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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에서 태어나야 시민권 받나?” 출생시민권 원칙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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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에 대법원 ‘절반 승인’ , 출생 주에 따라 시민권 부여 여부 달라질 듯
2025년 6월 30일, 미국 내에서 출생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원칙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초기에 서명한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의 최근 판결로 인해 일부 주에서 시행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헌법 제14조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민권을 주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이중 시민권 체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 대법원 판결로 ‘행정명령 시행 지역’과 ‘유예 지역’ 나뉘어
6월 28일, 연방대법원은 6대 3의 보수 성향 다수 의견으로 하급심이 내린 ‘전국 효력 가처분 명령’은 권한을 넘은 것이라며 이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즉, 소송에 참여한 22개 주에서는 여전히 행정명령의 효력이 중지된 상태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28개 주에서는 30일 이후부터 행정명령의 시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출생시민권 제도가 주별로 다르게 운영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며, 특히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등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는 해당 행정명령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문제의 행정명령: ‘불법체류자·임시체류자 자녀, 시민권 부여 제외’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20일, 백악관 복귀 첫날 행정명령 14160호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부모가 불법체류자 또는 임시 체류자(예: 유학생, 취업비자 소지자, 관광객 등)일 경우, 해당 부모가 미국 내에서 출산하더라도 자녀에게 자동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1868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서 규정한 출생시민권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치다.
해당 조항은 “미국에서 출생하고, 이 나라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남북전쟁 후 흑인 노예 후손의 시민권 보장을 위해 도입된 조항이다. 이후 1898년 Wong Kim Ark 판례를 통해, 이민자의 자녀에게도 동일하게 시민권이 부여될 수 있음이 확립되었다.
■ 대법원 판결의 ‘진짜 의미’: 출생시민권 인정 여부는 보류 … 하지만 시행은 가능
이번 대법원 판결은 수정헌법 제14조의 해석에 대한 본안 판단이 아니다. 쟁점은 오직 하급심 법원이 전국 효력의 가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느냐는 절차적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수 성향의 다수 의견은 “지방법원은 해당 사건의 당사자에게만 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 전국 모든 주를 대상으로 효력을 발휘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현재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28개 주에서는 3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 트럼프 행정명령이 효력을 갖게 된다.
■ 출생지에 따라 시민권이 갈리는 미국? 이민자 사회, 커지는 불안
이러한 판결은 미국 시민권의 적용이 주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민자 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출산을 통해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려는 ‘원정 출산’ 수요가 높은 한국, 중국, 중남미 출신 부모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텍사스에서 유학생 부부가 자녀를 출산할 경우, 30일 후에는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을 수 있다.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부모 모두가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아닌 한, 출생지에 관계없이 자녀는 미국 시민이 될 수 없다.
즉,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두 명의 아이 중, 한 명은 시민권을 받고 다른 한 명은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헌법과 연방제의 본질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본안 판단은 아직 남아 있다
이번 판결로 행정명령 시행이 가능해졌다고는 해도, 시민단체들과 이민자 권익 단체들은 다양한 방식의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부분적 가처분 (Limited Injunction):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한해 행정명령의 효력을 제한
•집단소송 (Class Action): 영향받는 집단 전체를 대표해 제기하는 대규모 소송
•본안 소송: 궁극적으로 대법원이 수정헌법 제14조의 적용 범위를 직접 판단해야 할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
따라서, 향후 미국 대법원이 출생시민권의 본질에 대해 본격적인 판단을 내리는 날이 다가올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행정명령의 효력 문제가 아니라, 미국 헌법의 기초 원칙 중 하나인 시민권의 정의와 적용 대상을 다시 쓰는 일이 될 수 있다.
■ 출생시민권은 여전히 ‘진행 중인 논쟁’
이번 대법원 판결은 미국 시민권 제도를 둘러싼 법적·정치적 대결의 서막에 불과하다.
법적으로는 절차적 판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적 해석의 폭을 넓히는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크다. 특히 이민자 사회, 유학생, 취업비자 소지자, 해외 예비 부모들에게는 삶의 기반과 자녀의 미래가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시민권은 태어난 그 자체로 주어지는 권리인가, 부모의 신분에 따라 제한되어야 하는 특권인가?’
이 질문에 대한 미국의 답은, 이제 몇 년에 걸친 법적 싸움과 정치적 대립 속에서 천천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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