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데스크칼럼
‘난처한 일을 잘 마무리’ 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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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끝내고 좋은 새 시작을 알리는 한 해의 막 달에서…
지난 주부터 이번 주간은 24절기 중 ‘소설(小雪)’과 대설(大雪)의 절기다. 음력으로는 10월20일 경을 전후하여 시작하는데, 바야흐로 한 겨울의 시작이라고 한다.
이때 부는 바람은 몹시 매섭고 추워 ‘강화 뱃사공 손돌 바람’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유래인즉, 고려시대 때의 왕이 강화로 피난할 때 손돌(孫乭)이란 사공의 배에 탔는데, 왕이 왠지 그를 의심하여 죽여버렸다.
그 이후 손돌의 원혼(寃魂)이 사무쳐 해마다 그 즈음이 되면 추워지고 첫눈이 오고 큰 바람이 분다는 것. 따라서 이 무렵에는 강풍이 불어 날씨가 차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 그러면 뱃사람들은 진혼제를 지내고 날씨를 달랜다.
하지만 첫 추위이기에 모두가 우선 외투 깃을 올리고 몸을 절로 움츠리게 된다. 이런 겨울의 추위를 녹이고 훈훈하게 해주는 모닥불처럼 따뜻한 이야기 두어 자루를 소개코자 한다.
그 하나는 어떤 경관의 ‘생신 축하’ 딱지 얘기다.
어느 노인이 70회 생일을 맞이한 날 아침, 갑작스런 치통으로 치과를 찾았다. 급히 차를 몰아 갓길에 주차하고 치료를 받고 나오니, 교통순경이 딱지를 떼고 있었다.
노인은 경찰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오늘이 70회 생일인데 아침부터 이가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소. 평생 법을 어긴 적이 없는데 생일날 딱지까지 떼게 생겼네요. 한 번 만 봐주소. 안 그러면 오늘은 정말 가장 재수 없는 생일날이 될 거요.”
두 사람의 대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와 경찰이 법과 인정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를 구경했다.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하는 노인의 하소연에도 경관은 표정 변화도 없이 고지서를 기록 한 후 무뚝뚝하게 건네주고는 돌아섰다. 둘러선 사람들이 중얼거렸다.
“역시 법이야! 경관에게는 법이 우선이지. 그래야 세상이 굴러가는 거야!”
노인은 포기한 듯 섭섭한 표정으로 고지서를 받아 들고 차에 올라타며 벌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려고 고지서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는 곧 너털웃음을 지었다. 고지서에는 벌금 대신 “생신 축하합니다. 어르신!“ 이라고 쓰여 있었다. 노인이 멀리 걸어가는 경관을 바라보자 경관이 노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구세군 냄비 옆에서 시주 받던 스님의 얘기다.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 추운 날씨에도 변함없이 구세군은 종을 딸랑이며 온정 어린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스님이 지나가다가 그곳에 멈춰 섰다. 짐을 주섬주섬 풀고 구세군 냄비 옆에 주저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받기 시작했다. 목탁소리와 종소리가 오묘하게(?) 함께 울려 퍼졌다. 구세군 사람은 짐짓 당혹스러웠으나, 그래도 멈추지 않고 그저 계속 종을 흔들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구경꾼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심리란 참 이상한 것이라 양쪽에서 소리 없는 응원전(?)이 펼쳐졌다.
“구세군 이겨라!” “스님 이겨라!”
사람들은 응원의 뜻(?)으로 이 쪽과 저 쪽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한 명 또 한 명... 그러면서 은근 슬쩍 어느 쪽에 돈이 더 모이나 보는 것이었다. 양측 진영(?)은 경쟁적으로 기부금을 몰아 넣었다. 돈이 제법 쌓여갔다.
한참 후 스님은 시주를 멈추고 주위를 힐끗 쳐다 보고는 돈을 세기 시작을 했다. 모인 돈이 장난이 아니었다.
숨이 멎었다. 곧이어 스님은 짐을 이리저리 챙겨서 돈을 덥석 집어 들었다. 그러나 스님은 검연쩍은 듯 씨익 웃으면서 그 시주 돈을 구세군 냄비에 넣고는 손을 탁탁 털며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리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렸다.
순간 소리 없는 아우성은 멎었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허탈하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한 마음으로 머리에 총을 맞은 표정이었다.
때로 우리는 대립 상태의 중간에 서게 된다. 양 쪽을 만족시킬 수 없는 진퇴 양난의 길에 설 때도 있다. 그 때 필요한 것이 경관의 고지서와 같은 지혜이다. 엄한 표정을 짓고 고지서를 발행했지만 내용은 따뜻한 축하 편지를 보내는 것.
그리고 스님 역시 그 시주 돈은 어차피 이웃을 위해 쓰기 위한 탁발하는 것일진대, 구세군 냄비에 모아준들 하나도 틀린 일이 아니다. 곧 이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또 해가 바뀔 것이다.
앞으로 국내외 우리 동포 모두가 모든 일들이 이렇게 잘 마무리 되고 또 좋은 방향으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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