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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할부 연체, 31년 만의 최고치…저신용층 ‘이중고’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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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물가·학자금 상환 재개로 부담 급증…차량 가격도 사상 최고
미국에서 자동차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subprime) 대출자의 연체율이 10월 기준 6.65%로 치솟아,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핏치(Fitch Ratings)의 보고서가 12일 공개됐다.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서브프라임 차주란 신용점수가 낮고 상환 능력이 불안정한 소비자를 말한다. 이들의 대출금 60일 이상 연체 비율은 지난 1년 새 꾸준히 상승해, 팬데믹 이전보다도 높아졌다. 트랜스유니언(TransUnion)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 중 서브프라임 비중은 3분기 기준 14.4%로 전년(13.9%) 대비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학자금 상환 재개, 임금 정체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핏치는 이번 수치가 “가계 전반의 현금 흐름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애틀랜타에 사는 29세 미리엄 닐은 지난해 연구원직을 잃은 뒤 자동차 할부금을 내지 못해 차량을 압류당했다. 그는 “보험료와 정비비, 대출금까지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며 “항상 30일 정도 늦게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닐은 현재 부모 집으로 돌아가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 배송 일을 하고 있지만, 하루 100달러 남짓의 수입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처럼 일자리 불안정은 자동차 대출 상환 능력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타깃·아마존 등 대형기업의 해고 소식이 잇따르고, 올해 들어 미국 내 누적 해고 인원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고차 업체 에드먼즈(Edmunds)에 따르면, 3분기 신차 교체 거래 중 28%가량은 차량 잔여 대출금이 차량 가치보다 많은 ‘역전세(negative equity)’ 상태였다. 신차 평균 가격은 5만 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금리까지 치솟았다. 익스피리언(Experian)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300~500점대 ‘초저신용자(deep subprime)’의 자동차 대출 평균 금리는 신차 16%, 중고차 21.6%에 달한다. 위스콘신의 34세 매니저 메건 랭호프는 2014년형 기아 옵티마를 29.5% 금리로 구매했다. “2년째 원금이 거의 줄지 않는다”며 “한 번 늦기 시작하면 연체료가 붙어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연체율 급등은 단순히 자동차 대출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 신용지표는 전체 경기의 건강도를 반영하는 지표다. 연준(Fed)이 금리 인하 논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의 신용 리스크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고금리와 고물가, 임금 정체가 겹치며 미국 가계의 재정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특히 저신용층의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번 통계는 단순한 ‘자동차 대출 연체’가 아니라, ‘소비자 부채 시대의 균열’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정리=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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