아스팔트를 깔고 하는 사이 환경 훼손은 말 할 수 없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살면 더 좋은 거 아네요?”

“하이웨이를 더 만들어 교통체증을 없애라든지, 케이블카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편리함과 경제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큰 이유로 들지. 그러나 현재의 일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을 파괴해도 된다는 말은 성립이 안되지. ‘친환경 케이블카’라는 말이 성립될 수 있냐 말야.” 

“와우, 이제 보니 레이 아빠, 아니 로버트 교수님께서는 환경단체의 고수시군요. 제가 호놀룰루의 경전철은 왜 그토록 시간을 끌고 있느냐, 마우나케아 산의 ‘30미터 천체망원경’ 설치는 왜 반대하느냐, 망원경 설립 측에서는 3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1년에 100만 달러 이상의 세금을 낸다는데, 이런 수지맞는 일이 어딨냐며 떠들었잖아요. 미안합니다. 교수님, 하와이 사람들의 그런 깊은 마음을 몰랐습니다.”

상필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태평양 한 가운데 떠있는 수석같은 하와이 섬은 옛부터 태평양을 건너 동쪽으로 가는 배들과 반대로 서쪽으로 가는 배들의 휴식처가 되어 왔지. 고마운 섬 아니겠어. 하와이 섬은 그냥 놔두고 봐도 좋고, 와서 편하게 쉬어가도 좋은 곳이지. 하와이는 하와이 스스로 존재하는 거야. 하와이를 위해서 뭔가 하려고 하지 말라는 게 하와이 사람들의 뜻이야. 원시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 더 이상 하와이를 훼손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거지.”

“제가 레이에게 말했어요. 언젠가 하와이 8개 큰 섬을 다 연결시켜야 된다구요. 다리를 놓던지 해저 턴널을 뚫는 거지요. 그리고 작은 100여 개의 섬들도 다리를 놓아 연결시켜서 호놀룰루에 몰려있는 인구를 분산시키고 하와이 사람들이 넓게 자유로이 살 수 있도록 해야 된다구요.”

“상필은 대단해. 대단하다구. 하하하, 그런 생각을 하다니.”

“다리를 놓기 전에는 페리나 크루즈 띠워 뱃길을 터놔야 된다구요. 연락선말예요. 레이도 좋은 생각이라던데요”

“이봐, 상필, 상필의 상상력이 놀랍네. 하와이 사람들도 그런 생각을 왜 안하겠어.”

“호놀룰루에서 마우이섬을 들락거리는 정기 페리가  있었는데 중단 되었어. 비즈니즈 잘 안 되기도 했지만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지. 페리가 얼마나 바닷물을 오염시키는 줄 아는가? 이것봐. 상필, 와이키키를 비롯한 하와이의 모든 비치에서 선스크린(Sunscreen)같은 자외선 차단제를 금하는 법률이 만들진 것 알지. 자외선 차단제에는 벤조페논이나 옥틸메톡시신나메이트 같은 화학물질이 함유되어있는데 이런 오염물질들은 산호초의 성장주기를 교란시키며 죽게 만들지.”

“그렇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고 태양광을 오래 쬐면 피부암에 걸려요.”

로버트 선생은 상필의 말에 들은 체도 안 했다.

“산호는 해양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야. 산호초는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번식하고 먹이를 먹고, 포식자를 피해 숨는 셀터역할을 하지. 산호초에 숨어 살아가는 물고기 종류만 해도 1,500종이라고 해. 산호는 동물 중 수명이 가장 긴데,  환경조건이 좋으면 수백년을 살아. 그것들은 1년에 1센티미터 정도 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한 번 훼손되면 원래 크기로 복원되기까지 그만큼 긴 시간이 걸리게 되는 거지. 그런데 뭐, 페리를 띄우자고? 페리는 말야, 선스크린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오염 물질을 바다에 쏟아내고 있어. 실은 페리는 공해 덩어리야.”

“네?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저의 부모님께 세계일주 크루즈 시켜 드리려고 하는데요.”

“자네 희망을 꺾고  싶지는 않지만, 얘기를 들어보게. 크루즈, 유람선은 바다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즐기기에는 이게 괴물이야.  크루즈 선박 하나가 토해내는 오염물질은 수십만 대의 자동차보다 더 심하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어. 크루즈 선박은 일반적으로 품질이 좋지 않은 싼 연료로 쓰고 있고 또 크루즈는 ‘ 떠다니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배기 가스도 만만찮은거야.  크루즈 선박들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라 항만에 들려 선박을 재정비 하게 되는데  보통 항만 에너지의 40%를 사용한다고 해.  바다를 즐기기 위한 크루즈가  바다를 욕보이고 바다를 오염 시키고있는 거야.”

“ 크루즈가 작은 도시라니, 굉장하군요.” 

“그러엄, 1,000명에서 3,000명을 한꺼번에 수용하는 크루즈는 정박을 해도  배의 엔진은 항해 할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 간다구. 식당, 에어컨, 조명, 영화관, 극장, 세탁기계 들은 계속 운영해야 되니까. 이 동안 유람선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디젤모드로 운영되기 십상이지. 독일의 함부르크에는 유람선용 해안 발전소가 설치되어있을 정도지.”

“그렇다면 말입니다. 왜 그 공해 덩어리가 운항하도록 놔두는 겁니까? 세계인들이…”

“그러게 말일세. 자동차는 개스 필터가 필수로 되어있는데 크루즈는 유람선용 필터 적용에 아직 법적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암튼 우리는 자연파괴범들을 지켜봐야 돼. 그리고 경고를 해야 돼. 인류의 후손을 위해서 말야. 하와이 원주민들이 시위를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나마 시위조차 안 하면 하와이의 산과 바다의 훼손을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지.”

 상필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로버트 교수의 말에 충격을 먹었다. 하와이에 폴리네시안이 정착해 살아온 역사가 1,500년이 넘는다. 

하와이를 캡틴 쿡이 발견하여 1778년에서야 세상에 알려졌지만, 하와이는 오래 전부터 그곳에 엄연히 존재했었다. 

1959년 미합중국 50번째 주로 편입되었으나 미국의 제도와 문물을 따른다는 것 외에 하와이 섬의 오랜 정신의 뿌리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상필은 하와이를 쉽게 보고 ‘하와이 쯤…’ 하고 생각했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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