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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 ‘화이트칼라’직종 종말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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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기업들 ‘화이트칼라 구조조정’ 가속 … 인원 동결이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미국의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사무직 인력을 대거 줄이고 있다. 한때 고학력 전문직의 상징이었던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면서, 오피스 중심의 고용 구조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아마존·타깃·UPS 등 주요 기업들이 연이어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AI가 코드를 짜고 인간은 감독만 하는 시대”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아마존, 최대 3만 명 감원 … “AI 기반 효율화 전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은 이번 주부터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인력 감축을 시작했다.
이는 전체 내근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팬데믹 시기 과잉 채용을 바로잡고 AI 효율화를 병행하기 위한 조치다. 인사·클라우드 컴퓨팅·광고 등 핵심 부서가 감원의 대상이다.
앤디 재시(Andy Jassy) CEO는 “AI 도입으로 업무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단기 절감이 아닌 장기적인 AI 전환 과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마존은 물류로봇 ‘블루제이(Blue Jay)’와 AI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 피킹과 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회사 내부에서는 “새로운 인력보다 기술 효율이 우선”이라는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의 결정은 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UPS는 22개월 동안 관리직 1만4천 명을 줄였고, 타깃(Target)은 본사 직무 1,800개를 폐지했다.
리비안(Rivian),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부즈 앨런 해밀턴(Booz Allen Hamilton), 제너럴 모터스(GM) 등도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만 명의 해고된 사무직 근로자들이 냉랭한 고용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AI가 코드를 짜고, 인간은 감독만 한다”
컨설팅사 SBI의 마이크 호프먼 CEO는 “지난 6개월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팀의 80%를 줄였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파이썬 코드를 직접 작성하고 사람은 그 과정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회계·감사·데이터 분석·사기 탐지 등 전통적 백오피스 업무는 이미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은 관리직은 더 많은 업무를 감독해야 하는 압박에 놓여 있고, 직장 내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장기 실업자 수는 약 200만 명으로 집계되며, 특히 40대 이상 경력자들이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인원 동결’이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AI가 생산성을 높이면서, 대기업들은 인력 감축뿐 아니라 ‘인원 동결(freeze hiring)’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추가 인력 채용에 대한 강한 반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매출이 늘어도 직원 수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고, 골드만삭스 역시 연말까지 신규 채용을 억제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내렸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CEO는 “AI 덕분에 기존 인원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회계·세무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Intuit)는 ‘퇴사 시 자동 대체 금지’ 원칙을 도입했다. CFO 산디프 아줄라는 “과거엔 직원이 나가면 바로 새 인력을 뽑았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다시 설계할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인튜이트는 매출이 16% 늘었음에도 인원 변동이 없었고, 올해도 최소한의 신규 채용만 계획하고 있다. 이는 AI 투자 대비 수익(ROI)을 높이려는 경영진의 압박과 맞물려 있다.
◈젊은 세대도 “출발선이 사라졌다”
화이트칼라 일자리 축소는 경력직뿐 아니라 신입 구직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전국대학취업협회(NACE)에 따르면, 2025년 졸업 예정자들의 취업 제안 비율은 지난해보다 줄었다.
베일러대 졸업생 코비 베이커(23)는 “수백 번 지원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사다리가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AI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는 “AI를 다루는 사람”과 “AI에 대체되는 사람”으로 구분되고 있다. 필라델피아 연준 연구에 따르면 고학력·고임금 직종일수록 AI 대체 위험이 높다.
한 리크루터는 “기업들이 인재 채용에서 ‘달과 별까지 요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까다로워졌다”며 “특히 40대 지원자들이 기술 격차로 번번이 탈락한다”고 전했다.
◈효율의 그림자, 사라지는 중간계층
AI가 불러온 효율화의 이면에는 인간 노동의 구조적 위기가 자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에서 인력을 최적화하는 도구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과도한 효율 추구는 직원 피로도와 조직 결속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매슈 마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집중하지만, 미래 리더를 육성할 여력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다”며 “생산성과 인건비 절감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AI 이후의 노동시장”… 새 질서의 분기점
AI는 이제 기업 성장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혁신이 가져온 고용 구조의 변화는 중간계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텍사스 뉴브라운펠스의 전 기술영업직 크리스 리드(33)는 해고 후 1,000건 이상 지원서를 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도요타 매장에서 자동차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하루 12시간 넘게 일한다.
그는 “딸이 내가 집에 없을까 봐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한때 ‘성공의 상징’이었던 사무직 일자리가 무너지는 가운데, 미국 고용시장은 이제 “AI를 다루는 사람”과 “AI에 대체되는 사람”으로 나뉘는 분기점에 서 있다.
AI 혁신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그 그림자는 인간 노동의 가치와 사회적 연대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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