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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원 NBC TV방송 기자, “총격 현장에서 깨달은 기자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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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아메리칸의 당당한 발걸음, 4살 때 이민 … 에미상 지역 부문상 수상
휴스턴의 NBC 계열 방송국 KPRC 2에서 기자로 활약 중인 정재원 기자는 주류 언론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보기 드문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최근 KAPN 청소년 멘토링 세미나 강연자로 초청돼,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도전과 경험을 전하기 위해 달라스를 찾았다. DKnet은 강연을 앞둔 정 기자를 직접 만났다.
◈‘너무 미국인’과 ‘너무 한국인’
부산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이민 온 그녀는 뉴저지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그 시절만 해도 제 또래들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몰랐어요. 중국인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한국이 어딘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오징어게임’과 K팝 덕분에 한국의 위상이 눈에 띄게 높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정 기자는 뉴저지에선 ‘너무 한국인’이라는 말을, 캘리포니아 한인 커뮤니티에선 ‘너무 미국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는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나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됐어요.”
◈약학에서 방송 저널리즘으로
정 기자는 처음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약학을 전공했지만 1년 만에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달았다. 글쓰기와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전공을 영화로 바꿨지만, 졸업 후 취업의 벽은 높았다.
그녀는 “영화 작가는 직업이라기보다 취미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고, 학교 방송국에서 일하게 된 것이 기자의 시작이었죠. 학생 기자로 큰 사건을 취재하며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라고 진로를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휴스턴까지
정 기자의 기자 인생은 오리건에서 시작됐다. 이후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현재 휴스턴까지, 그는 각기 다른 색깔과 이야기를 품은 도시들을 무대로 발로 뛰며 기록을 남겨왔다.
라스베이거스 시절, 그는 기자 인생의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지역 사회를 뒤흔든 정치인의 지역 신문사 기자 살해 사건을 심층 취재해 에미상 지역 부문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상보다 더 깊게 남은 기억은 또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주립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이었습니다. 한 학부모가 다급하게 제게 다가와 ‘우리 아이가 괜찮은지 알려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순간, 기자라는 직업이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희망의 끈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는 기자라는 직업이 TV 속 멋진 리포트 장면만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운동화를 신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건 기본이고, 전화기를 붙잡고 취재원을 설득하거나, 폭염 속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견디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람들을 도울 수 있고, 때로는 법과 정책을 바꾸는 힘이 이 일에 있기 때문이죠.”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정 기자는 강연 내내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단 한 문장을 강조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저 역시 처음에는 어머니가 원하신 길을 따라 약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1년 만에 제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과감히 방향을 바꿨습니다. 당장 뚜렷한 목표가 없더라도, 스스로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일을 꾸준히, 성실히 해나가다 보면 반드시 길이 열립니다.”
그는 ‘성실함’과 ‘끈기’가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조언했다.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자부심
정 기자는 한인 청소년들에게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결코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때로는 차별과 편견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는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진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큰 자산이라는 걸 압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언어와 문화를 가진 민족입니다. 그 정체성을 숨기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길 바랍니다.”
그는 또한 부모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저희 어머니도 제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나름의 기대가 있었지만, 끝까지 강요하지 않으셨어요. 그 덕분에 저는 기자라는, 저만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자녀에게 과도한 압박을 주기보다, 스스로의 길을 찾아갈 시간을 주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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