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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민 사회 무차별 추방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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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자, 영주권자 단속 본격화 … 이민자에겐 추방의 시대”
“트럼프 행정부, 일부 영주권 신청 절차 중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이민자 사회 전반에 다시 ‘추방의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불법체류자 단속과 국경 관리 강화, 외국인 입국 심사 강화 등의 조치를 재가동하며, 사실상 강경 이민정책의 전면 복원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수십 년간 미국에 거주해 온 영주권자들이 과거의 전과 기록이나 해외 체류 이력으로 입국이 거부되거나 추방 심리에 회부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대학 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여한 외국인 유학생들과 영주권자들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표적이 되어 구금·추방 절차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민 단속은 단지 불법 체류자에 국한되지 않고, 시민권 미취득 영주권자, 장기 거주자, 심지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외국인 유학생까지 아우르며 그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이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은 한층 조직적이고 공격적”이라며, 이민자의 법적 권리 보장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례1.고령 영주권자 입국시 영주권 포기 강요 사례 늘어
최근 미국 공항에서 고령의 영주권자들이 입국 심사 과정에서 영주권 자진 반납을 강하게 압박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겨울철을 해외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고령 이민자들이 세관국경보호국(CBP)로부터 ‘영주권 자발적 포기’ 서류(Form I-407)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구금이나 추방 경고를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이민국적법(INA)에 따르면, 합법적 영주권자(LPR)가 180일 이상 미국을 떠나 있었던 경우, 이는 ‘재입국’으로 간주되며 입국 거부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년 이상 해외 체류 시 영주권 포기(영주권 ‘버림’) 문제로 이어지지만, 최근에는 몇 달 동안 해외에 머무른 경우도 CBP의 강한 심사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인도계 영주권자들 사이에서 보고되고 있지만, 한국을 장기간 방문하는 한인 고령 영주권자들 또한 동일한 상황에 놓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민 변호사들은 “법적으로 영주권은 이민 판사만이 박탈할 수 있으며, 공항에서 자발적으로 포기 서명을 하면 법적 대응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며 “절대 서명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법원에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사례2.한인 대학생 정 모씨 추방 사건, 미주 한인사회 충격
미국 내에서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한 한인 영주권자 대학생이 추방 위기에 처하면서, 미주 한인사회에 충격이 번지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에 재학 중인 21세 한인 영주권자 정윤서 씨는 지난해부터 캠퍼스 내에서 진행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해 왔다. 그러다 지난 3월 5일, 그는 대학 본부 점거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뉴욕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이민세관단속국(ICE)은 그의 체류 신분을 취소하고 추방 절차를 추진했다.
정 씨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연방법원으로부터 일시적인 추방 중단 명령을 받아낸 상태다. 하지만 그의 사례는 영주권자 자녀를 둔 한인 부모들에게 큰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내 아이도 표현 하나 잘못했다가 추방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 무섭다”는 한 학부모의 말처럼, 이번 사건은 미주 한인사회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정 씨처럼 미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 거주하며 교육을 받아온 상황에서, 대학 내 정치적 의견 표출이 ‘위법 행위’로 연결되는 점에 대해 한인 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례3.정기 이민 체크인 불안 증가’(ICE Check-In)
이민자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에 따라 ‘정기 이민 체크인’(ICE Check-In)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엔젤레카 살라스 인권 이민자 권리 연합(CHIRLA) 사무총장은 “텍사스, 시카고, 플로리다 등에서 불체자들이 정기 이민 체크인 중 구금 및 추방된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정기 이민 체크인은 불법체류자나 추방 유예 상태에 있는 외국인이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요청에 따라 정기적으로 출석해 자신의 체류 상태와 거주 정보를 보고하는 절차다.
이민 절차가 진행 중인 개인들이 주요 대상이며, ICE는 이 면담을 통해 추방 일정 통보, 체류 연장 여부 판단, 거주지 확인 등을 진행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범법 행위가 없는 이민자가 갑작스럽게 구금되거나 추방 명령을 받는 사례가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체크인을 앞둔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극심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자녀가 시민권자인 경우, 부모는 체류 연장 신청을 한 채 추방이 유예된 상태로 몇 달에 한 번씩 정기 체크인을 하며 미국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처럼 정치적으로 긴장이 높아지는 시기에는 이 절차 자체가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이민단체 관계자는 “행정 절차를 밟고 있더라도 현재 분위기상 언제든 추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공포가 있다”며 “정기 체크인이 단순한 행정 보고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여겨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례4.“묻혀있던 전과, 돌아오는 길에 문제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강화 움직임 속에서, 수십 년 전의 경미한 전과로 인해 추방 절차에 놓인 고령 영주권자의 사례도 나타났다.
64세의 루엘린 딕슨(Lewelyn Dixon)은 미국에서 50년간 합법적으로 거주해온 영주권자로, 워싱턴대학교 병원에서 실험실 기술자로 근무하며 가족을 부양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고향 필리핀을 방문한 뒤 시애틀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ICE에 의해 체포돼 현재 구금 상태에 있다. 딕슨은 오는 7월 이민 심리를 앞두고 있다.
구금 사유는 2000년에 발생한 소액 횡령 사건으로, 그는 당시 은행에서 총 6,460달러를 무단 인출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고, 법원의 명령에 따라 30일간 보호관찰소에 수감된 뒤 전액을 배상했다. 2019년 모든 보상을 마쳤고 이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CBP가 이 기록을 확인하고 ‘입국 부적격 사유’로 판단한 것이다.
딕슨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지만, 필리핀에 남겨둔 토지와 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권 취득을 미뤄왔다. 그의 변호사는 “해외여행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민권의 중요성을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타코마에 위치한 ICE 구금 시설에 수감 중이며, 가족들은 그녀가 가족의 중심이자 생계의 기둥이라며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실직과 연금 손실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 하에서 영주권자들조차 수십 년 전의 전과로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 일부 영주권 신청 절차 중단 및
IRS와의 세금 정보 공유 협정 추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정책 강경 기조를 이어가며, 일부 영주권(Green Card) 신청 절차를 일시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CBS 뉴스에 따르면, 이번 중단 조치는 이미 승인을 받은 난민 신청자들까지 포함되며, 백악관은 이민자들에 대한 심사와 검증을 더욱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국토안보부(DHS)는 “사기, 공공 안전, 국가 안보 관련 우려 해소 전까지 이민서비스국(USCIS)이 일부 영주권 신청을 일시 중단한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신분 조정(Adjustment of Status)을 통해 영주권 신청을 진행 중이던 망명자 및 이민자들이 법적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이 조치를 이민법의 정치적 악용 가능성으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권리센터(Center for Constitutional Rights)의 변호사 사마 시세이(Samah Sisay)는 “한인 정 모 씨의 사례를 비롯해, 정부는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자를 그들의 ‘발언’을 근거로 겨냥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 의견을 억누르기 위해 이민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연방 국세청(IRS)과 이민세관단속국(ICE) 간의 세금 정보 공유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지난 26일(수) ABC 뉴스에 따르면 양 기관은 기밀 세금 데이터베이스 접근 방식에 대한 협의를 최종 조율 중이며, 협정이 체결될 경우 ICE는 불법체류가 의심되는 인물 명단을 IRS에 전달하고, IRS는 이를 자체 세금 자료와 대조하게 된다.
하지만 납세자 정보를 이민 단속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IRS 내부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방 세법 제6103조에 따르면 IRS는 납세자의 정보를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유지해야 하며, 법원 명령 또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한 외부 기관에 제공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체결될 경우, IRS의 중립성과 납세자 신뢰가 훼손될 수 있으며, 이민자 대상 단속이 제도적 차원에서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은영 기자ⓒ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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