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AS 한인타운뉴스
텍사스 주 헌법 개정안 통과, 한인사회에도 파장
페이지 정보
본문
부모권 명문화·재산세 감면·교육 관련 조항 등 17개 안건 모두 승인
11월 4일, 텍사스 전역에서 치러진 헌법 개정 주민투표가 높은 관심 속에 마무리됐다.
총 17개의 개정안이 투표에 부쳐졌으며, 비공식 집계 결과 대부분의 안건이 찬성 다수로 통과됐다. 이번 개헌은 단순히 법률 조항을 바꾸는 절차적 의미를 넘어, 텍사스가 향후 어떤 사회적 가치와 방향성을 택할지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부모의 권리를 명문화한 Proposition 15, 부동산세 감면과 지역 개발을 포함한 조항들이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의 한인사회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권리를 헌법에 … “가정의 자율성을 선언하다”
가장 눈길을 끈 개정안은 단연 Proposition 15, 이른바 ‘부모권 조항’이었다. 유권자의 70%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며 통과된 이 조항은 텍사스 헌법 제1조(권리장전)에 새롭게 삽입된다. 그 내용은 이렇다.
“부모는 자녀를 양육하고 보호할 책임을 가지며, 그에 상응하는 근본적 권리로서 자녀의 양육·보호·교육에 관한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진다.”
즉, 헌법이 처음으로 ‘부모의 양육 결정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미국 50개 주 중 처음 있는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조항이 기존 법률 체계를 직접 바꾸지는 않지만, 부모의 권리를 헌법적 차원에서 ‘기본권’으로 확정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분석한다. 아동학대 방지법이나 보호자 권한 제한 법률 등 기존 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향후 법 해석 과정에서 “부모의 자율성”이 우선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
이 조항의 통과는 지난 몇 년간 텍사스 주정부가 강화해온 교육 관련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그렉 애벗 주지사는 2023년 ‘부모 참여 확대 법안’을 서명하며 학부모가 학교 교재, 도서관 자료, 커리큘럼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올해 초에는 교육 행정에서 학부모 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했다. 이번 헌법 개정은 그러한 흐름의 ‘헌법적 뒷받침’이 된 셈이다.
◈재산세 감면과 지역 개발 … “가정경제에도 숨통”
이번 개헌안에는 주거·경제 관련 조항도 다수 포함됐다. 그중 Proposition 4는 주택 소유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재산세 감면 조항이다.
기존 주택 공제액을 상향 조정하고, 공공교육 재정 일부를 주정부 일반 재원으로 보조함으로써 지방세 부담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달라스, 캐롤턴, 플래이노 등 한인 밀집 지역은 재산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번 조항 통과는 한인 가정의 세금 부담 완화와 주택 보유 안정성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업계 역시 “주택 거래 활성화와 신축 수요 증가로 지역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
또 다른 눈길을 끄는 항목은 Proposition 6, 금융상품에 대한 증권세 부과를 금지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주정부가 주식·채권·옵션 등 투자상품에 세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텍사스 주가 추진 중인 ‘야올 스트리트(Y’all Street)’ 금융 허브 구상과도 맞물려, 향후 금융기관 이전 및 투자 유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달라스 도심에 개장 예정인 ‘텍사스 증권거래소(Texas Stock Exchange)’ 역시 세제 안정성 확보로 더 유리한 환경을 갖추게 됐다.
◈교육과 사법 제도의 변화
교육과 사법 부문에도 미세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있다.
Proposition 12는 판사 징계 제도를 개편해 주지사가 위원회 구성에 더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사법부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지만, 주의회는 “책임성 강화를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Proposition 9는 공무원 연금 수령자의 생활비 조정을 허용해 은퇴 교직원, 공공근로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항으로 통과됐다.
이 가운데 교육계에서 주목받은 것은 헌법에 직접 포함되진 않았지만, Proposition 15와 연계된 학부모 참여 확대 정책이다.
학교 운영위원회, 학군 예산 심의, 교재 검증 절차 등에서 부모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의무가 강화될 전망이다. 달라스와 캐롤턴 지역의 한인 학부모 단체들도 “학군 내 발언권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회의 참여를 검토 중”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치보다 지역문제”… 시민들의 목소리
흥미로운 점은 이번 주민투표에서 달라스와 콜린카운티의 투표율이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는 것이다. 달라스카운티는 15.6%, 콜린카운티는 약 16%로, 통상 평균치(10% 내외)를 훌쩍 넘겼다.
이는 세금, 교육, 가족이라는 생활밀착형 이슈가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낸 결과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정당보다 지역문제가 유권자들을 움직였다는 점이다. 프리스코(Frisco)의 아셰시 파리크는 “대부분의 개정안은 예전과 비슷했지만, 제16안처럼 ‘투표권은 시민에게만 있다’는 조항은 반이민 정서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프로스퍼의 브라이언 바움가너(41)는 “2번 안(자본이익세 금지)은 부자 감세와 다를 바 없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3번(보석금 제한)과 12번(판사 징계제도 개편)에도 관심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선과 상관없는 해라도 이런 선거에 참여해야 제도와 세금이 공정하게 운영된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와 전망
헌법에 부모권을 명문화했다는 사실은 보수적 가치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아동 인권·교육 다양성 문제와의 충돌 가능성도 남겨둔다. 교육 현장에서는 “부모의 권리와 아이의 권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가 떠올랐다.
세금 감면 조항 역시 단기적으로는 환영받지만, 장기적으로 지방 재정 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주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예산 보전을 이뤄낼지가 주목된다.
그럼에도 이번 개헌은 텍사스가 추구하는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가정의 자율성과 지역 공동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세금 부담을 낮추며, 기업 친화적 환경을 확대하는 것, 이 세 가지 축이 앞으로 텍사스의 사회경제적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유광진 기자 ⓒ KTN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