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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인플레이션 “허리띠 동여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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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오는 5월 기준 금리 0.5%포인트 올릴 수 있다”
치약에서 분유까지… 지출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 고군분투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미 전역 가정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일(화), CNN은 ‘인플레이션이 일부 미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이 되고 있다’(Inflation is a bigger threat to some Americans. Here’s why)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레이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경제 데이터가 물가의 일반적인 추세를 보여주지만 개별 계층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이날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2022년 봄 연구 리서치 컨퍼런스에서 “오늘날 인플레이션은 특히 식품과 휘발유에 대해 매우 높다. 모든 미국민이 더 높은 가격에 직면하고 있지만, 특히 자원이 제한된 미 가계에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소득 가구는 소득의 77%를 생필품에 지출한다”며 “이는 고소득 가구가 생필품에 지출하는 비용이 31%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게다가 재정적 여유가 적은 저소득 가구는 오히려 쉽게 저렴한 대안으로 전환하지 못할 수 있다”지적했다.
한 예로 미국민들의 주식인 아침 시리얼 가격을 거론한 그는 “그동안 브랜드 제품을 고집해 왔던 고소득 가구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좀더 저렴한 매장 브랜드(백화점, 슈퍼마켓 등 대형 소매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상품, Private Brand상품)으로 하향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 가구의 경우는 이미 이같은 PB 상품을 구매해왔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 美 소비자들, 허리띠 동여맨다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 4일(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미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이에 치약에서 유아용 분유에 이르기까지 필수 소비재 지출 비용까지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Co.), 클로락스(Clorox Co.), 크래프트 하인츠(Kraft Heinz Co.) 등 대표적인 미국의 대형 소비재 업체들은 지난 1년 동안 세제, 기저귀에서 과자, 탄산음료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익과 시장 점유율이 증가했다.
통상 필수 소비재로 지칭되는 이들 회사들의 물품은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가격 결정력이 높아 타격이 덜했다.
하지만 이제는 휘발유에서 식료품, 주거비 등 치솟는 비용에 타격을 받은 소비자들은 선을 긋고 있다고 분석가와 소매상들은 말한다.
소비자들이 좀더 저렴한 브랜드로 갈아타고 있고 가격을 비교하면서 더 적은 비용으로 고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러한 변화가 “코로나 19 팬데믹의 절정기에 가정용품에 돈을 뿌린 저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상품에 밀려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지 2년 만에 PB상품들이 구매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리서치 회사인 IRI의 자료에 따르면 3월 13일까지 3주 동안 식료품 PB 제품 점유율이 약간 증가했으며 비식품 PB 제품군은 브랜드 상품 대비 보합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IRI의 전략 분석 담당 사장 크리쉬나쿠마 데이비(Krishnakumar Davey)는 “필수 소비재 산업이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점점 쪼들리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결국 지출에 여유가 없어 장바구니에서 일부 품목을 덜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징후는 여러 카테고리에서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의 절정 이전과 이후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수 소비재 판매량은 증가했다. 하지만 한 예로 닐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기준 시리얼의 판매량은 2년 전 대비 7.2% 감소했고, 같은 기간 동안 청소 제품 판매량은 5.1% 감소했다.
이들 품목의 가격은 팬데믹 기간 각각 9.5%, 7.2% 올랐다. 결국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크지 않았던 필수 소비재가 더는 인플레이션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고 인플레이션으로 美 부익부 빈익빈 심화 예상 연준, 빅스텝 예고
지난 2월 연방 노동부가 집계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와 경제분석국이 집계한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 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의 CPI는 7.9% , PCE는 6.4% 상승해 연준 목표치를 3배 이상 상회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올해 내내 식량과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상승 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직책 중 하나인 연준(Fed) 부의장 으로 지명된 브레이너드는 “이 수치는 특정 기간 동안의 가격 변화를 추적할 때 특히 유용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5일(화) 열린 관련 컨퍼런스에서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이러한 종합적인 통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특정 지역사회가 어떻게 고용이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완전한 이야기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고 지적했다.
저소득 가구의 경우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평균 소비자 지출을 추적 하는 물가 지수에서 과소 대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소비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데이터를 노동 시장 및 개인 소득 데이터와 유사하게 인구통계학적 그룹별로 분류하여 다양한 가구 그룹에 걸친 인플레이션의 차등 효과를 평가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방 노동부 산하 노동 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연구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8년 사이에 저소득층의 소비자 물가는 전체 인플레이션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최고 소득 4분위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Penn State University)의 경제학과 조교수인 데이비 아르젠(David Argente)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인플레이션 격차는 나쁜 시기에 커진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레저, 접대 및 소매 산업의 저임금 일자리에서 임금이 인상됐지만 이것은 고스란히 기업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일종의 악순환 고리(디플레이션)를 그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물가가 너무 오랫동안 계속 오르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거나 지연시켜 국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과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만연한 물가 인상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갈 것임은 확실하다.
5일(화),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연준 대차 대조표가 이전 긴축 주기보다 더 빨리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적인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지난 5일(화)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맞서 싸우면서 내년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4분기와 2024년 1분기 연준의 추가 긴축으로 미국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이 2024년 말까지 연준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향후 12개월 동안 최소 3분의 1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으며 골드만삭스도 경기 침체 가능성이 35%까지 올라갔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고유가, 금리 인상, 정부 지원 축소가 올해 성장을 둔화시키겠지만 기업 이익은 강하고 가계는 수조달러의 저축을 하고 있으며 부채 부담은 적다”며 “이 모든 것이 경기 침체에 대한 완충 장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결국 “문제는 결국 연준이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팬데믹 초기 만들어진 연방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대부분 종료되며 수요가 감소할 수 있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불균형이 해소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럴 경우 연준이 너무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경기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일자리 증가와 임금 상승이 소비자 수요를 높게 유지하고, 공급망 혼란과 노동력 부족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럴 경우 연준이 너무 신중하면 인플레이션을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준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당초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지수가 2~3월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유가 상승, 중국의 코로나 19 확산이 큰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6일(수)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하면서 “다수의 회의 참석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번 이상의 50bp(0.5%포인트) 기준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연준의 다음 회의는 오는 5월 3~4일로 예정돼 있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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