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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항 입국심사, ‘영주권자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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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P 심사 강화에 구금 사례까지, 신원 불명확·범죄 이력자에 엄정 대응
지난 7월 21일, 텍사스 A&M대에서 라임병 백신을 연구 중인 박사과정 학생 윌 킴(한국명 김태흥, 40) 씨는 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마치고 한국에서 귀국하는 길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본지 8월 1일자 28면 기사)
5살 때 이민 와 무려 35년을 미국에서 살아온 영주권자인 그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구금시설에 있다가 애리조나 이민세관단속국 (ICE) 구금센터를 거쳐 현재는 텍사스 포트이사벨의 엘바예 이민 구금시설에 수용 중이며 ‘추방 절차’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영주권자조차 입국심사에서 배제되지 않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형사 전력 여부가 아닌, 과거 체류기록, 입국 목적, 신원 불일치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심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인 사회에 깊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욕 이민법원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2021년 어머니(성공회 목사)를 따라 R-2 종교인 동반 비자로 입국했던 고연수 씨는 지난 7월 31일, 체류 신분 연장 문제로 법원에 출석했다.
고 씨는 체류 연장을 승인받아 2025년 12월까지 유효한 신분을 가진 합법 체류자였다. 하지만 국토안보부 (DHS)는 어머니의 소속 교회가 변경되었고, 그에 따라 기존 비자 청원이 철회되었다며 체류 자격이 종료되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정 일정을 마치고 나서는 순간, 그는 대기 중이던 ICE 요원에게 체포돼 루이지애나 인근 구금시설로 이송되었다. 이후 보석이 허용돼 석방되었지만, 합법 비자를 가진 젊은 유학생의 순식간의 구금 사례는 이민자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공항 입국심사, ‘예외 없다’
미국 입국심사는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전담한다.
CBP는 공항이나 국경에서 모든 입국자에 대해 신원, 체류 목적, 범죄 이력, 사회보장번호 기록, 해외 체류 기간 등 모든 요소를 종합 평가하며, 비자 또는 영주권을 소지했다고 해서 입국을 자동 보장하지 않는다.
CBP는 최근 입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특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2차 심사 또는 구금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심사 항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범죄 이력은 매우 민감한 항목이다. 단순한 경범죄(Misdemeanor)라도 이민법상 추방 사유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체포나 벌금형 기록이 있는 경우 입국 자체가 거부되거나 입국 심사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장기 해외 체류 역시 심사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영주권자가 6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할 경우, 미국 내 거주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어 재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실제로 존재한다.
이중 신원 의심도 중요한 심사 항목이다. 입국 시 제출한 여권, 비자 정보, 생년월일 등이 과거 기록과 일치하지 않거나, 지문 정보에 오류가 있을 경우 CBP는 신원 확인을 위한 추가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허위 진술은 입국 거부 사유 중 가장 위험한 항목 중 하나다. 과거에 입국 시 진술한 체류 목적이나 이력과 현재 진술이 상충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답변할 경우 의도적인 기만 행위로 간주되어 즉시 입국이 거부되거나 장기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 접근이 불가능한 입국심사 현장 특성상, 입국자는 반드시 자신의 신분과 체류 목적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소명할 수 있는 서류와 증거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격해진 CBP … 현금 반입 미신고로 몰수
지난해 10월 DFW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던 한인 A씨 부부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1인당 1만 달러까지는 신고 없이 휴대 가능하다”는 규정을 인지하고 있던 이들 부부는, 각각 $9,500씩 총 $19,000를 소지하고 귀국했다. 짐을 찾아 출구로 향하던 순간 CBP 요원은 부부를 제지하며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CBP는 소지품과 수하물을 모두 수색한 끝에 이들이 소지한 현금을 전액을 압수했다. A씨는 ‘가족 단위 합산으로 1만 달러 초과 시 신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결국 A씨 부부는 현금 중 1,000달러만 ‘인도적 차원의 반환금’으로 돌려받은 뒤 입국을 허가받았다. 이후 A씨는 압수당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CBP에 공식 반환청구 절차를 진행했다.
당시 변호사는 “자금 출처가 명확한 만큼, 소액 벌금 정도만 내면 나머지 금액은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8개월만에 CBP로부터 도착한 최종 통지서에는, 1만 달러를 몰수한다는 결정이 담겨 있었다.
결국 A씨는 신고를 하지 않아 1만 달러를 몰수당했고, 이와 별도로 약 4천 달러에 달하는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
◈이젠 준비 없는 미국 입국은 리스크
한 이민 전문 변호사는 “영주권자니까 괜찮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민 단속은 ‘원리원칙 중심’으로 강화됐고, 영주권자도 형사 전과, 해외 장기 체류, 신분상 의심 정황이 있으면 구금이나 심지어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달라스출장소 도광헌 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CBP와 ICE의 현재 활동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이라도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갑작스럽게 구금되거나, 또는 공항에서 입국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포 여러분들이 출국 전 반드시 신분과 서류를 점검하고, 공항에서는 신중하게 대응해 주시길 바란다”며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출장소가 최선을 다해 돕겠지만, 사전 예방이 최선의 보호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미국 입국은 단순한 절차가 아닌, 본격적인 검증 단계가 됐다.
영주권자든, 유학생이든, 비즈니스 방문객이든, 입국의 문턱 앞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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