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에 노동부 소송까지 … 남가주 한인 외식업계에 드리운 먹구름

남가주 한인 상권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때 긴 대기줄이 익숙했던 식당들이 문을 닫고, 일부 업체는 사업을 정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여기에 연방 노동부 소송까지 이어지면서 “요즘 캘리포니아에서 장사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부에나파크 더 소스몰(The Source OC)에서 푸드소스(Food Source), 한상(Hansang), 옥빙설 등을 운영해온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정리하는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어 연방 노동부는 이들 업체가 직원들에게 임금과 초과근무수당, 팁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노동부는 푸드소스와 한상, 옥빙설 등을 운영한 관련 업체와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부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여러 업체로 나눠 계산해 초과근무수당 지급을 피했고, 일부 직원에게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했으며, 고객이 남긴 팁도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피해 근로자로 적시한 직원은 모두 91명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인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이미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으며 최근 사업을 정리하는 파산 절차를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임대료 문제로 건물주와 법적 분쟁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를 두고 현지에서는 특정 업체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팬데믹 이후 소비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은 데다 임대료와 인건비, 식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외식업체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UCLA 라티노정책연구소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단속 이후 LA 지역 이민자 밀집 상권의 소비와 고용이 크게 위축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때 남가주 최대 쇼핑 명소였던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은 빈 점포가 늘어나며 활기를 잃었고, 보일하이츠와 맥아더팍 등에서도 식당과 소매업체들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캐롤튼에 거주하는 줄리아나 안씨는 지인 가족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남가주를 방문했는데 이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평소 점심시간이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유명 냉면집은 20여 분 만에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고, 항상 줄이 길게 이어지던 부에나파크와 LA 한인타운의 일부 인기 식당들도 비교적 쉽게 입장할 수 있었다.
식당 안 풍경도 예전과 달랐다. 한국인 손님보다 베트남계와 중국계 손님들이 더 많이 보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한인 상권을 찾는 고객층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LA의 한 교민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요즘은 버티는 것조차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파산과 노동부 소송만으로 남가주 한인경제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여전히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이어지는 파산과 법적 분쟁, UCLA 연구진이 지적한 소비 위축, 그리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상권의 변화는 남가주 한인 자영업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여전히 화려한 상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손님 한 명, 매출 몇 백 달러가 절실한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번 사안은 한 업체의 분쟁을 넘어, 변화하는 남가주 한인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으로 읽히고 있다.
유광진 기자 ⓒ K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