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칼럼
[박혜자의 세상 엿보기] 크루즈 여행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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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여행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여행 형태중 하나이다. 특히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미 대륙을 여행하는데 드는 자동차여행 경비와 비교를 해보면 특히 비용면에서 그렇단 생각이 든다.한 일 주일정도를 그저 그런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별 세 개 짜리 숙소에서 잠을 자며, 기름값등 최소한 의 기본만 지출을 한다 경비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에 비해 크루즈여행은 세일 가격을 잘만 포착하면, 동일한 비용으로 바다가 보이는 룸과, 일류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세끼식사, 조깅, 수영, 피트니스를 할 수 있는 시설에서 각종 쇼나 연주를 무제한으로 보며, 크루즈가 정박하는 기착지여행을 즐길 수 있다. 크루즈안은 마치 작은 타운 같아 멀리 가지 않아도 그 안에서 모든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으니 이보다 편하고 가성비 좋은 여행이 없다. 또한 저녁이면 간만에 정장을 차려 입고, 랜덤으로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게 된 게스트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데, 특히 이번 크루즈에서 만난 두 쌍의 은퇴 부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은퇴를 앞 두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했다.
유머코드가 남편과 아주 잘 맞았던 호주에서 온 닉 할아버지는 부인이 필리핀계였다. 병원에서 환자와 간호사 사이로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는 부부는 그야말로 노후 생활의 여유를 여행과 취미로 풍요롭게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호주에서 본토와 섬에 각각 집이 한 채 씩 있다는 할아버지의 취미는 정원 가꾸기와 최근 배우기 시작한 기타연주라 했다. 와인에도 조예가 깊어 우리가 와인을 한 잔 권하자 와인의 특성을 곧바로 맞추며 좋은 와인을 골랐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할머니는 두 잔 이상은 안된다고 할아버지에게 경고를 보냈지만, 할아버지는 유머로 위기를 모면하면서 주변을 웃게 만들었다. 다른 저녁에 만난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은퇴촌에서 온 부부도 몹시 여유로워 보였는데, 그들은 버지니아와 캘리의 집을 오가며,계절을 보낸다 하였다. 전직이 역사교사였던 할아버지는 해박한 역사지식으로 테이블의 대화를 주도해 갔는데, 수에즈 운하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코리안이라고 하자 역시나 노스코리아와 김정은에 대해 물었다. 사실 우리 역시도 한 번도 가본적도 없는 땅인데, 외국인들은 미디어의 영향인지 코리아 하면 노스코리아와 김정은에 관해 항상 물어온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그곳은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족벌 세습체재가 3대째 이어지고 있으며, 탐욕스런 독재자와 그의 폭정에 시달리는 불쌍한 인민들이 사는 곳이란 일반론만 되풀이 할 뿐이다. 분단의 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그곳의 상황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나 재외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몹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스는 대한민국처럼 삼 천 여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이 섬들을 일일이 여행하려면, 비행기나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다행히 크루즈에서 중요한 섬 다섯 곳을 하루 씩 정박하여 쉽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14세기때 성요한 기사단이 건축한 로도스성으로 유명한 로도스 , 코발트 바다빛의 키프로스, 파란지붕과 하얀 벽으로 유명한 산토리니, 터어키와 반반씩 섬을 공유하고 있는 알라냐 , 그리고 풍차로 유명한 미코노스 섬이 그곳이다. 아쉽게도 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이자 <그리스인 조르바>의 무대가 된 크레타 섬은 가보지 못했다. 그래도 섬에서 만난 그리스 남자들의 모습에선 소설에서 묘사한 조르바 같은 인상들이 많았다. 까맣게 탄 피부와 근성이 있어 보이는 얼굴, 배짱이 있고, 해학적이며 자유를 신봉하는 그런 모습을 지닌…..지금은 비록 관광으로 먹고 살지만,위대한 해양문명을 이룩했던 그리스의 섬들은 어딜 가더라도 찬란했던 역사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이기에 가능한 문명의 순례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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