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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데스크칼럼

이제 유승준을 용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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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오피니언 댓글 0건 작성일 19-08-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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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의 이슈 망원경

지난 7월 11일 한국 대법원은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같은 대법원의 결정은 지난 2015년 9월 유승준이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10월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데 대해 하급심인 1·2심에서 “유승준이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비자 신청 거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판단한 판시를 뒤집는 결과라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유승준은 한국정부의 결정에 따라 한국 땅을 다시 밟을 수도, 아니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고국 땅을 평생 밟아보지 못한 채 살아가야할 운명이다.
12세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 유승준은 영주권자이던 1997년 가요계에 데뷔했고 타이틀곡인〈가위〉로 8월에 가요 순위 1위를 석권한 후 2001년까지 총 6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하며 〈나나나>,〈열정>,〈비전>,〈찾길 바래〉등의 곡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던 중 대구경북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에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4급 판정으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2002년 1월 대한민국 군입대가 확정된 시기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 인해 후천적 외국 국적 취득자의 이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 법규상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된 것이다.
그런데 유승준이 이렇게 혹독한 댓가를 치루는 데에는 원래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가 방송을 통해 한국 군 입대 의사를 밝혔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분노로 들끓었고 2002년 2월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입국관리법상 제11조에 의거해 입국이 금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지 이제 17년이 훌쩍 넘었다. 철없이 만용을 부렸던 20대 청년은 한 가정의 가장이 됐고 40대 중년으로 변했다. 그동안 유승준도 자신이 한 잘못을 충분히 깨 달았고 병역과 관련한 한국 국민정서가 어떤 가도 뼈저리게 체험했을 것이다.
나라를 뒤흔든 흉악범들도 10여년이 넘으면 용서를 받는 세상이다.
그 뿐인가. 한국에 버젓이 살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병역을 기피하거나 면제를 받았던 정치인들이나 고위층관료, 재벌들, 또한 그들의 자식들의 숫자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넘쳐난다.
심지어는 원정 출산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하고 이로 인해 병역의무를 면탈(免脫)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이다.
반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미국이란 미지의 나라로 이민을 와야 했거나 이곳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병역의무라는 멍에가 발목을 잡고있다.
사실상 부모 모두 정식으로 이민을 와서 시민권을 오래전 취득했고, 자신도 미국에서 태어나 줄 곳 자란 온 필자의 아들도 부모의 무지로 인해 국적포기신청을 해야 할 나이(22세)를 넘겨버린 상태라, 현재로선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해괴한 굴레에 갇혀 병역의무가 만료되는 37세까지는 부모의 고국이며 자신의 원뿌리인 대한민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할 처지에 놓여있다.
온갖 혜택은 다 누리면서도 교묘한 방법을 이용해 병역을 회피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일부 젊은 특권층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복수국적자’란 바위 돌을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우리 2세들이 처한 상반된 현실이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적법과 병역법의 일그러진 잣대다.
유승준. 그 또한 어쩌면 잘못된 대한민국 병역법이 잉태한 괴물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따라서 유승준도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아들이고 동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에게 용서의 손길을 내밀때는 아닐런지.

김길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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