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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Scarborough 르네상스 페스티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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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여행 댓글 0건 조회 164회 작성일 25-04-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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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 원장)

예전의 텍사스의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변덕스럽고 가을처럼 선선한 날씨를 느끼며 달리다 보니 벌써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4월, 5월이면 텍사스에서는 왕성하게 활동하기 가장 적당한 기온을 유지하는데 곳곳에서는 각종 페스티벌이 우리의 시선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4월 초에 시작하여 5월 마지막 주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스카보르 르네상스 페스티벌(Scarborough Renaissance Festival)은 달라스 인근에서 열리는 매우 권위 있고 유명한 페스티벌로 오늘은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가고자 합니다.


달라스에서 35번 하이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40분 정도 운전을 하다 보면 조그만 소도시 왁사치(Waxahachie)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을 지나 하이웨이 출구 399A에서 나가면 Farm to Market 66번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턴하여 5분 정도 운전을 하면 왼쪽으로 커다란 주차장이 보이고 스카보르 르네상스 페스티벌 입구가 나타납니다. 


 입구에서부터 이곳에 오가는 사람들의 복장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16세기 복장에 어떤 이는 칼을 차고 활을 메고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에 수도원의 수도승, 공주, 광대, 그리고 귀족과 하인 등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복장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모두들 과거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같이 마치 영화 한편의 스토리 안으로 들어온 착각을 일으킬 만큼 행사장 안의 분위기는 묘합니다. 어쩌면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로 내려갔다는 의구심마저 들 만큼 이곳은 건물과 의복들, 그리고 음식과 레스토랑, 놀이기구들, 그리고 가게에 진열된 상품들이 거의 르네상스를 방불케 하는 쇼의 연속입니다.


 스카보로 페어는 1533년에 영국의 국왕 헨리 8세와 앤 왕비가 시작한 축제라고 합니다. 16세기 세익스피어가 살던 영국 마을과 저자거리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이곳에서는 1981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4월과 5월에 토요일과 일요일에 아침 10시부터 7시까지 페스티벌을 펼치며 항상 메모리얼 데이를 기점으로 페스티벌을 종료하게 됩니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벌써 이곳에 대한 정보와 이해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단지 보고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페스티벌의 문화에 동화되어 르네상스 시대의 한 구성원 하나로 미리 옷을 준비하고 장신구도 준비합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어울려 춤도 추고 행진도 하고 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그들의 살아있는 16세 문화를 그대로 느끼고 있으니까 당연한 듯 합니다. 어쩌면 정상적인 옷을 입고 있는 우리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니까 말입니다. 


코끼리를 타기, 낙타 타기, 순수하게 건장한 남자들이 밀고 당기는 매뉴얼로 진행되는 어린이 놀이기구, 각종 이야기 타임, 광대 쇼, 밸리댄스 등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르네상스 시대의 형태처럼 단순하고 매뉴얼로 진행이 됩니다. 가게에 들어가서 장인들의 각종 수공예 작품을 구경하거나 구입을 할 수 있으며 터프한 터키다리 하나를 점심으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2000명이 넘은 배우와 아티스트, 그리고 스텝들이 일하고 있으며 2달 동안 다녀간 사람의 규모가 20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스케일의 장대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현대에서 과거로의 짧은 시간여행, 길을 따라 밀밭에 비친 따가운 햇살아래 슬며시 그려지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몸으로 경험하면서, 누군가가 미래를 꿈꾸는 시점에 나에게는 과거에 했던 행복한 고민들, 꿈을 이루려 했던 열정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가 보다. 벌써 토요일 늦은 오후 저 멀리 밀밭에 황혼의 물감을 뿌려 놓은 저녁 놀을 차창에 담으며 나의 눈은 스르르 행복감에 젖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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