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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우리들의 이야기, 2025 <미주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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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주 한국 소설협회 회장을 맡고 나서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리더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미주 소설가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주에 거주하는데, 이 먼 텍사스에서 소설협회에서 필요한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임회장님 왈, 소설협회는 소설 쓰는 분들의 모임이니 그리 자주 만날 일도, 무슨 행사를 거창하게 할 일도 없다고 하셨다. 오직 해야 할 일은 해마다 발행하는 <미주 한국소설> 원고를 모아서, 협회지를 제 때에 출간하는 일이라고 해서 그나마 겁 없이 수락을 하게 되었다. 하여 나는 올 초부터 제 15호 <미주 한국소설> 지에 들어가 원고를 모으기 시작했다. 다행히 요즘은 이메일이 있으니 원고모집은 이메일로, 필요한 소통은 카톡을 이용하거나 줌미팅을 통하여 하니 먼 거리에 있어도 그다지 큰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책을 만들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책이 나오는 과정은 쉽지가 않다. 출판사측과 수차례 연락을 해야 하는 일들이 의외로 많다. 원고 교정이나 수정은 물론이고 축사나 기고문을 요청하고, 프로필등도 챙겨야한다. 그리고 인쇄에 들어가 책이 나오고 미국까지 무사히 도착을 하면, 책을 부치는 일등이 또 남아있다. 특히 요즘은 관세 때문에 우송료가 만만치 않게 올랐지만, 분명히 한 권의 책이 주는 의미는 여타 매체에서 떠도는 짧은 글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젠 작가와 독자의 구분이 따로 없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글을 쓰는 분들도 많고, 다양한 루트를 통하여, 책이 양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혹자는 읽지도 않는 책, 멀쩡한 나무 베어서 만들지 말고, 숲이나 울창하게 그대로 두자고 한다. 하지만 인류의 발전은 누가 뭐래도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대중화되면서 시작되었다. 빅토르 위고는 그의 소설<노트르담의 곱추>에서 “이것이 저것을 죽이리라”는 예언을 통해 책이라는 인쇄술의 힘이 교회의 첨탑보다 우월해질 것이란 미래를 암시했다. 이는 소수가 대중을 지배하기 위해 사용한 지식의 독점화가 평준화 될것임을, 그로 인해 세상이 달라질 것이란 걸 예측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인터넷과 디지털매체의 발달은 책의 사양화를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루에도 수없이 쇼츠(shorts)처럼 소비되는 많은 글들이 그렇다. 이에 비해 책은 소유할 수있고, 마음에 새길 수 있고, 사유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게다가 비슷한 동인들이 만드는 동인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미주에는 여러 문학 동인지가 한국 못지않게 나름 활발하다. 그중 <미주 한국 소설>은 미주와 캐나다 호주등에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만드는 오직 ‘소설’만 들어있는 문예지이다.
회원모두는 이민자라는 정체성과 이민의 햇수와 관계없이 모국어인 한글로 꾸준히 소설을 써왔다는 점과 이민의 삶을 부단하게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소설이란 쟝르를 무척 사랑하는 분들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나는 한국소설보다는 이곳 소설을 더 읽는 편인데, 그건 우리의 생활 환경이 본국과 너무 동떨어진 탓이다. 아파트, 학군, 학벌, 젠더갈등, 출세등으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들보다는, 이제 이민자, 우리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공감이가고,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통권으로 제15호인 2025 미주 한국소설은 신인문학상 수상작까지 총 1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초대소설은 올해 세계일보 신춘문예 수상자인 이수정씨의 <흐르는 제로>이며, <사랑이 운다> <장담할 수 없는 오후> <누이의 옥탑방> <실낙원><역이민><프랑크폴트 공항에서> <뜻밖의 선물> <어느 가을 날의 데자뷰> <저 산너머에는><타로카페>< 영생> <창백한 푸른점>< 강> 그리고 <영원한 사랑>이 그것이다. 이 가을 <미주 한국소설>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달라스 ‘북나라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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