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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5% 진입 연준, 또다시 베이비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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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0.25%p 또 인상…“연내 금리 인하 없어”
‘SVB 불길’, 어디까지 갈까…연준 보폭 줄였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또 인상했다.
애초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많았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시장에서 예상한 대로 ‘베이비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4.75~5.00%로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가 올라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으며 견조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면서 이 같은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 40년 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목표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의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이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거론되면서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 내지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날 베이비스텝은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안정이란 두 목표를 절충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계속 은행 시스템 여건을 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은행 시스템의) 안전과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를 시작으로 촉발된 중소 지역은행들의 잇따른 위기설에는 “탄탄한 자본과 유동성을 보유한 우리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고객들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고 은행들에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한 최근 조치에 대해선 “역사적으로 개별 은행의 문제에 대처하지 않을 경우 건전한 은행들의 신뢰까지 약화하고 은행 시스템 전체 역량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은행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독립적 조사가 있을 것으로 100% 확신한다”며 SVB 등 문제를 일으킨 은행들의 부실 경영에 대한 조사를 예고했다.
SVB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하던 파월 의장은 이날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 “금리 동결도 검토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물가 안정 복원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우리 행동과 말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에 대한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인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은행 사태들을 계기로 연준이 연내 상당폭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러한 전망은 ‘틀렸다’는 게 파월 의장의 답변이었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면서 현재 연준은 연내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추가 인상 여지를 열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 수준을 보여주는 도표)에 따르면 올해 중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상의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는 5.1%였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며 당초 시장 전망보다는 낮은 것이다.
점도표상 개별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현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말 금리를 5.00~5.25%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 기준 금리를 고려할 때 한차례 정도 더 0.25% 포인트를 인상하면 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막바지에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연준도 성명에서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policy firming)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시장의 일각에서 나오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부인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 회의)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면서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이런 기조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경제전망요약(SEP) 자료에서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전망(3.1%)보다 다소 올라간 것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은 SVB 파산 사태 등에 따른 상황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SVB 불길’ 어디까지 갈까
경제매체 CNBC는 지난 23일(목) “미국 은행들은 이번 달 실리콘밸리 은행의 붕괴 이후 만들어진 새로운 연방준비제도 대출 프로그램(new Federal Reserve lending program)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켰다”라고 보도했다.
기관들은 22일(수)까지 은행 텀 펀딩 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에서 537억 달러를 빌렸다. 이는 지난 주 119억 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은행들은 금리 상승 환경 덕분에 채권 보유로 인한 미실현 손실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문제는 이달 초 거의 20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 했던 SVB의 파열로 이어졌다
새로운 은행 자금 조달 프로그램은 은행 및 기타 기관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월 12일에 도입됐다.
국채 또는 기타 안전 자산으로 뒷받침되는 1년 만기 대출을 연장해시장 가치가 낮더라도 전액을 지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예금자에 대한 의무 및 기타 비용을 충족하기 위해 주로 문을 닫은 은행(shuttered banks)에 제공되는 또 다른 범주의 대출도 급증했다. 이러한 차입금은 지난주 1,428억 달러에서 1,798억 달러로 급증했다.
규제 당국은 이번 달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한 후 실리콘 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을 압류했다.
반면 은행들이 연준에서 돈을 빌리는 전통적인 방법인 디스카운트 윈도우(discount window)의 사용은 이번 주에 감소했다.
디스카운트 윈도우는 적격 기관이 내부 또는 외부 중단으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단기적으로 중앙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통화 정책 도구이다.
이는 지역 연방 준비 은행의 대출 기관인 할인 창구에서 받는 대출에 대해 상업 은행 및 기타 예금 기관에 부과되는 이자율을 의미한다. 해당 차입금은 지난주 1,528억 달러에서 1,102억 달러로 줄었다.
◈ 보폭 줄인 연준, 그 앞길은?
파월 의장과 연준 위원들은 이달 들어 몇 년 만에 가장 어려운 전환에 직면했다.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릴 것인지 아니면 2008년 이후 나타난 가장 극심한 은행 위기 속에서 타임아웃을 할 것인지의 기로에 섰던 것이다.
연준은 충격을 피하고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금리 움직임을 전환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책회의를 앞두고 이번 같은 급작스럽고 유동적인 위기를 맞닥뜨린 적은 없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전 연준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윌리엄 잉글리쉬는 “매우 까다로운 의사소통으로 힘든 결정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은 경제 침체가 임박했다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무시한 채 경제에서 가격 압력과 싸우려는 연준의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는 시장의 격변과 고통스러운 침체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라며 “연준이 잘못 계산할 경우 잠재적으로 더 철저한 개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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