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Jaap Van Zweden과 함께 쇼스타코비치를 만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여행 댓글 0건 조회 117회 작성일 25-05-10 05:53

본문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오종찬(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작곡가)

소중한 유타(Utah)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달라스로 돌아오니 텍사스 5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아직도 쌀쌀한 텍사스의 이상 기후가 메마른 땅을 흠뻑 적시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선 유타주의 주도인 솔트 레익 시티(Salt Lake City)에 있는 몰몬 태버내클 합창단(Mormon Tabernacle Choir)의 리허설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소중한 음악을 여행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음악이란 인간의 삶의 가장 깊은 곳까지 터치할 수 있는 마력을 지녔나 봅니다. 종교를 떠나 음악을 그리 알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않던 동료의 가슴을 울렸으니 말입니다. 명지휘자 ‘유진 노르만디’가 가장 사랑했던 몰몬 태버내클 합창단의 화음에 종교를 떠나서 잠시 이런 멋지고 아름다운 화음을 가진 합창단을 가진 솔트 레익 시티가 부러울 뿐입니다.


세상의 많은 모임들 가운데 완벽한 리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일 것입니다. 특히 오케스트라에서 만나는 지휘자의 역량이란 세상의 어느 단체의 리더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치 테버내클 합창단이 1853년부터 지금까지 일괄적인 소리로 그 하모니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솔트 레잌 시티엔 몰몬 태버내클 합창단이 있지만 달라스엔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달라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습니다. 이 오케스트라을 최고의 수준으로 이끌어 놓은 명 지휘자 ‘얍 판 츠베덴 (Jaap Van Zweden)’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2008년부터 10년동안 지휘봉을 잡으면서 달라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어 내었습니다. ‘얍 판 츠베덴’의 지휘는 매회마다 연주 티켓이 매진을 할 정도로 수많은 음악애호가를 열광시키고 시키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아쉬웠던 것은 2018년 시즌부터 얍 판 츠베덴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빼앗기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알렌 길벗(Alan Gilbert)’ 후임으로 ‘얍 판 츠베덴’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는 뉴욕필을 거쳐 지금은 한국에서 정명훈 지휘자의 바톤을 이어받아 서울 시향을 지휘하고 있습니다.이렇게 대단한 마에스트로를 옆에 두고 있을 동안 나의 시선이 먼 곳만을 바라봤던 무지가 아쉬울 뿐입니다. 

 

오랜만에 달라스에서 ‘얍 판 츠베덴’의 지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매회 연주 때마다 심사숙고하여 레파토리를 결정을 하는데 평범치 않은 곡을 도전적으로 선택하여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기도 하는 지휘자였던 그였기에 이번 5월1일 목요일부터 3일 토요일 까지 저녁7시30분에 Meyerson Symphony Center를 화려하게 장식할 레퍼토리는 러시아의 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31세 때인 1937년에 완성한 작품인 교향곡5번입니다.


러시아 혁명 20주기에 초연된 이 작품은 어둡고 음울한 1악장을 시작으로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는 듯한 격정적인 4악장에 이르는 구성으로 초연 당시 빛나는 승리의 쟁취, 투쟁 등의 내용을 음률로 담은 작품으로 쇼스타코비치가 그의 교향곡 15곡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며, 가장 많이 연주되는 레퍼토리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마지막 4악장 속에는 화려한 테크닉과 함께 선동적이며 러시아의 혁명적인 느낌이 강하게 선율에 표현되기에 ‘혁명’이라는 부제가 붙은 곡입니다. 순박한 모짜르트나 베토벤의 기교가 아닌 현대적인 테크닉이 들어있는 테크노 음악과는 같은 20세기의 마지막 교향곡 같은 느낌 말입니다. 누구나 고전음악이라 표현하지만 그 틀을 벗어버린 쇼스타코비치만의 천재적인 기교의 교향곡 5번 속에 녹아 있는 것입니다.


교향곡 시대의 마지막 거장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의 난해한 연주지만 지난 10년간 달라스 심포니와 같이 했던 마에스트로 ‘얍 판 츠베덴’의 멋진 곡 해석과 그를 기억하며 찾은 많은 팬들, 어느때 보다 한가로웠던 목요일 저녁에 만석인 심포니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우렁찬 기립박수는 다시 한국으로 떠나는 거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흘린 그림자를 길게 껴안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RSS
KTN 칼럼 목록
    소중한 유타(Utah)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달라스로 돌아오니 텍사스 5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아직도 쌀쌀한 텍사스의 이상 기후가 메마른 땅을 흠뻑 적시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선 유타주의 주도인 솔트 레익 시티(Salt Lake City)에 있는 몰몬 태버내클 합창단(…
    여행 2025-05-10 
    테네시주(Tennessee)를 여행하다 보면 이외의 곳에서 생소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달라스에 사는 많은 이들이 뉴욕의 동부 혹은 아틀란타의 남부로 자동차 여행을 하면서 도로 곳곳에 널린 미국의 유수 관광지나 역사의 흔적들을 놓치고 지나갈 때가 너무 …
    여행 2025-05-03 
    2025년이 시작이 된지 어느덧 5월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달라스의 봄은 미국의 어느 곳보다 빨리 찾아와 3월이면 벌써 온 대지에 봄기운이 가득하여 수많은 꽃 축제와 더불어 각종 페스티벌이 곳곳에서 시작을 알리곤 합니다. 특히 2월말부터 달라스 식물원(Dallas …
    여행 2025-05-01 
    예전의 텍사스의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변덕스럽고 가을처럼 선선한 날씨를 느끼며 달리다 보니 벌써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4월, 5월이면 텍사스에서는 왕성하게 활동하기 가장 적당한 기온을 유지하는데 곳곳에서는 각종 페스티벌이 우리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
    여행 2025-04-18 
    늘 새로움을 더하는 하루 하루가 우리 앞에 계단을 놓고 있습니다. 녹음이 우거지고 비로소 시작되는 텍사스의 무더위는 상쾌한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방금 찬물로 씻은 듯 시원한 미소로 여름을 맞이하기를 구하고 있다. 때로는 헉헉거리며 땀에 얼룩진 삶의 모습을 아무도 …
    여행 2025-04-11 
    2025년이 엊그제 시작이 되는가 싶더니 벌써 4월의 시작점에 와있습니다. 아직은 봄이 채 이른지 쌀쌀한 아침 기운에 살짝은 어깨를 움츠리지만 금세 하늘이 거치며 따스한 텍사스의 햇살이 온 대지에 충만한 생명의 빛을 선사합니다. 이번 봄은 얼마나 우리에게 많은 일들을…
    여행 2025-04-04 
    한 무리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태양아래 아름다운 짙푸른 초원이 있고 경치 좋은 산을 병풍 삼아 한가롭게 되새김질하는 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메마른 샘에 단비가 내려 졸졸거리는 샘물소리와 어우러진 목동의…
    여행 2025-03-28 
    드디어 완연한 봄입니다. 주위의 모든 만물이 슬슬 봄의 전령들을 보내고 봄을 예찬하는 노래들이 우리의 입가를 맴돌게 하고 있다. 지난3월초에 달라스 북쪽 오클라호마 주의 치카소(Chikasaw)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아직 완전한 봄의 기운과 초록의 향연을 완전하게 느끼…
    여행 2025-03-21 
    봄의 길목에 서서 바쁜 일상을 탈출하여 무심코 산과 물을 건너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3월과 더불어 시골길을 걷는 것은 탄생하는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며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의 멋을 몰래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곳곳에 기지개를 펴는 송송이 달려있는 새순 …
    여행 2025-03-14 
    유레카 스프링스(Eureka Springs) 여행을 하면서 보는 야산을 끼고 조그맣게 형성된 도시의 아기자기함, 그리고 곳곳에 이곳의 특색을 살려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이벤트들이 있지만, 산을 끼고 내려오는 수정처럼 맑은 이곳의 물을 보노라면 긴 여행의 피로를 말끔…
    여행 2025-03-07 
    핫 스프링스(Hot Springs)의 아침은 다운타운에서 216피트, 해발 1256피트 높이의 산에 위치한 핫 스프링스 마운틴 타워(Hot Springs Mountain Tower)에 비친 강렬한 태양빛 쇼와 같이 시작이 됩니다. 한적한 도시이지만 다운타운의 중심이라 …
    여행 2025-02-28 
    알칸소주의 유레카(Eureka) 지역은 오래 전에 스와니 인디언 부족들이 살고 있던 지역입니다. 미 대륙의 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한참 동안 미전역에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이곳에서도 미 대륙의 중서부에서 캘리포니아로 잇는 철도를 잇는 공사를 하고 …
    여행 2025-02-21 
    알칸사 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운트 메가진(Mount Magazine) 정상에서의 하룻밤은 무척 깊고 달콤합니다. 2700 피트가 넘는 산 위에서 알칸사의 넓은 대지를 내려다 보며 인간세계의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과 불빛 한 점 찾기 힘든 깊은 산속에서 별빛을…
    여행 2025-02-14 
    핫 스프링스(Hot Springs)를 보노라면 산은 호수를 품과 호수는 산을 담근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호수와 작지만 아담한 야산들이 매우 많습니다. 호수를 빙 둘러싸는 낮은 산들, 그리고 그 자태를 하나 하나 간직하고 있는 호수들…… 우리의 느낌…
    여행 2025-02-07 
    흔들리는 창밖에 잔잔히 내리는 비와 루이 암스트롱의 신비스럽고 따스한 트럼펫의 재즈 선율을 들으며 음악을 따라 나선 루이지애나 주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음악의 도시 뉴 올리언스(New Orleans)를 찾아 떠난 재즈여행, 달라스에서 20번 하이웨이를 따라 동쪽으로 …
    여행 2025-01-31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