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쇼핑, 로맨스 … SNS발 사기 피해액 1년 새 8배 폭증, 미국인 21억 달러 잃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떠올려보자.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의 할인 광고, 모르는 사람의 팔로우 요청, “이걸로 수익을 냈다”는 투자 후기 게시물. 스크롤 속 익숙한 장면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사기의 시작일 수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사기로 소비자들이 잃은 금액은 약 21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 달했다. 2020년 대비 약 8배 증가한 수치다. FTC는 소셜미디어를 전화, 이메일보다 더 큰 금전 피해를 유발하는 주요 사기 접촉 경로로 지목했다.
전체 사기 피해 신고 중 약 30%가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됐으며, Facebook, WhatsApp, Instagram이 주요 플랫폼으로 나타났다. 피해 금액 기준으로는 Facebook이 가장 컸고, WhatsApp과 Instagram이 뒤를 이었다.
“월 300% 수익”의 함정 — 투자 사기
어느 날 인스타그램 DM으로 투자 전문가를 자처하는 계정이 접근한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WhatsApp 그룹 초대가 이어진다.
그룹 안에는 수십 명이 매일 수익 인증을 올리고 있다. 수백만 원 수익 캡처, 성공 후기, 친절한 관리자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사기 조직이 만든 가짜 계정이다.
FTC에 따르면 2025년 투자 사기 피해액은 약 11억 달러로, 소셜미디어 사기 피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조는 비슷하다. 고수익을 내세운 광고로 시작해 메신저 그룹으로 유도하고, 가짜 투자 플랫폼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조작한 뒤 추가 입금을 유도한다. 출금 단계에서는 수수료나 세금 명목으로 또 다른 비용을 요구하다 결국 잠적한다.
이 수법은 ‘돼지 도살 사기(Pig Butchering Scam)’라고도 불린다. 돼지를 살찌운 뒤 잡듯, 피해자를 천천히 신뢰로 키워놓고 한 번에 털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FBI에 따르면 이 유형은 조직적인 범죄 집단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국제 사기 네트워크와 연결된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체크포인트: 소셜미디어에서 만난 사람이 투자를 권유한다면, 아무리 친근해도 일단 의심하자. 합법적인 투자 플랫폼은 SNS 그룹 채팅으로 영업하지 않는다.
“오늘만 70% 할인!” — 쇼핑 사기
신고 건수 기준으로는 쇼핑 사기가 가장 많다. FTC 데이터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사기 피해자의 40% 이상이 SNS 광고를 보고 물건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수법은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걸리기 쉽다. 유명 브랜드 로고와 제품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한 광고가 피드에 등장하고, 클릭하면 실제 브랜드 사이트와 거의 구분이 안 되는 가짜 쇼핑몰로 이동한다. “재고 소진 임박”, “오늘만 이 가격” 같은 문구로 빠른 결제를 유도한다.
결제는 실제로 이루어지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세 가지 중 하나다. 상품이 아예 오지 않거나, 조잡한 짝퉁이 도착하거나, 전혀 다른 물건이 배송된다.
특히 이 유형은 Meta(Facebook·Instagram)의 광고 시스템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기 광고가 실제 사용자의 관심사와 소비 패턴에 맞춰 정밀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평소 관심 있던 제품 광고처럼 보여 경계심이 낮아진다.
체크포인트: 광고를 클릭하기 전에 URL 주소를 확인하자. 공식 브랜드 도메인과 철자 하나라도 다르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구매 전 구글에서 “쇼핑몰 이름 + 사기(scam)”를 검색하는 습관도 효과적이다.
“당신만 특별해요” — 로맨스 사기
세 번째는 가장 잔인한 유형이다. 피해자의 외로움과 감정을 정조준하는 로맨스 사기다. FTC에 따르면 2024년 로맨스 사기 피해자의 약 60%가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매력적인 프로필 사진, 유창한 대화,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는 세심함. 사기범들은 몇 주, 심지어 몇 달에 걸쳐 신뢰를 쌓는다. 직접 만나자는 제안에는 항상 그럴듯한 이유로 거절한다. 해외 출장 중인 의사, 유전 개발 중인 엔지니어, 국제 임무 중인 군인 등의 정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요청의 성격이 바뀐다. 처음에는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사연 — 갑작스러운 수술비, 가족의 사고, 사업 자금 문제 등이다. 한 번 보내고 나면 요구는 반복되고, 금액은 커진다.
또는 투자 기회를 소개하며 앞서 설명한 투자 사기와 결합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결합형을 FTC는 ‘로맨스+투자 복합 사기’로 따로 분류할 만큼 피해가 심각하다.
체크포인트: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이 직접 만나기를 계속 피하면서 돈이나 투자를 요구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자연스럽게 느껴져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 사진을 구글 이미지 역검색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
FTC는 몇 가지 기본 수칙만 지켜도 소셜미디어 사기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계정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의 투자나 송금 요청은 신뢰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구매 전에는 회사명과 함께 “scam”을 검색해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결제 시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암호화폐나 상품권,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경우는 사기 가능성이 높다. 정부 기관이 개인에게 직접 송금을 요구하는 일도 없다.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FTC(reportfraud.ftc.gov)와 금융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는 피해 복구뿐 아니라 추가 범죄 예방에도 활용된다.
소셜미디어 사기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지만, 구조는 단순하다. 빠른 수익, 특별한 관계, 긴급한 기회라는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면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크롤을 멈추는 몇 초가 피해를 막는다.
리빙트렌드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