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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칼럼

[박인애의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 21세기 보빙사, 단국대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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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문학 댓글 0건 조회 1,784회 작성일 25-02-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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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애 (시인, 수필가)
박인애 (시인, 수필가)

  미주경희사이버대학교동문회 임원방에서 우리도 유명 강사님들을 초청하여 줌강연회를 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동문은 물론이고, 문학에 관심 있는 분들도 들을 수 있도록 오픈 강의로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줌강연은 이미 여러 단체에서 하고 있지만, 동문의 화합과 결속에도 좋을 듯하고,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 중에 혹 우리처럼 뒤늦게 문학 공부를 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학교 소개도 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찬성하였다. 누군가의 강의에서 들은 한마디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터닝포인트가 될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첫 강의는 모교의 이봉일 교수님께 부탁드렸다. 빈자리가 많으면 실망하실까 봐 여러 문학 단체와 문인들에게 강의 홍보 문구를 돌리느라 copy & paste를 족히 200번은 눌렀을 것이다. 그중 열 분이라도 오길 간절히 바랐다. 감사하게도 100명 정원에 94명이 참석하였다. 시집가는 날 등창 난다더니 행사 당일에 허리병이 도져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내가 호스트여서 누워 있을 수도 없었다. 줌 호스트는 강의자에게 호스트만 넘겨주면 끝나는 게 아니라 강의하는데 방해 요소가 없는지 끝까지 살피고 도와드려야 한다. 강의가 끝나고 end 버튼을 누를 때까지는 자리를 비워도 안 되고 긴장을 늦춰도 안 된다. 


  문예창작학을 온라인으로 공부해서인지 온라인 강의에 익숙하다. 인터넷만 되면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그렇게 좋은 학교가 또 있을까 싶다. 내 인생에서 잘한 일 중 하나가 문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다는 것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가 내겐 마중물 같은 곳이었다. 


  졸업하자마자 달라스 중앙일보 문화센터에서 문학교실 강사 요청이 들어왔다. 배운 걸 나누는 일이어서 수락했다. 미국에서 한국 문학을 배우려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강의하겠다고 약속하고 8년을 한결같이 가르쳤다. 제자들이 수필가나 시인이란 이름을 달게 되었을 때 누구보다 기뻤고 가르친 보람이 있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문화센터가 문을 닫을 때까지 수업을 계속했고 지금은 줌으로 가르치고 있다.  


  줌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였다. 비대면 시대가 길어지다 보니 줌강의나 미팅이 많아졌다. 그때 듣기 시작한 소설 강의를 지금까지 4년째 듣고 있다. 그 무렵 단국대 박덕규 교수가 줌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엘에이에 사는 분들은 단국대 아카데미에 참가한 경험이 있어 아는 분이었지만, 나는 초면이었다. 그분이 엮은 “미국의 수필폭풍”이라는 수필집에 내 글을 실어 주셨으니 인연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 강의가 좋다고 칭찬하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인사도 드릴 겸 등록했다. 소문대로 강의도 좋았지만 그곳에서 일일 강사로 초빙한 박금아, 해이수 작가를 만나는 행운도 누렸다. 인연은 인연을 낳는다고 했다. 그 말이 맞는 듯했다. 어느 날 박금아 작가에게 연락이 왔다. 제자가 수업 시간에 내 수필을 언급했는데 괜찮았던 모양이다. 수업자료로 써도 되겠냐고 하시기에 바로 보내 드렸다. 책으로 접하던 해이수 작가의 강의를 듣고 좋아서 미주한국문인협회 줌 강의에도 초대했었다. 문학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도 하였다. 


  단국대학교 부설 국제문예창작센터에서는 2014년부터 1년에 2번 남가주에 자교의 교수들을 보내어 미주 한인 대상 문학 강좌를 실시해 왔으며 그를 통해 재미한인들과 소통하고 창작의 가치를 실현해 왔다. 올해는 지난 2월 7일~13일까지 LA작가의 집 아트홀에서 미주문학아카데미 14기를 진행하였다. 안도현, 해이수 교수가 방문하여 “글을 쓰는 기쁨과 슬픔”이란 타이틀로 창작의 의미와 소중함을 전하였다. 아카데미에 참가했던 지인들의 칭찬과 자랑이 끊이지 않으니 마치 그곳에 있는 듯했다. 일주일 강의로 그들의 필요와 목마름을 다 채워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약하나마 막혔던 물꼬를 터주고, 갈증을 해소하고, 동기부여가 되고, 풀렸던 태엽을 감아 다시 펜을 들게 하는 역할은 충분히 했으리라 생각한다. 오랜 세월 아카데미를 꾸려 온 스텝들은 단국대가 파견한 21세기 보빙사다. 미국 땅을 처음 밟았던 조선의 보빙사가 보고 듣고 체험했던 신문물이 조선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듯 그들이 남기고 간 족적은 재외 한인 문학에 작은 불씨가 되어 많은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고 그들 또한 많은 것을 배워갔을 것이다. 


  엘에이의 큰 문학단체에서는 매년 한국에서 유명 문인을 초청하여 여름문학 캠프를 한다. 자비를 들여 그곳에 가는 이유는 재충전이 되기 때문이다. 책으로만 접하던 작가들을 만나 강의를 듣고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 다시금 쓰기 위해 먼 걸음을 하는 거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단국대 아카데미는 그들이 짐을 꾸려 미국 땅에 온다. 이왕 나선 길에 전국 순회를 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다음기부터는 줌을 병행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타주에 있는 문인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오랜 세월 미주 아카데미를 진행해 온 학교와 수고한 분들의 노고와 헌신이 존경스럽다. 시를 한 번도 써본 적 없다는 지인이 쓴 글을 읽었다. 이번 강의를 듣고 시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런 큰일을 하였는데 무슨 성과가 더 필요할까. 그런 열매만으로도 단국대 아카데미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작업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다. 그 작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읽어 내는 보배로운 눈을 갖게 된다. 그곳에서 배운 이야기들이 좋은 작품이 되어 세상에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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