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특별기고] 두려움 너머의 가능성, AI가 연결하는 새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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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가 아니다. 준비 여부와 관계없이 AI는 이미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ChatGPT는 그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에 불과하다. 교육, 업무, 커뮤니케이션, 심지어 자녀 양육에 이르기까지, AI는 모든 영역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AI를 피한다고 해서 그 진전을 막을 수 없다. 오히려 기술은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외면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를 점점 더 벌려놓고 있다. AI는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고, 우리가 따라가지 않으면 점점 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우려 속에서도 가능성을 보는 시선
새로운 기술에는 늘 우려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는 유익한 도구가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낳는 경우도 봐왔다. 정보의 신뢰성 문제, 학습 태도 저하, 사고력 약화 등 AI가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꾸준하다. 실제로 AI를 이용해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도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대신 편법을 쓰기도 한다. 계산기를 일상처럼 사용하는 세대가 암산에 약해진 것처럼, 글쓰기 능력의 퇴보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만으로 변화의 물결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전환을 여러 차례 겪어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우리는 그것들을 이해하고 적응함으로써 생활의 질을 높여왔다. AI도 마찬가지다. 진짜 위험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외면하는 데에 있다.
자녀와 함께 배우는 ‘AI 리터러시’
이 글을 읽고 있는 한국인 부모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자녀에게 ChatGPT를 가르쳐달라고 해보라. 함께 앉아 사용법을 익히고, 직접 질문을 던져보며 기능을 탐색해 보자.
동시에 자녀에게 AI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라고 격려해야 한다. AI는 깊이 있는 사고와 명확한 표현을 도와주는 도구가 되어야지, 자녀의 생각을 대신하는 의존 수단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AI는 마치 내 손안의 비서처럼, 생각을 정리하거나 문장을 다듬고, 아이디어를 함께 떠올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메시지 자체는 여전히 본인의 것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사실은, 이 도구가 단순히 글쓰기 외에도 아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력서에 대한 피드백을 받거나, 비즈니스 이메일을 작성하고, 파티 초대장을 꾸미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거나, 여행 계획을 짜고, 건강 관련 정보를 정리하는 데도 AI는 훌륭한 조언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민자 가정이나 비영어권 부모들에게 AI는 단순한 편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어 속어를 해석하거나, 복잡한 정부 서류를 한국어로 번역해 주는 기능은 정보 접근의 벽을 허무는 열쇠가 된다. 영어로 된 라벨이나 설명서, 학교 서류 등을 사진 찍어서 한국어로 설명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이민자에게 이런 기능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강력한 힘이 된다.
새로운 나라에서 산다는 건 낯선 제도와 문화 속을 헤쳐 나가는 복잡한 여정이다. 의료, 세금, 각종 정부 서류 등은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낯설고 벅찬 과제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자칫 스스로를 무력하게 여기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어로 질문을 입력하기만 해도, 바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길을 잃기 쉬운 이민자들에게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안내자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이들 생각하지 못하는 활용 예 하나를 더 들자면, AI는 자녀 교육과 양육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학군을 조사하고, 대학 입학 과정을 알아보고, 자녀의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는 것까지도 AI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다. 또한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으로 힘들 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AI에 도움을 청해보라. 자녀와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 건설적으로 행동을 지도하는 팁 등을 제시해 줄 수 있다. 물론 AI는 치료사도, 상담사도 아니다. 하지만 막막한 상황에서 첫걸음을 뗄 수 있는 심리적 디딤돌이 되어줄 수는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는 분명히 AI의 위험성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정보의 왜곡, 오남용, 학습 태도 변화 등 그 파급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AI가 열어줄 새로운 가능성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AI는 앞으로 사람 사이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도 있다. 변화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배우는 사람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겠지만, 이를 외면하는 사람은 점점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 기술은 그간 정보 접근이 어려웠던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특히 낯선 언어와 제도 속에서 가족을 돌보며 분투하는 이민자나 비영어권 부모들에게 AI는 진입 장벽을 허물고 삶을 연결하는 ‘디지털 다리’가 되어줄 수 있다.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잡한 기술 지식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과 약간의 호기심, 그리고 배우려는 용기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오히려 그 변화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가능성과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변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이끌어줄 사람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자녀일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들이 우리의 선생님이 되어줄 차례다. 어쩌면 이번에는 아이들이 여러분이 몰랐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자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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