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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숨을 고르고 영원의 공기를 마시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 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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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5,095회 작성일 21-10-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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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스카지로 목사님의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 오디오 멤버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함께 읽기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관상, 관상적 영성, 관상기도에 대한 문제가 한국교단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말씀사에서 2008년 2월 20일 처음으로 출간된 이 책은 두란노에서 2015년 초판이 나온 후 2020년 12월 25쇄가 발행되었다.

나와 아내 우리라는 친근감 있는 말로 독자에게 접근하는 듯해도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었다. 

‘정서적’과 ‘건강한 영성’이라는 어휘에서 풍기는 뉘앙스조차 내게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이 태어나게 된 동기를 밝힌 저자의 고백은 큰 충격이었다. 독자가 함께 고통을 느끼며 책을 놓을 수가 없게 만든다.

 

 늦은 밤, 침대에 앉아 책을 읽는 남편목사의 방에 들어와 차분한 목소리로 통보하는 아내. 

-당신과 사느니 나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거 같아요. 이제 롤러코스터 같은 결혼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어요. 당신을 사랑하지만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지는 않을래요. 많이 기다렸는데…

대화하려는 노력도 많이 했고요. 당신은 귀담아 듣지 않았죠. 난 당신을 변화시킬 수 없어요. 

그건 당신에게 달린 거니까. 그냥 난 내 인생을 살아야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이 섬기는 그 교회도 이제 안 나갈래요. 당신의 리더십은 따를 가치도 없으니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때 난 사람들이 어쩌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게 되는지 이해가 되었다. 아내 앞에서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아내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나를 휘감는 감정은 깊은 수치심이었다. 내 연약한 자아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강한 펀치였다. 

 

 그 아내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도로 준비했기에 남편인 목사에게 이렇게 선포하는 용기가 생겼을까! 한편으로는, 막상 깨닫게 된 아내가 남편인 목사에게 담대하지만 차분하게 말할 때 몇 분이나 이 분처럼 받아드릴까? 숨겨졌던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고치려고 노력할까? 그 당시 아내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었다는 스카지로 목사의 심정이 가슴 아프게 파고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내의 선포야말로 결혼생활을 통틀어 아내가 나에게 베푼 가장 큰 사랑이 아니었나 싶다. 아내는 뭔가 결정적인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 그동안 두려움 때문에 차마 대면하지 못했던 수면아래 잠긴 자신의 빙산을 들여다본다. 아내를 내치는 대신 함께 해결을 시작하는 멋진 목사부부!

“건강한 정서가 바탕이 되지 않은 영성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치명적이다.” 숨김없이 이어지는 자신의 고백과 더불어 가정생활과 목회현장에서의 간증적인 실제 예화들, 우리가 목회하며 겪었던 공감되는 일들, 그 공감대 또한 이 책의 이해를 도우며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알레르기와 방아쇠’에서 “감정의 알레르기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과거의 나쁜 기억을 떠 올리는 일이 생길 때 강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  

유교권의 전통문화에서 “양반은 얼어 죽어도 곁불은 쬐지 않는다, 비가와도 뛰지 않고, 물에 빠져도 개헤엄을 치지 않고, 죽을 먹어도 이를 쑤신다.” 맨발은 수치다. 

의복과 머리는 단정하게,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지 않도록 조심하라 등 삶의 이런 부분들이 ‘교양 있는 가정의 가풍’인양 젖어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예수님을 만나고 목사의 아내로 살아온 동안에도, 무의식적으로 배어있던 이런 것들이 다른 이들을 재는 판단의 잣대가 되곤 했을 뿐 아니라 방아쇠처럼 반응하던 감정의 알레르기였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특히 “정서적으로 건강한 영성에는 장벽을 통과하는 고통이 수반된다”고 했다. 크리스천의 삶에서 ‘영혼의 어두운 밤’에는 “자신의 통제를 넘어서는 상황이나 위기”에서 고통과 혼란을 겪는다. 

그 벽을 하나님의 선물로 받아드린다면 우리의 삶은 새로운 진리에 마음을 열고 그 길을 담대히 걸으며 영원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이제 돌아보니 내 경우는 혼란을 넘어 자포자기 상태에서도 근근이 ‘생명의 로프’에만 의존하게 하셨음이 감사하다, 

 

 2-3대에 걸친 가족구성원 관계에 대한 정보를 나타낸 ‘가계도’ 그리기는 무의식 깊이 남아있는 원가족의 흔적을 돌아보며 후손에게 무엇을 남겨 줄지 생각하며 다짐하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삶의 눈보라 속에서도 하나님께로 돌아갈 길을 안내해주는 ‘생명의 로프’와 같은 매일 규칙적인 말씀과 기도를 통한 영적안식.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영성의 10가지 징후’는 자가진단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한다. 

또 더 나은 삶을 다짐하게 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삶의 규칙을 계발하도록 권면하는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중심으로 재정비 되도록 12가지 요소를 요약해서 제시해준다. 

그럼에도 우리 각자를 위한 서로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신 하나님,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깨닫기 위해 사랑에 완전히 정복되라고 권한다. 

성령의 바람이 덧 입혀지면 삶의 모든 영역들이 놀랍게 바뀔 것을 믿고 순종하겠다는 기도문을 읽으며 327쪽의 책을 마친다. 

‘감정적 성숙’과 ‘영적 성숙’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머리로 믿지 말고 가슴으로 믿어라!” 많이 듣는 말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깊게, 다양하고 따듯하게 제시해준 책이다. 멤버에게 늘 책을 보내주시는 G&M에 감사드린다.



김정숙 사모
시인 / 달라스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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