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나 만의 여행이 필요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589회 작성일 25-08-09 02:21

본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

요즘은 그야말로 여행자 천국의 시대이다. 시간이 되고, 경비를 충당할 수만 있다면, 아니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도, 여행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여행을 할 수가 있다. 가까이에 있는 주변도시부터 다른 주, 다른나라에 대한 여행이 보편화되고 일상화 된 지도 꽤 오래 되었다. 또한 여행정보도 홍수화 된 시대여서 여러 경로를 통하여, 전 세계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정말 쉽게 구할 수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세계의 모든 유명 관광지는 수 많은 여행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80년 박찬삼 교수라는 분이 당시로선 드문 세계 일주를 하고 신문에 여행칼럼을 썼는데, 독자들 대부분은 이질적인 문화에 큰 놀라움을 느끼거나, 지구 저편이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데, 큰 충격과 함께 경외감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일들이 많은 여행 유튜버들에 의해 비일비재하게, 시시각각 전달되다 보니, 이제는 뉴스도 아니고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요즈음 유행하는 여행 패턴을 보면, 현지인들과 어울리거나, 그곳의 문화를 진정으로 체험하는 것보다, 유명관광지나 구경하고, 먹방여행으로 획일화되는 경향이 짙다. 그야말로 여행이 아닌 관광인 것이다.


 지인중에는 세계 여행을 하며, 다녀온 곳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빨간색으로 표시를 해놓는다는데, 그 분의 목표는 죽기 전까지 세계지도를 모두 붉은색으로 물들이는거라고 했다. 난 그 얘기를 들으며, 어디를 다녀온 것이 그렇게 중요한 가 되묻고 싶었다. 그냥 비행기를 타고 단체관광객 중 한 명으로 가서, 오대양 육대주를 모두 섭렵한 것이 진정으로 다녀온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모두는 아니겠지만, 우리 한국 사람들은 방점 찍은 걸 아주 좋아하는 민족이다. 내가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느꼈는지 보다, 내가 어딜 다녀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국에 사는 친구는 해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데, 올해는 동유럽을 갈 것이라고 했다. 친구에 의하면, 서유럽, 지중해, 남유럽에 속하는 나라는 모두 다녀왔고, 러시아와 중국도 방문했으니, 이제 남은 건 동유럽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친구와 여행 얘기를 하다보면, 여행사에서 예약한 숙박시설에서 자고, 먹고, 그곳에 사는 가이드 말을 전할 뿐이다. 여행의 묘미는 불확실성에 있는데, 모든 걸 야무지게 계획한 여행사 스케쥴에 맡기다 보니, 내 개인의 경험은 생길 수가 없다. 버스를 놓쳐 미지의 도시에서 숙박을 하거나, 비오는 날,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낯선 도시를 헤매는 경험 따위는 있을 수 없고, 그저 관성처럼 관광객들을 대하는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실컷 만나고 올 뿐이다.


어딜 가든지 여행객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단순하게 그저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사람도 있고, 떠다니는 광고에 혹해서, 무작정 길을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최근 몇 년동안 여행 하면서 느낀 소회는 일단 너무 알려지거나 유명한 곳은 안가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그리스 산토리노의 우아한 풍경은 그냥 엽서일뿐, 골목마다 인산인해요, 그곳을 빠져나오는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으며, 스페인 성가족 성당 역시 넘치는 관광객으로 인하여, 내가 본 것은 현란한 스테인드 글라스 아래 세계 각국의 언어가 바벨탑처럼 요란했다는 것뿐이었다. 일본 역시, 오사카 도심은 아예 가고 싶지도 않았다. 복잡한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도톤보리에 가서 남들처럼 글리코맨 앞에서 사진을 찍고, 유명하다는 타코야키,오코노미야키,쿠시카츠를 먹기위해 정신없이 줄을 서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세상은 내가 여행을 가지 않아도, 여행객들로 수두룩하다. 하지만, 진정한 여행을 하려면, 당신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혼자만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면, 나만의 경험은 돈으로 살 수없으니까. 새로운 세계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니까, 흔히 여행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더 잘 살기 위해서 떠나는 거라고 말한다. 왜냐면 우리는 끊임없이 류시화의 <길 위에서의 생각처럼> 길 떠난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사람은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하면서 사니까 말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lt;…
    문학 2025-10-18 
    얼떨결에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주 한국 소설협회 회장을 맡고 나서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리더쉽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미주 소설가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주 등 다른 주에 거주하는데, 이 먼 텍사스에서 소설협회에서 필요한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
    문학 2025-10-11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기조는 ‘미국 우선주의’였다. 오랜 세월 미국이 감당해온 무역적자의 해법으로 고율 관세 정책을 내놓았고, 2025년 1월 20일 취임식과 동시에 트럼프는 관세 부과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 순간부터 내게도 태평양을 건너오던 따뜻한 손길…
    문학 2025-10-03 
    호숫가를 거닐다 돌아오는 데, 잔디밭과 보도블록 틈새에 종이가 꽂혀 있었다. 반으로 접힌 모양새가 지폐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바람에 뒤척이던 종이가 속을 열어 보였다. 온기가 사라진 파워볼 복권이었다. 당첨되었다면 귀한 대접을 받았을 텐데, 버려진 걸 보니 떨어…
    문학 2025-09-27 
    ​ 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l…
    문학 2025-09-20 
    해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 엘에이에서 열리는 미주 문학캠프는 미주 문인들의 가장 큰 축제이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알라스카, 하와이, 텍사스 등 미 전지역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회원들이 모이며, 2박 3일의 캠프와 3일간의 문학여행도 포함된다. 특히 해마다 국내…
    문학 2025-09-13 
    한국에 나와있다. 서울이 이렇게 더웠던가. 조그만 양산 그늘을 믿고 주민센터와 은행 일들을 보러 동네를 돌아다닌 날, 집에 와 거울을 보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목덜미까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찜질방 불한증막에서 나온 듯한 몰골이었다. 마지막에 들렀던 반찬 가게…
    문학 2025-09-06 
    축구장을 찾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박찬호와 추신수 덕분에 야구장은 여러 차례 가보았지만, 축구장은 쉽사리 인연이 닿지 않았다. 더구나 한여름의 땡볕 아래 달라스의 경기장을 찾은 것은 내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경기는 저녁 7시 30분에 시작이었지만, 해가 아직 머…
    문학 2025-08-30 
    오랜만에 전축을 열고 비틀즈 판을 올렸다. 야전이라고 불리던 야외용 미니 전축인데, 바늘이 LP판을 긁으며 흘러나오는 소리가 정겹다. 요즘 음원의 깔끔한 소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약간의 잡음, 떨림, 그리고 의도치 않은 미세한 숨소리 같은 울림이 주는 편…
    문학 2025-08-23 
    고대진작가◈ 제주 출신◈ 연세대, 워싱턴대 통계학 박사◈ 버지니아 의과대학 교수, 텍사스 대학 , (샌안토니오) 교수, 현 텍사스 대학 명예교수◈ 미주 문학, 창조 문학,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무원 문학상, 미주 가톨릭문학상◈ 에세이집 &lt;…
    문학 2025-08-16 
    요즘은 그야말로 여행자 천국의 시대이다. 시간이 되고, 경비를 충당할 수만 있다면, 아니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도, 여행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라면,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하여, 여행을 할 수가 있다. 가까이에 있는 주변도시부터 다른 주, 다른나라에 대한 여행이 보편…
    문학 2025-08-09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또다시 눈을 떴다. 창밖에선 밤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한국과의 시차는 열네 시간. 밤낮이 바뀌어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거듭되는 소음에 뒤척이다 그냥 일어나 앉았다. 암막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한밤중이건만 요란하게 경광등…
    문학 2025-08-01 
    아스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설레임에 풍성한 여행계획과 여행의 만족을 기대 하면서 특히 록키 산속의 아름다운 뮤직텐트에서 최고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흥분감에 긴 장거리 여행의 피곤함은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창가로 끝없이 펼…
    문학 2025-07-26 
    “속이 다 시원해. 십 년 묵은 체증이 이제야 내려간 것 같아!” 밤늦은 퇴근이었지만, 집에 오자마자 불을 켜고 뒤란으로 나갔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참아왔던 날이 드디어 오늘이었다. 끝내 참지 못하고 뒤란 정원을 깨끗이 뒤엎어 버렸다. 능소화가 한창이었지만, 정원에 퍼…
    문학 2025-07-26 
    지난 독립기념일, 텍사스 중부 힐 컨트리 지역에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다. 5일 새벽 과달루페강(Guadalupe River) 수위가 45분 만에 26피트가량 상승하면서 강물이 범람하여 큰 홍수로 이어졌다. 이번 재해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커 카운티(Kerr Cou…
    문학 2025-07-19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