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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신들의 도시, 아테네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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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문학 댓글 0건 조회 2,137회 작성일 24-07-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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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아크로 폴리스의 중심부인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위에 세워져있다. 이 신전은 기원전 5세기 경에 델로스동맹의 수장 페리 클래스가 페르시아 침략을 물리친 기념으로 건립했는데,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에게 바쳐진 신전이다. 파르테논은 ‘처녀의 집’이란 뜻으로 여신관들이 머물던 곳의 이름이라고도 한다. 일명 배흘림 기둥이라는 도리아식 기둥이 양쪽 끝에 8개, 측면에 17개 세워져 있어 총 25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전으로 올라가기 전 초입에는 디오니소스 극장이 있다. 현대의 대형경기장과 흡사한 이 극장은 기원전에 지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룡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주로 이곳에서 희극을 공연했다고 한다. 로마인들이 잔인한 검투사경기를 보기위해 콜로세움을 세운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데, 이는 두 나라의 통치방식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다행히 해가 뜨기 전에 입장해서 붐비지 않았는데, 그래도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그룹으로 가이드투어를 하는 것이 눈에 많이 뜨였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은 모두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높이가 자그마치 10피트가 넘는다. 초기에는 신전이었다가 나중엔 마리아 성당으로, 오스만터어키가 지배했을때는 모스크로, 그 후엔 창고로 사용되는 등 부침이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 유산 1호로 지정되어 복원이 계속되고 있다. 신전 건너편에는 아담하고 귀여운 니케신전이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사 나이키의 상호가 이 신전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정식명칭은 아테나 니케 신전인데 지혜를 뜻하는 아테나 여신의 별명이 니케라고 한다. 니케는 헬라어로 승리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영어로 나이키(nike)가 되었다.  

오전 10시가 넘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다행히 우리는 지중해 햇살이 따갑기 전에 신전을  내려와 아크로 폴리스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곳엔 파르테논 신전과 관련된 조각이나 부조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신전 벽에는 신화속 인물들이나 당시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사라진 것들이 많아 재현해 놓은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의 신과 시민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개성이 강하고 다이내믹해서, 당장이라도 부조속에서 튀어나와 자신들의 서사를 풀 것만 같았다. 

오후엔 마켓을 돌면서 하는 식도락 투어를 했다. 그리스 정통 음식을 시장을 돌며 맛보게 해주는 투어였는데, 한 여섯명 되는 인원을 가이드가 데리고 다니며, 음식을 소개하고 시식을 하게 한다. 그리스인이 아침으로 먹는다는 도우가 아주 얇은 치킨파이, 염소우유로 만든 각종 치즈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앤초비가 들어간 살라드나 수블라키 등이 그것이다. 가이드는 그리스 사람들의 모임엔 음식이 없으면, 모임이 아니라며  자국민의 음식사랑을  은근히 자랑했다. 그 말에  우리 코리안 들도 못지 않다고 하니,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은 확실히 한식이 트렌드 이긴 하다. 젊은 층과 좀 산다 하는 외국인들 치고 한식을 모르면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이 되는 분위기이니, 참 우리 식문화의 위상이 바뀐 걸 실감하게 되며 자부심이 절로 느껴진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푸드 투어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내에서나 지중해 섬 여행을 할 때  비슷한 음식을 먹을 기회가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이 정식 밀이 아니라 샘플 수준으로 나오니, 약간 미흡한 느낌도 들었다. 아무튼 아테네는 어디를 가든지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사실 그리스는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이다. 과거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던 무역이나 해운업은 빛을 잃은 지 오래 이고,  침체된 경제로 유럽에서는 좀 못사는 나라에 속한다. 2008년에 IMF 사태를 겪으며 유로존을 탈퇴했고 디폴트선언과 함께 몇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받고 겨우 회생했으나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경제성장이 저조한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택시를 타면 같은 거리인데도 택시 운전사 마다 다른 가격을 부르고, 가까운 거리를 일부러 돌아서 가며 바가지 요금을 씌우기도 한다. 구글 맵으로 보면 거리가 뻔히 나오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이다 싶으면, 택시 미터기를 켜지 않고 운전을 하는 기사들이  많았는데,  호텔 데스크에 택시를 미리 예약 해 놓으니 그럴 위험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은 자국의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관광지주변의 인프라는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었다. 가격이 좀 비싸서 그렇지 아테네 시내에는 한국식당도 두 세 군데 있다. 주문을 하면 밥과 김치는 따로 계산을 하는데, 아무래도 관광지여서 그런 것 같았다. 

해가 지자 우리는  리카비토스 언덕으로 올라갔다. 아테네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 위 전경은 그야말로 근사했다. 작은 예배당이 있고, 보석처럼 빛나는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었다. 그날 와인과 함께 먹었던 버섯 리조또와 무차카가  아테네 최고의 음식이었다. 식사후 마지막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도시는 소란했던 낮과 달리 밤의 정적속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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