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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3연속 금리 동결 “당기는 트럼프, 버티는 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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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발(發) 인플레이션에 신중한 연준… 금리 인하 요구에 ‘지켜보자’
연준, 정치적 압력에도 금리 동결 고수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7일(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드라이브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한 뒤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며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연준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날까지 세 차례의 FOMC 회의를 개최했고 세 번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고강도 관세 정책 때문에 물가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해왔는데 이번 FOMC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지난달 발효한 이후 첫 금리 결정이었다.
연준은 금리 동결 결정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면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최대 고용을 달성하고 인플레이션을 2%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 양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더 어려워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경제가 각 목표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각 (목표와 현실 간) 간극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둔화하면 물가도 낮아지고 실업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양대 목표를 둘 다 달성할 수 있지만, 관세는 물가와 실업률을 둘 다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준이 둘 중 하나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지금은 연준이 그런 선택을 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기준금리를 당장 조정하기보다는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진화하고 있어서 경제에 미칠 영향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면서 그 영향이 더 명확해지기를 기다릴 수 있을 만큼 경제 상황이 괜찮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대 목표인 고용과 물가 중 어떤 게 더 대응이 시급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관망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관망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꽤 낮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면서 관세의 규모와 그 영향이 더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기다림(wait)’이라는 표현을 무려 22차례나 언급하며 조급한 대응은 없을 것임을 밝혔다.
연준은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0.3%)이 관세 발효 전에 이뤄진 수입 급증에 기인했다고 판단했으며, “최근 지표는 경제 활동이 계속해서 견조한 속도로 확장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업률은 최근 몇개월간 낮은 수준으로 안정됐고 노동시장 여건은 여전히 탄탄하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소 높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들이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반면, 연준은 경기 급랭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2024년 하반기 인플레이션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으며, 이후 4.3% 수준에서 금리를 동결 중이다.
반면 ECB는 지난 1년간 금리를 일곱 차례 인하해 2.25%까지 낮췄고, BOE도 최근 4.5%에서 4.25%로 금리를 인하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Renaissance Macro Research)의 닐 더타(Neil Dutta) 전문가는 “유럽은 원래도 경제 체력이 약했기 때문에 성장을 중심으로 대응할 여력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CB의 금리 인하를 언급하며 파월 의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파월은 ‘너무 늦은(Too Late)’ 멍청이다. 그래도 나는 그를 좋아한다!”라고 조롱 섞인 발언을 남겼다.
더타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유럽이 미국과는 달리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지만 ECB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고용 둔화 가능성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단기적으로 물가가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더타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려면 기업들이 실제로 해고에 들어가는 걸 기다려야 한다”며, 관세로 인한 물가 불안이 연준의 고용시장 리스크 대응을 오히려 느리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JP모건체이스는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골드만삭스는 7월을 시작으로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유로존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2.2%였으며, 미국의 3월 물가 상승률은 2.3%로 양국 모두 연준과 ECB의 목표치인 2%를 소폭 상회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Jan Hatzius)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로 인해 중국산 제품이 유럽으로 몰릴 수 있으며, 이는 유럽의 근원 물가(Core Inflation)를 0.5%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하회하게 되면, 그동안 신중했던 ECB 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하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은영 기자 Ⓒ KTN
연준 정책이 개인 재정에 미치는 5가지 영향
연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금융 부담 완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스턴칼리지의 브라이언 베서운(Brian Bethune) 경제학 교수는 “파월 의장은 벌집 위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움직이지 않는 것이 맞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의 정책 환경은 사실상 ‘블랙 스완(Black Swan)’급 충격에 가까운 불확실성”이라고 덧붙였다.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는 은행 간 단기 자금 거래 기준이지만, 소비자가 접하는 대부분의 대출 및 예금 금리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연준이 2022~2023년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소비자 대출금리는 빠르게 상승했고, 2024년에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당분간 높은 금리와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신중한 재정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용카드
신용카드는 변동금리 구조인 경우가 많아 연준의 정책금리에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뱅크레이트(Bankrate)에 따르면, 2025년 현재 평균 신용카드 금리는 20%를 웃돌며 2024년의 사상 최고치 수준과 맞먹는다.
뱅크레이트의 테드 로스먼(Ted Rossman) 수석 애널리스트는 “높은 물가 탓에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카드 잔액과 전체 부채 수준이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기지
모기지 금리는 연준 기준금리와 직접적으로 연동되지는 않지만, 미국 국채 수익률과 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로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모기지 금리도 소폭 내렸다. 모기지 뉴스 데일리(Mortgage News Daily)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30년 고정금리는 6.91%, 15년 고정금리는 6.22%다.
트랜스유니언(TransUnion)의 미셸 라네리(Michele Raneri) 부사장은 “금리가 소폭 하락했지만, 기존에 낮은 금리로 대출받은 대다수 가구는 새 대출을 꺼리고 있어 주택 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대출
자동차 대출은 연준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에드먼드(Edmunds)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5년 신차 대출 평균 금리는 7.1%, 중고차 대출 평균 금리는 10.9%로 나타났다. 에드먼드의 조셉 윤 소비자 분석가는 “금리와 차량 가격이 모두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입차 25% 관세까지 더해져 자동차 구매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차량 재고와 가격의 향방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연방 학자금 대출은 고정금리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존 대출자들은 연준 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2024-25학년도 신입생의 신규 대출 금리는 6.53%로, 2023-24학년도(5.50%)보다 상승했다. 고등교육 전문가 마크 캔트로위츠(Mark Kantrowitz)는 “올해 5월 10년 만기 국채 입찰 결과에 따라 새 학년도 금리는 다소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존 대출에 대한 탕감 프로그램 축소로 인해 일부 차주들은 여전히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금 및 저축
예금금리는 연준의 금리 정책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고금리는 채무자에겐 부담이지만, 예금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렌딩트리(LendingTree)의 맷 슐츠(Matt Schulz) 수석 애널리스트는 “CD(예금증서)나 고수익 저축계좌는 아직도 연 4.5%대 이자를 제공하며, 인플레이션율을 상회한다”며, “현 시점에서 금리를 고정해둘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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