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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졸업자 실업률 9년 만에 최고치… 한인 사회도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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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가 보장해주지 않는다” – 청년들, 더 거센 취업 장벽에 맞서다
신규 졸업자 실업률 9년 만에 최고치… 한인 사회도 직격탄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첫 직장의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는 데이터가 속속 나오고 있다. 노동시장 둔화의 직격탄은 막 사회에 진출하려는 청년층에게 가장 크게 미치고 있으며, 일부 연구기관은 현 상황을 두고 “젊은 졸업자에게는 기회의 땅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최근 “해고도, 채용도 적은 환경”이 청년층의 취업을 특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첫 직장에 막힌 문
조지타운대학을 졸업한 크리스티나 살바도레(23)는 뉴욕의 패션이나 뷰티 업계에서 경력을 시작할 거라 기대했지만, 수백 건의 지원과 수십 번의 네트워킹에도 아직 정규직을 얻지 못했다. 현재는 생활비를 위해 파트타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사람들이 ‘지금 뭐 하고 있어?’라고 물어볼 때 정말 기분이 좋지 않다”고 살바도레는 말했다. “지금은 부모님 집에서 하루 종일 링크드인(Linked-In)만 붙들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은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데이터를 보면 최근 대학 졸업자들이 첫 정규직을 구하는 데 유독 고전하고 있으며, 이들의 상황은 거시 지표에도 반영될 정도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신규 진입자(new entrants)’ 실업률은 올해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전체 실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한인 청년들도 같은 어려움 처해
미국 내 한인 청년들도 주류 사회와 다르지 않게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일부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가업을 이어받는 길을 택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모 씨(32)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고 미국 회계회사에 입사했으나, 낮은 급여로 인해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직장 월급이 아버지의 코인세탁소를 도우며 벌던 수입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아버지의 사업체를 물려받아 직접 코인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사례는 한인 사회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많은 한인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주류사회로 진출하기보다는 가업을 잇거나 자영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한인 1세대의 사업체들도 불황을 겪으면서, 그 선택마저 쉽지 않은 현실에 놓여 있다.
“학위의 기본 약속 무너져”
노동시장 연구기관 버닝글라스 인스티튜트의 가드 레바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학사 학위가 더 이상 화이트칼라 일자리로 가는 기본 약속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20~24세 학사 학위 소지자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며, 고졸 인력과의 격차가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좁혀졌다. 레바논은 “학사 학위에 대해 분명히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
틱톡 등 SNS에서는 졸업 후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의 경험담이 하나의 하위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부모 집으로 돌아가거나, “경력 3년 이상”을 요구하는 초급 직무 공고에 좌절하고, 지원 후 연락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공유한다. 일부는 이를 “크래싱 아웃(crashing out)”이라 부르며 정서적 피로감을 드러낸다.
보스턴칼리지 졸업생 마이클 하트먼(23)은 약 10개월간 취업에 실패한 뒤 심지어 점술가에게 진로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이스주립대학 마지막 학기에 있는 에마 자트쿨락(21)은 “몇 주 전부터 예정보다 훨씬 빨리 지원을 시작했다”며 학업과 두 개의 아르바이트 사이에서 면접 일정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지난 두 달 동안은 마음이 한 번도 편안하지 않았다.”
노동시장 전반의 경고 신호
정부 자료에 따르면 8월 채용과 퇴직 모두 둔화됐다. 9월 통계에서는 장기 실업자(27주 이상) 수가 전년 대비 약 25% 급증했다. 다만 이번 주 예정됐던 일부 노동부 자료는 셧다운으로 지연되고 있다.
레바논은 “학사 학위 소지자가 늘어난 반면, 이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는 따라가지 못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향후 대학 진학률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초급 지식노동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22~25세 구직자의 고용은 13% 줄었다. 월마트, 액센추어 등 대기업 경영진도 AI가 인력 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대형 기술기업에서는 경력 없는 신규 채용이 2019년 대비 50% 이상 줄었고, 스타트업에서는 47%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확산으로 인한 직장내 현실
대기업에 근무 중인 한인 동포 A씨(51)는 “본사에서 새로운 AI 시스템을 적용한 툴을 개발해서 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하면서 바로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며 “경력이 있는 직원들보다는 입사한지 6개월 내외의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전했다. 결국 새롭게 도입된 AI 시스템이 미숙련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의 현실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불안과 자존감 저하
시카고 연준이 발표한 새로운 노동시장 지표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은 4.34%로 집계됐다. 이는 8월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2021년 10월4.4%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신규 고용은 급격히 위축됐다. 2025년 들어 지금까지 신규 고용은 단
20만 4,939명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의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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