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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 전략이 뒤바꿀 향후 10년 미국 경제 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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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수입만 올해들어 1천억달러 돌파, 글로벌 기업들 속속 미국내 생산시설 발표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무역 제재가 아니다.
세계 각국과의 대규모 투자 협정을 엮은 ‘관세-투자 패키지’는 지금껏 없던 새로운 방식의 경제 전략이다.
세금으로 돈을 걷고, 협상으로 공장을 세우며, 기술과 고용을 되살리는 이 방식은 “미국 중심의 글로벌 재편”을 목표로 한다. 그 파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 관세 수입, 재정의 새 주인공이 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관세는 미국에 돈을 벌어주는 최고의 수단”이라며 무역장벽 강화를 주장해왔다. 그 구호는 이제 현실이 됐다.
재무부가 발표한 2025년 5월 자료에 따르면, 단 한 달간의 관세 수입만 23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70%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수입은 이미 1천억 달러를 돌파, 이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간 3천억 달러 수입도 무난할 전망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전체 연방 세수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에서 5%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세금 구조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관세가 ‘제재 수단’이 아닌 ‘국가 수입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 수입만 늘린다면 반쪽짜리 전략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동맹국들을 상대로 투자 협정을 포함한 관세 패키지 딜을 제안했고, 이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과의 협정으로 관세율은 핵심 품목(자동차, 반도체, 제약)에 대해 15% 고정됐고,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 AI 연구센터, 바이오제약 제조기지 등에 5,500억 달러의 투자를 받게 됐다.
한국과의 협정으로 조선 및 해양플랜트에 1,500억 달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AI 산업에 2,000억 달러의 투자 등 총 3,500억 달러의 투자를 받고 1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
유럽연합과도 관세를 평균 15%로 조정했고 자동차 갈등을 타결했다. 또한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미국산 LNG 및 재생에너지 기술등 대규모 구매를 포함시켰다.
이러한 협정은 단순히 돈을 들여 공장을 짓는 차원을 넘어선다.
기술·에너지·산업 안보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재편이며, 각국 입장에서도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 글로벌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돌아온다
이 협정들의 파급력은 실제 산업 지형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등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에 나섰고,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조지아, 텍사스, 켄터키 등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일본과 유럽은 수소·풍력·태양광 관련 에너지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해양시설 및 LNG 운송선 제작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생산시설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을 넘어, 공급망 자체를 미국으로 돌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전략산업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탈피해 미국 내 자립적 체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번 협정을 통해 직접 고용 약 240만 명, 연관 산업 고용 포함 시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텍사스, 조지아, 미시간, 켄터키 등 제조업 기반이 있었던 지역에 신규 공장과 첨단 기술단지가 다시 들어서면서, 쇠락하던 러스트벨트(Rust Belt)의 재건도 기대되고 있다.
기술 주권 확보, 미국이 다시 중심에
더 중요한 변화는 ‘기술 독립성’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기술의 설계·R&D에 집중하고, 생산은 아시아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팬데믹과 미중 갈등은 생산 없는 기술 강국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번 전략은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다.
AI, 반도체, 양자기술, 바이오, 배터리, 에너지 등 미래 10년의 기술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에서 미국이 설계-생산-공급망-소비자 시장까지 자국 내에서 완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는 것이다. 경제 전략은 곧 외교 전략이다. 이번 관세-투자 패키지는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경제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동시에 실행하는 이중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한국, EU는 미국과의 협정으로 미국 시장 접근권을 확보한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은 고율 관세만 부과받는 경제적 배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는 사실상 경제판 미니 나토(Eco-NATO)로 불릴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유럽의 안보 협력이 경제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우려의 목소리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미국과 협정 미체결국들과의 무역 갈등은 WTO 제소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외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 내 투자 비용과 규제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 주머니에서 돈을 걷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1인당 600달러 환급 체크 지급, 소비재 분야에는 관세 제외 또는 세율 조정 등을 통해 저소득층 부담 완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 향후 10년, 미국 경제의 새 지도를 그리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략을 “단순한 무역 전쟁이 아닌, 미국 경제의 재설계 작업”이라고 평가한다.
재정 수입 확보 (관세),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협정), 고용 확대 및 기술 내재화 (산업 구조), 중국 견제 및 동맹 강화 (지정학 전략) 등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묶은 이번 전략은 향후 10년 미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거대한 경제 실험은 성공하기 위해 정교한 통상 관리, 소비자 부담 완화, 글로벌 외교 전략 조율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만 봐도 분명한 건 있다.
미국은 다시 세계의 중심을 노리고 있고, 그 첫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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