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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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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특별 수사단 설치 ‘5년 7개월만에 진실 인양되나’… 팽목항 방문객들 실낱 기대감
되풀이 돼서는 안될 참극의 현장, 기억관 건립 놓고 당국과 이견 … 끝나지 않는 현재 진행형
‘아… 팽.목.항!’
고즈넉한 오후 화사한 햇살 사이로 검푸른 파도 일렁이며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팽목항… 입동이 지난 시점이라 초겨울 바닷바람이 귓볼을 시리게 할 만큼 매섭고 차갑다.
전남 진도군 조도와 관매도로 떠나는 철부도선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에서 분주한 일상이 느껴진다. 그러나 5년 전 4월 16일 대한민국을 온통 장례식장으로 몰고간 슬픔은 온데간데 없고 그 바다 또한 말이 없다.
세월호 침몰 당시 영문도 모른 채 수장당하는 아비규환 속에 스러져 간 아이들의 절규를 위로하기 위한 방문객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을 뿐.
세월호 참사 현장인 팽목항을 직접 찾은 것은 지난 11월 11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 후 5년 7개월 만에 대검찰청 산하에 꾸려진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공식 출범한 날이다.
진실을 인양하라
서울에서 목포를 거쳐 7시간 여를 달려 팽목항에 도착하니 선착장 초입에 나붙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하라’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한눈에 들어온다. 목포 4.16 공감단 명의로 된 노란 바탕의 현수막이 ‘끝까지 진상규명’이라는 깃발과 함께 바닷바람에 세차게 펄럭이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마저 외면한 관리들을 찾아 엄벌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철저히 지켜져야 하지 않은가요?”
인천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 팽목항을 찾았다는 김종순 씨(57)는 “세월호 참사 당일 구사일생으로 건져진 아이를 긴급히 병원으로 옮겼어야 했을 헬기를 지휘관이 이용하는 바람에 호송이 늦어져 생명을 구해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며 “이게 나라냐”고 반문했다.
청주에서 현장을 찾은 젊은 청년도 “참사 당시 해군과 해경이 세월호 CCTV의 DVR(CCTV 영상이 저장된 녹화장치)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의혹이 특수단 조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 당시 정부 관계자 등 122명을 참사 책임자로 규정하고 고소·고발을 추진하고 있어 특수단이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결과가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가족들과 더불어 전면 재수사와 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해 온 4·16 연대도 검찰의 세월호 특별수사단 설치를 환영한다며 과거 부실 외압수사 전철을 밟지 말고 성역없는 재수사가 이뤄지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진실을 꼭 밝히겠습니다. 책임자를 끝까지 처벌하겠습니다’라고 씌여진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명의의 현수막이 초겨울 햇살을 받아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팽목항에서 사건현장을 바라보며 150m 쯤 돼 보이는 길이의 선착장 난간에 꽂힌 깃발과 철망 사이로 수 십만 개의 노란 리본들이 쉼 없이 펄럭이며 가슴 아픈 그날을 회상케 하고 있다.
선착장 초입을 따라 안쪽으로 걷다보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피우지 못한 예쁜 꽃들아 미안해” “잊지 않을께” “꼭 기억할께” “하늘에선 행복해” 등 추모의 벽 타일에 적힌 사연들이 가슴 아픈 현실로 다가온다. 투게더 광산 나눔 문화재단과 세월호 광주시민 상주모임, 조각가 위재환 씨가 함께 만들어 세워놓은 대형 철골 조각작품을 뒤로 한 채 선착장 맨끝에 다다르니 ‘하늘나라 우체통’이 버티고 서 있다.
우편번호 ‘0416’인 하늘나라 우체통은 못다핀 꽃 봉우리들이 하늘나라에서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산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세월호 희생자들과 소통하도록 준비된 통신수단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뒤늦게 이곳을 방문했다는 이지수 씨(42. 서울 광진구)는 “하늘에 별이 된 우리 민재 영원히 사랑해(엄마. 아빠. 형아가)”라는 추모벽 타일내용에 한동안 시선을 고정한 후 멍하니 허공을 주시하기도 했다.
이 씨는 “나도 이 만한 또래아이 엄마 가운데 한 사람인데 사고현장에 뒤늦게 와보니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착장을 나와 진도 국제항 터 고르기 공사가 마무리된 곳으로 이동하면 컨테이너에 임시로 마련된 ‘세월호 팽목 기억관’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팽목은 역사다.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기록관을 조성하라’는 현수막과 함께 팽목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국민 비상 대책위원회가 준비한 초라한 공간이다.
팽목 기억관에 들어서면 젊음을 채 꽃피우기도 전에 스러져간 아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0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팽목항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진실을 인양하라는 경구와 함께 대형 연꽃 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칠흙같은 바다로 빠져들어가는 걸개그림 속 아이들이 공포에 질린 모습을 한 채 한 눈에 들어온다.
기억관 건립에 동참 행렬
잠시 분향을 마치고 돌아서자 아름다웠던 단원고 아이들의 생전모습을 담은 천진난만한 사진들이 나붙어 먹먹한 가슴을 후벼 파고 든다.
벽에 설치된 동영상 자료화면에는 희생당한 단원고 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이 한사람 한사람씩 번갈아 가며 소개돼 방문객들의 미안한 가슴을 짠하게 울리고 있다.
기억관 안 한켠에는 1만원의 설립기금을 납부한 국민들을 4·16 기억위원으로 모신다는 기억위원 참여 코너가 마련돼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과 국민이 함께 설립하고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4·16 재단이라는 부연도 곁들여져 있다. 기억관에는 방명록과 차, 기억의 노란리본이 준비돼 세월호의 아픔을 추모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푯말이 외롭게 새겨져 있는 컨테이너 식당은 인적이 끊겼고 출입문을 홀로 지키고 있는 진돗개가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꼬리를 연신 흔들어댄다.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해경은 구조 골든타임을 놓치고 국가재난 컨트롤 타워마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았다.
물이 차오르는 생지옥 속에 살려달라 외쳤지만 승무원들은 모두 빠져나갔고 공포에 떨며 수장됐을 아이들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국민들은 악몽같은 트라우마에 치를 떨어야 했다. 세월호 참사는 5년 7개월이 흐른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팽목항 현지에 기억관 설치를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생한 역사를 보존할 기억의 공간이 팽목항에 필요하다며 ‘4·16 팽목항 기억관’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남도와 진도군은 팽목항 일대에 360억원을 투입해 선박 정박에 필요한 시설과 도로를 건설하면서도 기억관 건립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진도군은 팽목항에서 직선거리로 500여 미터 떨어진 임회면 남동리 일대에 건립될 국민 해양 안전관 안에 4·16 공원 조성, 희생자 기림비, 표지석 설치, ‘4·16 추모 기록관’(100㎡) 등을 함께 설치하자고 주장해 기억관 건립위치와 규모를 놓고 난관에 봉착해 있다.
사고현장에서 인양돼 흉물스런 악마의 모습으로 목포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를 어디에 어떻게 존치해야 하는가도 숙제다.
박철승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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