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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인하’ ‘동결’ 내분 격화 … 기준금리 유지 한인 경제 ‘긴장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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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두 명의 이사 공개 반기, 관세 충격과 소비 둔화 사이 ‘정책 나침반’ 흔들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기존의 4.25%~4.5% 범위로 동결했다. 이는 올해 다섯 번째 연속 동결 결정으로, 시장에서는 비교적 예견된 결과였지만, 정작 주목을 받은 것은 연준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었다.
지난달 29일과 30일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이사는 0.25%포인트의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준 이사 두 명이 동시에 정책 결정에 반대한 사례로, 1993년 이후 32년 만에 벌어진 이례적 상황이다.
보우먼 이사는 그동안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불리며 긴축 기조를 강력히 지지해온 인물로, 이번 입장 선회는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그녀는 지난해 9월 첫 기준금리 인하 당시에도 반대했던 전력이 있어, 그 변화의 의미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월러 이사 역시 연준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핵심 인사다. 그는 7월 초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의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정도로 과열돼 있지 않다”며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연준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너무 이르게 움직이면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채로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늦게 움직이면 노동시장에 불필요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나왔다.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정책이 발효될 예정으로, 이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 부담 가중이 예상된다. 연준은 이러한 정책 변수들이 실제 소비자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3.0% 증가로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내수 중심의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는 1.2% 증가에 그쳐 전 분기의 1.9%, 작년 말의 2.9%보다 감소한 모습이다. 소비 여력 둔화와 관세 부담이 겹치면서 경제 성장의 기초 체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일부 자료는 관세의 실질적인 물가 반영이 아직 본격화되기 전 단계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 향후 수개월간 물가 지표가 금리 정책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인 사회, 고금리 지속에 ‘버티기 전략’ 고심
연준의 이번 결정은 한인 사회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주택 구입 수요자와 자영업 종사자, 소액 투자자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모기지 업체 Lending Now의 에이미 리 대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은 크지 않았지만, 막상 동결 소식에 실망감이 적지 않다”며 “주택 구매를 준비 중이던 많은 고객들이 인하 시점을 기다려왔기 때문에 이번 동결로 구매 결정을 미루거나 전략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30년 고정형 모기지 금리는 약 6.5%~7.25%, 정부 보증 대출(VA)은 6.0%~6.5%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리 대표는 “seller credit(판매자 부담 비용)이나 lender credit(대출기관이 제공하는 일부 비용 보전), 혹은 temporary buydown 프로그램(예: 2-1 buydown)을 통해 초기 1~2년간 낮은 이율을 적용받아 월 부담을 줄이는 방식 등을 적극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고금리로 인해 신용카드 이자와 할부 금융 부담이 증가하면서 내수 소비가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식당·마켓·미용실 등 한인 자영업계의 실질 매출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일부 업소는 고정 고객 유지와 신규 유입을 위한 할인 이벤트나 쿠폰 마케팅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금리 국면이 모두에게 나쁜 소식은 아니다. 일부 은퇴자나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한인들은 고금리를 활용해 은행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단기채권 등을 통한 안정적 수익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국채에 투자 중인 한인 함 모 씨는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평균 1.5~2% 이상 높기 때문에 자산을 미국에 두고 있는 것이 유리했다”며 “이번 동결로 인해 당분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책 분열의 중심에 선 파월 … ‘9월 결정’이 분수령
연준의 다음 기준금리 결정은 오는 9월 16~17일 회의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향후 두 달간 발표될 물가, 고용, 소비지표와 관세로 인한 충격 파장이 정책 방향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약 66%로 반영하고 있으나, 이는 관세가 물가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고용지표가 현재보다 더 둔화될 경우에 한해서다. 파월 의장은 “9월에 대해 미리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명확한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현재로서는 연준 내부 합의도 서서히 약화되는 조짐이다. 과거에는 기준금리 관련 의사결정에서 거의 전원 합의에 가까운 모습이 유지되었지만, 이제는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관세가 먼저냐, 경기 침체가 먼저냐’는 의견 충돌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만일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고용시장이 견고하게 유지된다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미룰 수 있다. 반면, 고용이 둔화되고 소비심리가 추가로 위축되면, 금리 인하의 명분은 더 강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가와 고용, 소비 모두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정책 불확실성 국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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