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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쓰나미가 할퀴고 간 자리, 이제는 복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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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W 한인 사회, 피해 복구에 팔 걷어 부쳐
“한파 피해 보상 관련 보험청구건 약 75만에 달할 것” 추산
역대급으로 강력했던 2월 한파가 물러갔다.
폭설과 혹한으로 고통스럽던 지난 주가 무색하게 이번 주의 북텍사스 지역의 날씨는 온화했고, 화창했다.
그러나 혹한은 물러갔지만, DFW 한인 동포 사회는 한파 피해 복구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한주를 보냈다.
한파 피해가 역대급인 만큼 정상화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셀 수도 없는 각종 동파 및 주택, 상가, 건물 파손 등 큰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했다. 이렇다 보니 복구에 나선 한인 동포들도 관련 수리업자를 부르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미 한파 피해 보상과 관련한 수십만 건의 보험 청구 폭주도 시작됐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로 제기될 보험 청구건이 약 75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그 대부분이 바로 텍사스에서 제기된 것들이라고 밝혔다. 현재 텍사스 내 108개 카운티가 중대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 여기 저기서 펑펑~ 수만 건의 동파사고, 수리업자 부르기는 하늘의 별따기
프리스코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 데이빗 박씨(40대, 남성)도 집 수도관 동파 피해를 당했다.
그는 “지난 18일(목) 저녁, 동파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았다. 뒤쪽 차고(거라지)로 들어가려는데, 길이 온통 흐르는 물로 가득했다. 우리 집 주택 라인에서만 이날 세 집이 동파 사고를 겪었다. 이웃 집들은 동파 사실을 모르는 듯해, 직접 찾아가 알려줬다. 이웃들이 ‘오 마이 갓’하며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메인 수도관을 잠그고 수리가 될 때까지 눈을 퍼다가 녹여 급한대로 화장실 용수로 사용했다고 밝힌 박씨는 “나름 수도관 동파를 막는 파셋(faucet) 커버도 설치했지만, 소용없었을 만큼 이번 한파가 강력했다. 그나마 전기는 한파 동안 끊기지 않아 감사했다”며 힘든 한 주를 보낸 소감을 전했다.
플래이노에 거주하는 한인 김경애(40대, 여성)씨는 정전과 함께 온수 보일러 동파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지난 가을에 현재 새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온수 보일러를 새 것으로 마련한 것인데, 이번 한파에 그대로 터져버렸다. 주변에 물어보니 배관공 등 수리업자를 불러 상황을 살펴보는 것만 해도 500달러라는 소문이 들렸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관련 보험 보상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KTN의 뉴스로 FEAM 지원책도 나왔다고 들었는데, 한번 알아 볼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외 다발적인 주택 수도관 동파 사고를 입었다고 밝힌 한 한인 동포는 “수도관 동파로 메인 베드룸 화장실, 클라짓과 세탁장 등에 피해를 입었다” 라고 밝혔다.
그는 “천장, 벽, 카페트, 거실 바닥까지 모두 뜯어내고 수리해야 하는 큰 피해라며, 큰 공사가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보험사에게 연락은 했는데, 나 뿐만이 아니라 이번 한파에 피해가 워낙 커 최종 마무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수리업자에게 연결되기까지 3일이 걸렸다”라며 “일단 거주할 수 있는 방에서 온 가족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한파에 텍사스에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화씨 0도 아래의 혹한이 찾아왔다. 더욱이 주 전역에 광범위하게 미친 대규모 정전 사태가 그 피해를 키웠다.
현재 보험사들은 전기와 수도공급 중단으로 호텔에서 거처한 주민들의 숙박 비용 수백만 달러 및 수도관 동파 관련 청구 건에 대해선 평균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에 이르는 보상을 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 텍사스 보험위원회 ICT는 이번 한파 동안 발생한 손해가 2017년 허리케인 하비(Harvey)때 발생한 피해액 200억달러($20 billion)를 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Accuweather는 텍사스의 피해액을 최대 260억 달러로 추산했으며, 재난 위험도 평가 회사 캐런 클라크(Karen Clark and Co)는 조금 더 낮은 180억 달러로 추산했다.
특히 텍사스의 피해 복구상황은 배관공 부족과 보험금 청구를 위한 보험 에이전트 부족,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더 복잡해지고 있다.
많은 한인 동포들은 배관공이나 수리업자를 부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하며, 한파 피해 수리를 위해 여러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코로나 19 감염세가 증가하지는 않을지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CBMC DFW 지회 염흥렬 지회장, 세미한 카이로 프라틱 백상준 원장, 지회원인 JDX 하형규 대표가 복구에 힘을 합쳤다.
◈ 한파 복구에 구슬땀, 십시일반 서로 도와
지난 24일(수), 본지 기자가 취재차 코펠에 위치한 ‘세미한 카이로 프라틱 클리닉’을 찾았을 때, 이곳도 한파 피해 복구에 한창이었다.
세미한 카이로 프라틱의 백상준 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19일(금) 병원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물바다였다. 목요일 밤에 건물주가 이메일로 연락을 했지만, 인터넷 상황이 불안정해 바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날 백상준 원장은 원 병원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에 임시 병원을 마련하고자 분주한 모습이었다.
병원으로 사용했던 건물 복구는 6주~8주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백 원장은 “이번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세미한 교회 공동체가 함께 아파하고, 어려움 극복에 도움을 줬다. 또 북미주기독실업인회(CBMC ) DFW 지회 회원 분들도 본인들 일이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달려와 주셨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실제 이날 복구 공사에는 CBMC DFW 지회원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임시 진료소 벽을 세우고, 손을 보는 등 내부 작업에 한창이었다.
백상준 원장은 “많은 분들이 빠른 복구를 위해 큰 도움을 주고 계신다”며, 25일(목)부터는 정상 운영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미안 카이로 프라틱 클리닉의 경우 의료업종으로 피해 복구 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엑스레이 장비 사용과 관련한 여러 안전 이슈에 대해 주정부의 허가 문제 및 보험으로 커버가 안되는 물품 이동 비용이나, 인터넷 설치 등 기본 비용 등은 자비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파 기간 동안 세미한 교회에서 교인들을 위한 지원에도 함께 했던 백상준 원장은 “현재의 피해 상황을 보면 요동하고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힘들어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한인 공동체가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무능력한 주정부’ ‘휴양지로 날아간 정치인들’ 주민들 분노 높아져
“하필이면 가도 칸쿤(Cancun)을 가서…”
한 한인 동포가 전한 말이다. 이번 한파 동안, 텍사스의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의 행보가 단연 뉴스감이 됐다.
한파가 극심했던 지난 17일(수) 트윗을 통한 몇 장의 사진이 텍사스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주민들이 한파로 고통받는 와중에 멕시코 휴양지로 떠나는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과 그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크루즈 의원은 딸의 부탁이었다는 어설픈 변명을 댔지만, 이후 그의 아내가 친구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집이 너무 춥다며 자신들과 한 주간 칸쿤에 함께 갈 일행을 찾았던 것이 보도되며, 주민들의 분노감을 더욱 키웠다
지난 2018년, 중간선거에서 간신히 상원 의원 수성을 한 크루즈 의원에 대해 “다음번 선거에서는 뽑지 않겠다”며 “선거철에만 주민들에게 잘하는 전형적인(?) 정치인”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이외에도 공화당 소속의 게리 게이츠 주 하원의원도 크루즈 의원과 같은 날인 17일, 자신의 전용기로 플로리다 주에 머문 것이 드러났다. 또, 텍사스 검찰총장 켄 팩스턴도 주 상원의원인 부인과 같은 기간 유타 주 여행을 떠난 것이 드러나 비난을 받는 중이다.
한편 지난 2011년에도 이 같은 정전 사태를 겪었음에도, 또다시 큰 피해를 키운 주(州)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이미 1주일 전부터 포트워스에서 한파로 도로가 얼어붙고, 133중이라는 초유의 교통 사고가 났었고, 기상학자들이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공급이나 인프라가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를 내놨지만, 애봇 주지사와 주 정부가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바람에 대응에 실패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결국 이번 한파로 텍사스에서만 30여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잘못된 전기 시스템으로 인한 단전·단수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많은 주민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
텍사스 주민들은 일부 텍사스 주요 정치인과 주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무공감이 이번 한파 피해를 키웠으며, 자연 재해(災害)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성토했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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