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데스크칼럼
[짧은 글 깊은 생각] “앗, 아프리카다!”
페이지 정보
본문
손용상 칼럼 / 짧은 글 깊은 생각
필자가 아는 선배 언론인 한 분이 카톡으로 이런 글을 보내왔다.
“요즘엔 관청에 가도 공무원들이 잘 웃지도 않아요. 안면이 있는 친구들도 그렇고.. 원래 공무원은 뚱하고 별 표정이 없다고 하지만, 요즘 특히 ‘늘공(늘 공무원/직업공무원)’들은 더 그런 것 같아요.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며 슬슬 ‘어공(어쩌다 공무원, 즉 낙하산 공무원)들 눈치만 보고....마치 악어를 보는 것 같아요“
뭐? 악어를 보는 것 같다고? 나는 풉 웃음이 나왔다. 뭔 소리요? 하는 대꾸에 그 분은 ㅋㅋ 문자와 함께 얼마 전 자기가 한 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을 통째로 보내주었다. 거의 전문을 인용하였다.
내 눈엔 공무원들이 잘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늘 ‘뚱’하고 무덤덤하다. 우스갯말이 생각난다. 악어에겐 딱 두 가지 표정이 있는데, 눈을 뜬 표정과 감은 표정이라고. 공무원들의 얼굴을 보면 그 악어가 생각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여러 사람들을 보면 그 중에서 공무원을 골라내는 버릇이 생겼다. 뚱한 사람은 영락없이 공무원이다. 나는 공무원들이 많이 입주한 아파트에 산다. 아침에 출근하는 공무원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때가 많다. 첫 번째 구별법은 목에 건 신분증이다. 그게 없을 땐 얼른 표정을 보면 된다. 나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린다.
“악어 두 마리가 탔군.”
어쩌다 구청 같은 데를 가면 나는 수많은 악어들을 떼로 만난다.
“앗, 아프리카다!”
공무원들은 대개 갑의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민원서류를 떼는 데도 공무원은 갑의 위치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고, 시민은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눅이 들어 주저주저하며 서있게 된다. 각종 인허가를 받을 경우도 공무원은 그야말로 하늘같은 존재다.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입찰을 하는 경우에는 업자들이 설설 기어야 한다. 그뿐인가, 각종 정부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받을 때면 어떤가. 공무원은 절대군주나 다름없다. 자영업자들은 친절해야 손님을 끌어서 먹고 살 수 있다. 일반 회사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웃음을 헤프게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기업 중간간부가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정부청사에 가는 날이 제일 싫어요. 공무원들은 우리한테 무조건 반말을 합니다. 우리 회사 이사가 가도 새파란 사무관이 반말을 합니다. 존댓말을 쓰면 뒤에 있던 높은 사람이 사무관 뒤통수에 꿀밤을 준다네요.”
나는 이 말이 틀렸기를 바란다. 오지랖 넓게도 걱정이 앞선다. 공무원들의 이런 행태와 무표정이 가족과 이웃에게 번지면 어떻게 하나. 공휴일이 되면 공원이나 어린이 놀이터엔 부모와 함께 노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의 재잘재잘 소리가 새소리와 섞여 합창처럼 들려온다. 이때도 좋게 말해 묵묵하게, 하지만 이상하게 의무적으로 보이는 상당히 밥맛없이 노는 ‘뚜웅’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앗, 또 악어다!”
이런 바이러스가 전 국민에게 퍼지면 어쩌나. 우리 사회를 더 우울하게 만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이 정부 들어 너무 빨리 그렇게 된 건 아닌가 싶어 영 맘이 불편하다.보통은 정권 말기나 되어야 대체로 그런 현상이 생긴다고 하던데...
너털웃음으로 유명한 탈렌트 전원주씨 얘기가 생각난다. 과거 전원주씨는 동아방송에서 성우로 절세미인 사미자씨와 함께 활약했다. 당시는 목소리만 나오는 라디오 시절이라 목소리가 예쁜 전원주씨가 사미자씨보다 앞서 갔다. 그러던 것이 TV시대가 되면서 외모가 빼어난 사미자씨는 날개를 달고 펄펄 날았고 전원주 씨는 부르는 데가 없어 공치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전원주씨는 칼을 갈며 웃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하하” 웃으며 다녔다. 하루는 TV방송사 화장실에 앉아서 일을 보면서 하하하 호탕하게 웃어재꼈다. 남자 화장실에서 일을 보던 PD 하나가 이 소리를 듣고 놀라 뛰어나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마침 쾌활하게 웃는 여자 역할이 필요하다며 출연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걸 계기로 전원주씨에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전원주씨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도 여기저기 TV에도 잘 팔리고 특강에도 비싸게 불려 다니잖아요. 그런데 고 예쁜 사미자는 지금 뭐하고 있나요!”
마침내 호방한 웃음이 천하절색 양귀비를 이긴 것이다...운운.
나 역시다. 가정이나 직장이든 또 동네 조직에서든 잽싸게 움직이고 늘 싱글벙글 웃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곳 미국이야 한국 공무원들처럼 낙하산 ‘어공’들이 드물터이니 ‘아랫것’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일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라도 ‘뚜웅’ 하거나 찡그리고 살지 말자. 싱글벙글 웃는 사람은 SKY 대학 졸업장보다도, 토플 900점보다도 더 막강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설사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가정이든 직장이든 늘 그렇게 웃음이 가득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사회, 그런 나라가 바로 ‘건전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손용상 논설위원
필자가 아는 선배 언론인 한 분이 카톡으로 이런 글을 보내왔다.
“요즘엔 관청에 가도 공무원들이 잘 웃지도 않아요. 안면이 있는 친구들도 그렇고.. 원래 공무원은 뚱하고 별 표정이 없다고 하지만, 요즘 특히 ‘늘공(늘 공무원/직업공무원)’들은 더 그런 것 같아요.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며 슬슬 ‘어공(어쩌다 공무원, 즉 낙하산 공무원)들 눈치만 보고....마치 악어를 보는 것 같아요“
뭐? 악어를 보는 것 같다고? 나는 풉 웃음이 나왔다. 뭔 소리요? 하는 대꾸에 그 분은 ㅋㅋ 문자와 함께 얼마 전 자기가 한 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을 통째로 보내주었다. 거의 전문을 인용하였다.
내 눈엔 공무원들이 잘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늘 ‘뚱’하고 무덤덤하다. 우스갯말이 생각난다. 악어에겐 딱 두 가지 표정이 있는데, 눈을 뜬 표정과 감은 표정이라고. 공무원들의 얼굴을 보면 그 악어가 생각난다. 그래서 나는 요즘 여러 사람들을 보면 그 중에서 공무원을 골라내는 버릇이 생겼다. 뚱한 사람은 영락없이 공무원이다. 나는 공무원들이 많이 입주한 아파트에 산다. 아침에 출근하는 공무원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때가 많다. 첫 번째 구별법은 목에 건 신분증이다. 그게 없을 땐 얼른 표정을 보면 된다. 나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린다.
“악어 두 마리가 탔군.”
어쩌다 구청 같은 데를 가면 나는 수많은 악어들을 떼로 만난다.
“앗, 아프리카다!”
공무원들은 대개 갑의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민원서류를 떼는 데도 공무원은 갑의 위치에서 느긋하게 앉아 있고, 시민은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 것처럼 주눅이 들어 주저주저하며 서있게 된다. 각종 인허가를 받을 경우도 공무원은 그야말로 하늘같은 존재다.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입찰을 하는 경우에는 업자들이 설설 기어야 한다. 그뿐인가, 각종 정부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받을 때면 어떤가. 공무원은 절대군주나 다름없다. 자영업자들은 친절해야 손님을 끌어서 먹고 살 수 있다. 일반 회사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웃음을 헤프게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기업 중간간부가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정부청사에 가는 날이 제일 싫어요. 공무원들은 우리한테 무조건 반말을 합니다. 우리 회사 이사가 가도 새파란 사무관이 반말을 합니다. 존댓말을 쓰면 뒤에 있던 높은 사람이 사무관 뒤통수에 꿀밤을 준다네요.”
나는 이 말이 틀렸기를 바란다. 오지랖 넓게도 걱정이 앞선다. 공무원들의 이런 행태와 무표정이 가족과 이웃에게 번지면 어떻게 하나. 공휴일이 되면 공원이나 어린이 놀이터엔 부모와 함께 노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의 재잘재잘 소리가 새소리와 섞여 합창처럼 들려온다. 이때도 좋게 말해 묵묵하게, 하지만 이상하게 의무적으로 보이는 상당히 밥맛없이 노는 ‘뚜웅’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앗, 또 악어다!”
이런 바이러스가 전 국민에게 퍼지면 어쩌나. 우리 사회를 더 우울하게 만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이 정부 들어 너무 빨리 그렇게 된 건 아닌가 싶어 영 맘이 불편하다.보통은 정권 말기나 되어야 대체로 그런 현상이 생긴다고 하던데...
너털웃음으로 유명한 탈렌트 전원주씨 얘기가 생각난다. 과거 전원주씨는 동아방송에서 성우로 절세미인 사미자씨와 함께 활약했다. 당시는 목소리만 나오는 라디오 시절이라 목소리가 예쁜 전원주씨가 사미자씨보다 앞서 갔다. 그러던 것이 TV시대가 되면서 외모가 빼어난 사미자씨는 날개를 달고 펄펄 날았고 전원주 씨는 부르는 데가 없어 공치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전원주씨는 칼을 갈며 웃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하하” 웃으며 다녔다. 하루는 TV방송사 화장실에 앉아서 일을 보면서 하하하 호탕하게 웃어재꼈다. 남자 화장실에서 일을 보던 PD 하나가 이 소리를 듣고 놀라 뛰어나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 마침 쾌활하게 웃는 여자 역할이 필요하다며 출연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걸 계기로 전원주씨에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전원주씨의 결론은 이렇다.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도 여기저기 TV에도 잘 팔리고 특강에도 비싸게 불려 다니잖아요. 그런데 고 예쁜 사미자는 지금 뭐하고 있나요!”
마침내 호방한 웃음이 천하절색 양귀비를 이긴 것이다...운운.
나 역시다. 가정이나 직장이든 또 동네 조직에서든 잽싸게 움직이고 늘 싱글벙글 웃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곳 미국이야 한국 공무원들처럼 낙하산 ‘어공’들이 드물터이니 ‘아랫것’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일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라도 ‘뚜웅’ 하거나 찡그리고 살지 말자. 싱글벙글 웃는 사람은 SKY 대학 졸업장보다도, 토플 900점보다도 더 막강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설사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가정이든 직장이든 늘 그렇게 웃음이 가득한 사람이 주인이 되는 사회, 그런 나라가 바로 ‘건전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손용상 논설위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