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 ‘힘을 통한 재건’ 1년, 거대한 변화의 파고와 그 이면
페이지 정보
본문
제47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2025년 1월 20일, 기록적인 한파와 강풍 속에서 치러진 이례적인 실내 취임식은 이번 정부의 출발부터 비범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후 지난 365일 동안 행정부는 ‘국내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한층 더 공세적으로 밀어붙이며 경제·통상·이민·에너지 정책 전반에 걸쳐 빠른 속도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현재, 지난 1년의 정책 궤적을 차분히 되짚고 그 성과와 한계를 함께 살펴본다.
경제 정책 :
◈물가 안정 속 성장, 그러나 고용은 숙제
노동통계국(BLS)이 13일 발표한 2025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이는 11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시장의 예상 범위에 부합하는 수치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2.6%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기 시절부터 제기됐던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은 모습이다.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규제 완화’와 ‘민간 자율 회복’을 경제 정책의 핵심 기조로 제시했다. 2017년 세제개편안(TCJA)의 영구화와 법인세 추가 인하는 그 상징적 조치다.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춘 결정은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고, 일부 제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국내 투자 확대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특히 정부효율성부(DOGE)를 중심으로 한 규제 정비 작업은 지난 1년간 행정부의 가장 눈에 띄는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규제가 정리되면서 기업들의 행정 부담이 줄어들었고, 연방 정부 조직도 점진적인 슬림화 과정을 거쳤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화석연료 개발과 파이프라인 건설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에너지 자립’ 기조가 강화됐다. 그 결과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이러한 성장과 안정의 이면에는 분명한 과제도 존재한다.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가 단기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연방 재정 부담은 더욱 커졌다.
고용 시장 역시 성장률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 2025년 한 해 동안 창출된 신규 일자리는 60만 개에 못 미쳤고,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 조정이 이어졌다.
실업률은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성장은 빠른데 일자리는 더디다’는 체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적 고민을 남긴다.
통상 정책 :
◈관세의 귀환과 불확실성의 확대
지난 1년간 통상 정책은 ‘상호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보호무역 강화로 요약된다. 행정부는 사실상 보편적 관세 체계를 도입하며 대부분의 수입품에 10~20% 수준의 관세를 적용했다. 예일 버짓 랩에 따르면 국내 실효 관세율은 평균 17% 수준으로 올라서며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을 향한 압박은 특히 강경했다. 고율 관세와 수출 통제를 통해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려는 정책은 실제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역 적자가 단기적으로 확대되는 역설도 나타났다. 관세 인상을 앞두고 기업들이 수입을 앞당기는 이른바 ‘프런트 로딩’ 현상이 발생하면서 2025년 1분기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둔화되기도 했다.캐나다와 멕시코 등 인접국에 대한 압박 역시 북미 통상 질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국경 문제와 마약 유입을 이유로 한 관세 압박은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반기 들어 일부 동맹국과의 협상이 타결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관세가 외교·안보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향후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민 정책 :
◈통제의 성과와 사회적 비용
이민 정책은 트럼프 2기에서 가장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 분야다. 남부 국경 단속 강화 이후 불법 월경 시도는 급감했고, 국경 관리 인력은 대폭 확충됐다. 행정부는 이를 ‘국경 질서 회복’의 성과로 평가한다.
동시에 불법 체류자에 대한 추방과 자발적 출국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노동 시장에는 즉각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농업·건설·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됐고, 이는 인건비와 일부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민 정책의 효과가 단기적인 물가 압력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경 단속 과정에서 제기된 인도적 논란과 지역 사회의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정책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지지와 별개로, 집행 방식과 사회적 갈등 관리가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텍사스와 한인 사회에 미치는 영향
텍사스는 이번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체감되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에너지 규제 완화와 화석연료 개발 확대는 주 경제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석유·가스 산업과 관련 일자리 회복으로 이어졌지만, 동시에 강경한 이민 단속과 관세 정책은 물류·유통·외식·서비스업 전반에 복합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다.
특히 국경과 인접한 주 특성상 이민 정책의 변화가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다른 지역보다 크다는 점에서 체감 강도도 높다.
한인 이민사회 역시 이러한 변화의 영향권 안에 있다. 텍사스 전역, 특히 달라스–포트워스와 휴스턴 지역의 한인 자영업자들은 관세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을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 식자재, 생활용품, 소형 가전, 의류 등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의 도매가가 오르면서 소매 가격 인상이나 마진 축소라는 선택지에 놓였다.
외식업계에서는 주방 보조와 홀 서빙 인력 확보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일부 업소는 영업시간 단축이나 주중 휴무 확대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노동력 부족 문제는 한인 사회 내부에서도 미묘한 긴장감을 낳고 있다. 불법 체류자 단속 강화 이후 건설, 세탁, 식당, 청소업 등 전통적으로 이민 노동력에 의존해온 업종에서는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곧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한인 소비자들 역시 생활비 부담을 체감하는 구조다. 동시에 단속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합법 체류자와 영주권자, 시민권자에게까지 심리적 위축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일부 한인 전문직과 2세 중심의 기술·제조 분야에서는 다른 흐름도 감지된다. ‘국내 생산 회귀’와 반도체·에너지·방산 투자 확대 기조 속에서 엔지니어, IT, 회계, 법률 분야 종사자들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텍사스 내 공장 증설과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관련 분야에서 한인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민 신분과 관련된 불안도 한인 커뮤니티의 주요 화두다. 유학생, 취업비자 소지자, 소규모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비자 신분자들은 행정 절차 강화와 심사 지연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비자 갱신이나 체류 신분 변경을 앞둔 이들은 사소한 행정 오류나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는 자녀 교육, 주택 구입, 사업 확장과 같은 중장기 계획을 보수적으로 바꾸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에 대한 협조 여부를 두고 지방 정부와 주 정부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 내 혼선과 긴장도 커지고 있다.
한인 사회 내부에서도 ‘법 집행 강화에 대한 원칙적 지지’와 ‘과도한 단속이 가져올 부작용’을 둘러싼 시각 차이가 존재하며, 커뮤니티 내 공론의 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합하면, 텍사스 한인 사회는 이번 정책 변화 속에서 명확한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일부에게는 산업 재편과 투자 확대가 새로운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지만, 다수의 자영업자와 이민 가정에게는 비용 상승과 불확실성이 일상적인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책의 효과가 단기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지역 안정과 이민 사회의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시험대는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행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2년 차의 시험대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의 성적표는 ‘강한 추진력’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경제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고용과 재정, 사회적 갈등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관세와 이민 정책은 단기간에 가시적 결과를 냈지만, 그 비용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2년 차에 접어든 행정부는 보다 정교한 정책 조율을 요구받고 있다. 빠른 결단과 실행이 장점으로 작용했던 1년 차와 달리, 이제는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의 실험이 장기적인 민생 안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큰 진통을 낳을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