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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턴즈, “100일 만에 흔들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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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러운 고율 관세, DOGE 개입, 정치적 보복과 문화전쟁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2025년 봄, 미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공식적인 ‘경기침체’ 선언은 아직 없지만, 각종 경제 지표와 사회 전반에 감도는 불안한 분위기는 위기의 방향을 뚜렷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화), 두 번째 임기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이번 100일은 축하보다는 우려 속에 지나갔다. 경제는 흔들리고, 정치는 더 깊은 분열로 치닫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지난 3년간 이어졌던 안정적 성장 흐름에 급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고율 관세 도입, 일관성 없는 정책 운용, 정치적 보복성 조치, 강경한 이민정책, 불안정한 외교 행보까지 겹치며 시장과 소비자, 유권자들의 심리를 동시에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노란 경고등’ 켜진 미국 경제
1분기 미국 경제는 연율 기준 0.3% 위축됐다. 전 분기 2.4% 성장에서 급격히 반전된 수치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 이후 꾸준한 회복세를 이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경기의 방향이 변곡점에 들어섰음을 시사한다.
경제학자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엔 이르다고 말하지만, 체감 경기는 이미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GDP 외에도 소비자 지출 증가율은 4%에서 1.8%로 하락했고, 연방정부 지출은 5.1%나 감소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의 반등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6% 상승하며 전 분기 2.4%보다 높게 나왔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를 늦추게 만들며 시장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표들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을 갈라놓고 있다. 일부는 2022년처럼 일시적 ‘기술적 위축’일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보다 많은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동성과 구조적 혼란이 장기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CNN은 지난달 30일(수) “경기침체 진입했나? 체감 경기 ‘바이브’ 체크”(Are we in a recession? Let’s do a vibe check) 제하의 기사를 통해 미국 경제에 드리운 침체 분위기를 전하며, “우리는 지금 경기침체에 들어선 것인가?”라는 의문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CNN은 “그 질문 뒤에는 더 본질적인 물음이 따라온다. 이번 침체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며, 그 깊이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바이브’(vibe)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폭스뉴스와 CBS 등 주요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경제 운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적표에 대해 점점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트럼프의 ‘해방의 날’, 경제에 족쇄로 작용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은 ‘해방의 날’이라 명명한 관세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수십 개국을 대상으로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무려 145%의 초강력 관세가 부과됐고, 나머지 국가들에는 10%의 기본 관세가 일괄 적용됐다.
이 발표 직후 금융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뉴욕 증시는 하락했고, 국채 수익률은 급변했으며, 기업들은 공급망 재조정과 비용 증가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유통업체들은 상품가격 상승을 경고했고, 소비자들은 생활필수품을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목표가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참모들은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장기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또 다른 측에서는 무역협상을 위한 단기 압박 카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명확한 전략이 부재한 가운데, 시장은 혼란과 불안에 휩싸였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시행 직후 90일 유예를 선언했지만, 이미 시장의 신뢰는 흔들리고 있었다. 4월 말 여론조사에서 무역정책에 대한 대통령 지지율은 33%에 불과했고, 경제 전반에 대한 지지도는 38%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가장 강점이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금이 간 셈이다.
◈머스크와 DOGE, 민심 이탈의 촉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 3억 달러를 후원한 일론 머스크는 두 번째 임기에서 상징적인 자리에 올랐다. 그는 ‘정부효율부(DOGE)’의 대표 인물로, 대대적인 정부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을 주도하고 있다.
문제는 머스크의 대중적 이미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그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57%에 달했으며, 특히 중도층에서는 61%가 비호감을 나타냈다.
머스크의 예측불가능한 언행, 검증되지 않은 주장, SNS를 통한 정치 개입은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성을 해치고 있다. 특히 DOGE가 주도한 연방 지출 삭감은 단기적으로는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회 전반의 수요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머스크는 또한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과의 갈등설로 내부 분열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의 정책 실패 사례로는 위스콘신 주 대법원 선거 개입 실패가 꼽힌다. 결과적으로 머스크와 DOGE의 영향력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론, 외교 리더십 시험대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월 말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그는 “미국의 지원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젤렌스키를 면전에서 공개 질책했다. 이후 언론과의 발언에서는 “덩치가 20배는 큰 나라에 먼저 전쟁을 건 건 우크라이나였다”고 말하며, 전쟁의 책임을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 쪽으로 돌리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 같은 태도는 미국의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주었고, 특히 NATO 동맹국들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그동안 유지해온 우크라이나 지원의 명분과 일관성을 흔드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5%에 그쳤고, 무려 56%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는 보수층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는 공약도 현실과의 괴리를 드러내며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치적 보복과 문화전쟁, ‘생활경제’와의 단절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정책과 문화전쟁에서도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를 ‘외국 적법법(Alien Enemies Act)’으로 신속히 추방하려 했고, 판사의 제지 명령도 무시했다. 메릴랜드의 한 이민자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가족을 두고도 강제로 추방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법 절차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로 이어졌고, 중도 유권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문화전쟁도 유권자들의 실생활과 동떨어진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정치적 적대자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비판적인 법무법인에 보안 자격을 박탈하고, 반대 성향의 대학들과 충돌하며 학문적 자유 논란을 불러왔다. 여기에 과거 비판적 인물들에 대한 법무부 수사 지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일부 보수층에겐 통쾌함을 주지만, 중도 유권자와 경제 중심 유권자들에겐 실망과 피로감을 안겨준다. CBS/YouGov 조사에 따르면, 69%의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 안정 등 실생활 이슈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고물가·고금리 속에서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보복이 아닌 안정’인 것이다.
◈침체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경제매체들은 여러 조짐을 통해 침체가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 중인 무역관세와 그 무질서한 도입 방식이 벌써부터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연속으로 감소해야 경기침체로 판단하고 있는데, 현재는 한 분기의 역성장만 기록됐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신호들은 무겁다. 정책의 불확실성, 소비 둔화, 공급망 혼란, 정치 불안정, 외교 마찰 등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경고다.
특히 2분기에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본격화, 소비자 신뢰 하락, 기업 투자 위축이 반영될 것이며, 또 다른 ‘마이너스’가 기록된다면 공식 침체로 전환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미국 재건’이라 부르지만, 지금 시장과 시민들은 그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예측 가능성, 책임감 있는 정책, 그리고 안정성이다.
결국 향후 2분기 GDP가 또다시 역성장을 기록한다면, 공식적인 침체 선언은 피할 수 없다.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백악관이 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철회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경제적 상처를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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