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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 양자 컴퓨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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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
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
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
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양자 컴퓨터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양자 컴퓨터 회사의 주가가 오르고, 양자 컴퓨터가 성공하면 암호 화폐가 다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뉴스 때문이다. 깊이 있는 전문적 지식은 전공자들에게도 어려운 일일 테지만, 언젠가 다가올 양자 컴퓨터 시대를 환영하는 마음으로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간략히 공부해 보자.
양자 컴퓨터의 기본을 이해하려면 우선 양자 역학의 기초를 조금 알아야 한다. 양자 역학을 이해하는 첫 단계는 우리가 우주 만물을 느끼고 관찰하며 습득한 ‘자연스러운’ 직감들을 과감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물체는 입자의 성질만 가지고 있고, 우리가 그 물체를 관찰하든 안 하든, 입자의 존재 여부나 여러 가지 물리량(질량이나 속도 등)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 매우 작은 크기의 미시 세계에 존재하는 양자는 입자와 파동의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존재 여부와 물리량이 모호한 상태에 있고 확률적으로만 기술할 수 있다.
전자를 이용한 이중 슬릿 실험이 이 현상을 잘 보여준다. 전자를 통과시키지 않는 판에 긴 두 개의 평행한 틈(슬릿)을 만들어 준다. 여기에 수많은 전자를 쏘아주면 각 전자는 두 개의 틈 중 하나로 통과할 것이다. 마치 틈이 두 개인 벽에 여러 개의 공을 던진 것처럼 전자는 이중 슬릿 뒷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두 줄로 자국을 낼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파동이 지나간 것처럼 무늬가 나타난다. 100여 년 전 과학자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이 전자 알갱이들이 두 개의 틈 중 어느 것을 지나가는지 보기 위해 측정기를 설치하면 파동 무늬가 사라지고 두 줄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관측하냐 마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재미있는 밈이 인터넷에 돈 적이 있다. 영희가 안 볼 때는 전자가 파동처럼 움직여 스크린에 간섭무늬를 나타내지만, 볼 때는 입자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물론 이 밈에는 과학적 오류가 있지만, 이중 슬릿 실험을 아는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양자 역학 실험을 보여주는 밈
우리가 물체를 볼 때는 이미 물체가 존재하고 그 주변의 빛이 물체에 반사된다. 우리는 그 빛을 봄으로써 물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의 관찰 행위가 물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양자 역학에서의 관측은 조금 다르다.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양자를 관측하려면 전자기파 등을 이용해 양자가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호 작용 때문에 파동의 성질을 잃는다. 이 때문에 전자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를 관측하면 스크린에 두 줄만 생기는 것이다.
기존의 컴퓨터에서는 계산의 기본 단위로 비트(bit)를 사용한다. 전기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으로 정의하고 2진법 계산을 논리식으로 치환하여 복잡한 계산을 엄청난 속도로 수행한다. 양자 컴퓨터에서는 비트 대신 큐비트(Qubit)를 사용한다. 비트는 이미 결정된 0과 1을 다루지만, 큐비트는 위에서 이야기한 관측하기 전 양자의 파동적 성질을 이용하여 0일 수도 있고 1일 수도 있는 상황을 그대로 사용한다.
전자나 양성자처럼 매우 작은 양자는 스핀(spin)이라는 물리적 성질을 가진다. 실제 입자가 뱅글뱅글 돌기 때문이 아니라 회전한다고 가정하면 설명하기 쉬운 현상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스핀은 두 가지 방향이 가능한데, 업 스핀과 다운 스핀을 1과 0에 대응시켜 양자 컴퓨터에 이용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스핀을 결정된 상태로 이용한다면 기존의 컴퓨터와 다를 바가 없다.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가 가진 스핀의 방향이 모호한 상태로 연산을 수행한다. 이 상태를 양자 역학에서는 양자 중첩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양자에 두 가지 성질이 모두 가능한 상태가 바로 양자 중첩이다. 이 양자 중첩도 관측에 의해 붕괴하여 하나로 결정된다.
양자 얽힘이라는 현상도 매우 중요하다. 두 개의 양자가 서로 다른 스핀을 가지도록 얽혀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한 양자가 업 스핀으로 관측되면 나머지 양자는 다운 스핀으로 결정된다. 두 번째 양자는 관측하지도 않았는데 파동의 성질을 상실한다. 이것은 아인슈타인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꽤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멀리 떨어진 두 양자가 얽혀 있으면 서로 멀어도 상호작용한다는 점이 첫 번째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고, 첫 번째 양자를 관찰하자마자 관찰하지 않은 두 번째 양자의 스핀 정보를 알게 된다는 것은 정보의 속도도 빛의 속도를 넘을 수 없다는 이론에 모순된다. 예컨대, 얽힌 두 양자를 하나는 지구에, 하나는 달에 두었다고 해보자. 관측 전에는 두 양자의 스핀을 모른다. 지구에 있는 양자를 관측하자마자 달에 있는 양자의 스핀 정보를 바로 알게 된다. 달에서 지구까지 빛이 도달하려면 약 1.3초가 걸리는데 양자의 스핀 정보가 더 빨리 도착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를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은 1935년 논문을 통해 양자 역학의 비완전성을 문제 삼았다. 훗날 여러 이론과 실험을 통해 양자는 멀리서도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 아인슈타인의 반박도 해소되었다.
<다음 칼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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