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김미희 시인의 영혼을 위한 세탁소] 감격과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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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이란, 오직 자기 자신과 대상과의 관계에 깊이 몰입할 때 찾아오는 강렬한 감정이라고 합니다. 가깝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것, 눈에 보이지만 손에 넣기 어려운 순간. 특히 스포츠에는 신기록과 우승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감격의 순간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제23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가 오는 6월 20일부터 3일간 달라스에서 열립니다. 오늘은 달라스 선수단의 출정식이 있었습니다. 넓은 교회 체육관에 하나둘 모여드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나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모여든 걸까요? 또 어디에서 이토록 다양한 이들이 함께 운동하고 교류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던 걸까요? 한 번 모이면 천 명이 넘게 모인다니, 운동이라면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살아온 나에겐 그저 놀라운 일입니다. 더욱이 그 종목도 다양하기 그지없습니다. 눈 뜨면 일하러 나갔다가, 눈 감으러나 집에 들어오는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느껴졌습니다. 남들 다 한다는 골프채조차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나에게, 운동이란 말 그대로 숨 쉬는 일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런 나에겐 그들이 딴 세상 사람들처럼 보일 수밖에요.
달라스 선수단은 17개 종목에 약 4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다고 합니다. 오늘 출정식에는 그중 250여 명의 선수가 각자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미주체전에서의 우승을 다짐했습니다. 출정식에 참석하지 못한 선수들 또한,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숨을 몰아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선수단은 초등학생부터 60세를 넘긴 장년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모두 하나같이 건강한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그 결실을 바라며 살아가는 사람은, 나이와 관계없이 언제나 청춘이라고요. 같은 목표를 향해 묵묵히 함께 달려가는 사람들. 서로가 경쟁자이자 동료인 사람들. 혼자가 아닌, 함께여야만 완성되는 여정. 그런 이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스포츠 아닐까요? 뛰는 사람도, 응원하는 사람도, 하나로 모아 감동의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니까요.
이번 대회에는 33개 도시에서 약 3천여 명의 선수가 17개 종목에 참가한다고 합니다. 달라스는 이들로 북적일 예정입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더불어, 전라남도 교육청 소속 선수단도 볼링, 골프, 수영, 육상 등 4개 종목에 19명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개막식에는 전북 국악단의 특별 공연을 비롯해, 한인 예술 단체들도 무대에 올라 다채로운 달라스의 K-컬처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체육 축제의 꽃은 단연 ‘선수단 입장식’입니다. 각 도시마다 색다른 연출로 꾸며져 한자리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는 진귀한 순간입니다. 과연 어느 도시가 입장상을 가져갈지, 그 점수를 매겨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입니다.
모든 행사가 그러하듯,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번 행사에도 1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북텍사스여성회의 큰 수고가 절실합니다. 특히 교회협의회에서 대회 기간 동안 선수단과 관계자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고 하니, 이 또한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달라스 한인 모두의 축제입니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그들은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세대의 끈을 이어줍니다. 한 어르신 부부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육상선수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60년대의 전설이었고, 또 어떤 여성분은 25년째 미주체전에서 달라스 대표로, 한국 전국체전에서는 미국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취미로 시작해 선수가 되었고, 또 어떤 이는 대한민국 체육사에 이름을 새겼습니다. 이들은 종목을 떠나 서로의 경기를 돕고, 자원봉사자로 나서기도 합니다. 그것이 이 대회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꽃 한 송이를 피우는 일은 가슴 뛰는 일입니다. 마른 침 삼키며, 숨이 차도록 달려야 피워낼 수 있는 일입니다. 꽃대 하나 밀어 올리는 일이 이렇게도 절절한 기쁨이라니요. 온몸으로 품었던 혼과 열정을 원 없이 토해내는 일, 그만큼 뜨겁고 두렵고 아픈 일이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토해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허공에라도 울컥 뿜어내는 것. 그게 꽃이라면, 그 절절함이 바로 아름다움의 근원일 것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스로에게 맞는 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안도하며 살아갑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스스로를 달래고, ‘포기’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선을 가뿐히 넘는 이를 만나면 감격하고,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선을 다시 긋게 됩니다. 일상 속 자잘한 감동이 스며드는 그 순간,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만납니다. 그리고 결심하게 됩니다. 내 스스로 정해놓은 경계를 넘어, 우선 걷는 운동이라도 시작해보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달라스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 선수들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내면의 세계를 꽃으로 피워낸다면, 선수들은 온몸이 곧 꽃입니다. 꽃은 꽃다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나답게 피워낸다는 것, 얼마나 고된 일입니까. 하물며 여럿이 함께 피워내야 하는 꽃은 어떻겠습니까. 그래서일까요. 열정으로 어우러져 피어난 꽃은 향기가 깊고, 무리 지어 피는 꽃은 어디서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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