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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해고’, 현실이 되다 … 효율화와 기술 전환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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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이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순한 경기침체의 조정이 아니라, ‘AI 중심의 효율화’라는 이름의 구조 개편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IBM과 아메리칸항공이 단행한 인력 감축은 그 흐름의 상징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를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첫 실제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제한적 인력 조정 단행
달라스-포트워스 지역의 대표 기업인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s)은 최근 포트워스 스카이뷰(Skyview) 본사에서 소규모 관리직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회사는 이번 조치가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한적 인력 조정”이라며, 항공 운항과 공항 운영 인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항공사 대변인 매트 밀러는 “이번 감원은 본사 관리 및 지원 부문에 국한된 것으로, 장기 성장전략을 위한 신중한 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여전히 DFW 국제공항을 핵심 허브로 운영하며, 북텍사스 지역 최대 고용주 중 하나로 7만 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조정은 단순한 인력 효율화 이상의 신호로 해석된다. 항공업계 전반에 AI 기반 예약·운항 관리 시스템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비핵심 부서의 축소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셧다운 여파로 공항 운영이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자동화 기술로 비용을 줄이고, ‘데이터 기반의 운영 최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로버트 아이솜 CEO는 “고객 경험 개선과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가 고가 고객층 확보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운항 일정 안정화와 판매·유통 전략 개선으로 지역 내 고부가 고객(Local high-value customers)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IBM, “AI 중심 인력 재편의 시작” 선언
글로벌 IT기업 IBM도 올해 4분기 내 수천 명 규모의 감원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전체 직원(27만 명)의 한 자릿수 비율에 해당한다고 밝혔는데, 실제 감원 인원은 약 2,000~7,000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IBM은 성명에서 “정기적으로 인력 구조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재조정한다”며, 이번 조치가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닌 AI 역량 중심의 재편이라고 강조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CEO는 “AI 에이전트가 이미 수백 명의 HR 담당자가 수행하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며 “그 덕분에 프로그래머와 영업직을 더 많이 채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I
BM은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닌, AI를 기반으로 한 조직 구조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IBM은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ing)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다중 양자칩 클러스터 기반의 대규모 연산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고성능 컴퓨팅(HPC) 전문 인재 채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화이트칼라 구조조정의 확산
IBM의 이번 조치는 최근 확산 중인 ‘화이트칼라 구조조정’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아마존은 지난주 1만4,000명을 감원했고, UPS는 지난 22개월 동안 1만4,000명의 관리직을 줄였다.
타깃(Target)도 본사 인력 1,800명을 감축했다. 이 모든 변화의 공통점은 AI 기술의 도입이 기존 사무·관리직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정리, 문서 작성, 회의 요약 등 반복적 업무는 이미 ChatGPT, Copilot, Claude 등 생성형 AI 툴로 수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AI가 사람의 보조 역할을 넘어 생산 주체로 기능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단순 노동뿐 아니라 관리직, 행정직까지 영향을 받는 ‘지식노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기 침체와 기술 혁신의 교차점
최근의 해고 물결은 경기 침체와 기술 혁신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석유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여파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한편, AI 기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적은 인원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경제 분석가들은 “이번 흐름은 일시적인 경기 대응이 아니라 노동 생태계의 재구조화(Recomposition of Labor)”라며 “AI 전환기에 맞춘 인력 재편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직종, 즉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트레이너, 데이터 윤리 전문가, 모델 보안 담당자 등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를 대체하는 사람보다,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말처럼, 기업은 단순 업무 인력보다 AI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전문가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정부 셧다운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은 채용을 보류하고, 노동자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들은 인력 감축과 동시에 AI 투자에 속도를 내며, ‘불안과 기술 확산이 공존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 기술의 인간화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보면서도, 정부와 사회의 대응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첫째, AI 전환기에 맞는 재교육(Reskilling) 프로그램을 확대해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술 도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완화할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경제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AI 전환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기술 관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포트워스의 본사 사무실에서, 뉴욕의 데이터센터에서 수천 명이 동시에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번 해고의 흐름은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노동의 의미와 인간의 역할이 다시 정의되는 전환의 서막이다.
최현준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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