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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vs. 인플레이션 진퇴양난에 빠진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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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FOMC 의사록 공개 … 일부 참석자, SVB 파산 영향 우려해 인상 중단 주장
연방 노동부는 지난 12일(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5.0%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 2월(6.0%)보다 오름폭을 줄여 지난 2021년 5월 이후 가장 적게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 5%나 하락한 휘발유 가격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을 둔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갤런(3.8L) 당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해 6월 5.02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최근에는 3.61달러까지 하락했다.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8.4% 올랐지만, 계란 가격이 11% 하락하는 등 상승세가 꺾였다. CPI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던 중고차 가격은 5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보다 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5.5%)보다 0.1%포인트 오른 수치다.
또한 생산자 물가가 3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연방 노동부는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고 13일(목) 밝혔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대폭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PPI는 지난달 2.7% 증가했다.
코로나19팬데믹 이전보다는 높지만, 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 이후 상황을 감안하면 개선된 수치다.
실제로 2월 PPI는 전년 동월에 비해 4.9% 상승했다. 도매 물가인 PPI는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 물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선행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PPI가 3년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는 수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 해소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PPI는 지난달에도 0.1%포인트 하락했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장 예상보다는 낮은 수치였다.
결국 3월 CPI와 PPI에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확인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된다.
◈ 내달 3일, 연준 한번 더 금리 인상할까?
연준이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연준 인사들은 올해 하반기 경제가 완만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예상 속에서도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연준 인사들은 긍정적인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물가 수준이 아직도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FOMC 회의 참석자 일부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은행 위기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면서 경제 침체 전망을 내놨다. 은행 위기 여파로 올해 하반기부터 침체가 시작되고, 내년 초부터는 실업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초 연준은 올해에는 경제가 침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또한 연준 인사들은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을 2년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부 참석자들은 은행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대로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선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반론을 폈다.
결국 문제는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FOMC 위원들은 은행권 불안이 없었다면 25bp가 아닌 50bp 인상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의사록은 전했다. 물가 상승과 은행 위기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 복잡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위원들은 “최근 물가 지표는 다시 2%로 되돌리기에 충분한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징후를 거의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는 물가 난관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오르면서, 전월(5.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서비스 물가가 큰 폭 올랐다. 주거비(shelter)는 전년 대비 8.2%, 전월 대비 0.6% 각각 뛰었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교통서비스는 한 달 전보다 1.4% 뛰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결국 금리 인상 중단을 주장한 참석자들도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이라는 데 동의했고, 연준은 기준금리 25bp(0.25%P, 1bp=0.01%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 18명 중 대다수가 올해 안에 한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이후 고용시장이 안정을 유지하는 한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연준은 다음 달 3일 FOMC에서 금리의 향방을 결정한다.
◈ 경기침체를 막을 것인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인가?
집세와 식료품, 자동차 보험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서비스 부문의 가격 인상은 핵심 인플레이션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인해 연준은 5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관리들은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한번 더 0.25%p인상해 16년 만에 최고치인 약 5.1%로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연준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 인사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준이 경제 냉각과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신용을 강화하면 일반적으로 모기지, 자동차 대출, 신용 카드 대출 및 많은 기업 대출에 대한 금리가 높아진다.
그같은 위험은 높은 차입 금리로 인해 경기 침체를 일으킬 정도로 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화) 190개국으로 구성된 대출 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의 노력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Pierre-Olivier Gourinchas)는 최신 세계 경제 아웃룩(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인플레이션은 몇 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견고하다”라고 밝혔다.
IMF는 올해 세계 인플레이션을 7%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2022년 8.7%에서 감소한 것이지만 2023년 1월 전망치인 6.6%보다는 증가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은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치솟는 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최고점에 더 오래 머물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차입 비용은 경제 성장을 약화시키고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에 의존하게 된 은행을 잠재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고린차스는 금리 인상이 “금융 부문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계속된 금리 인상은 뜨거운 노동 시장을 식히기 시작했으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들은 더 적은 일자리를 광고하고 있으며 임금 상승률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둔화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그다지 안심할 것 같지는 않다”라며 “다만 다른 경제 데이터의 둔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하향 압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핵심 인플레이션의 큰 동인은 임대료를 포함한 주택 비용이다.
정부 수치에 따르면 주거비는 매년 약 9%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래도 신규 임대차의 실시간 변화를 추적하는 아파트 리스트는 임대료가 1년 전에 비해 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더 많은 아파트의 임대료가 더 작은 인상으로 재설정되면서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완만한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또한 역사적으로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서비스 비용에 집중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은 임금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 3월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상승률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둔화됐다.
한편 더 걱정스러운 추세는 지난달 두 개의 대형 은행이 무너져 미국과 해외에서 혼란을 촉발시킨 후 은행들이 대출을 급격히 줄일 가능성이다. 이같은 변화는 은행이 기업과 개인에게 더 적은 대출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자영업연맹(National Federation for Independent Business)의 조사에 따르면 일부 중소기업은 이미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F는 대출 축소로 인해 향후 12개월 동안 거의 0.5% 포인트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는 인플레이션을 식힐 수 있고 그 결과 연준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경제에 대한 타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는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의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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