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스의 봄은 유난히 빨리 온다. 계절이 바뀌면 거리의 색감이 달라지듯, DK 파운데이션의 시계도 달라진다. 일정표는 다시 촘촘해지고, 전화와 이메일이 늘어나며, 회의가 잦아진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DK 파운데이션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026년, 재단이 커뮤니티와 함께 어떤 그림을 준비하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올해는 준비가 특히 이르다. 연간 사업 계획이 이미 구체적으로 설계되었고, 각 프로그램의 일정과 협력 단체들도 확정 단계에 들어섰다. 단발성 이벤트의 나열이 아니라, 한 해를 관통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어느덧 5년째를 맞은 DK 파운데이션의 활동은 이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연중 체계를 갖춘 공동체 사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거창한 구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늘 한인사회의 실제 필요에서 시작했다.
DK 파운데이션의 슬로건은 단순하다. “나누면 더 행복하다.”
이 문장은 감성적 수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축적된 결론이다. 이민사회는 제도보다 사람의 연결로 유지되어 왔다. 먼저 정착한 이민자가 뒤에 온 이민자에게 정보를 나누고, 교회와 단체가 위기의 순간을 함께 감당해 왔다. 한인사회의 성장 과정 자체가 상호부조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DK 파운데이션의 역할은 그 전통을 체계화하는 데 있다. 재단의 핵심 기능은 ‘연결’이다. 도움이 필요한 동포와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동포를 구조적으로 이어준다. 독거노인, 장애인 가정, 저소득 가정, 싱글맘 가정 등 다양한 사례가 접수된다. 재단은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지원 여부를 투명하게 결정한다. 단순한 현금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 프로그램이나 전문기관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나눔을 ‘사례’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일이다.
2026년 사업 역시 세 개의 축으로 설계됐다. 미래 세대 양성(The Raising), 돌봄(The Caring), 공동체 연결(The Sharing)이다.
3월 청소년 장학금을 시작으로 11월까지 장애인 장학금과 대학생 장학금이 연중 이어진다. 5월에는 효도잔치가 열리고, 9월에는 건강박람회가 예정돼 있다. 가을에는 초·중생 대상 ‘글쓰는 꿈나무’ 대회도 진행된다. 이 일정은 우연한 나열이 아니라,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세우기 위한 전략적 구성이다.
장학금 사업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다. 이는 커뮤니티가 다음 세대에게 보내는 신뢰의 표시다. “우리가 너를 보고 있고, 응원하고 있다”는 집단적 메시지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훗날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를 섬기고 다시 공동체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효도잔치는 상징성이 크다. 이민 1세대 어르신들의 헌신은 오늘의 기반이다. 감사와 존중을 구체적 행사로 표현하는 일은 공동체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지표다.
건강박람회 역시 단순 복지가 아니다. 지난해 약 300여 명의 동포가 건강검사와 검진 및 상담을 받았다. 올해는 진료 과목을 확대해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은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다.
커뮤니티를 위한 이런 모든 일들을 DK 파운데이션이 단독으로 완성할 수는 없다. 장학금에 도전하는 학생, 효도잔치에 참여하는 봉사자, 건강박람회에 헌신하는 의료인, 기부에 동참하는 동포들이 있어야 구조는 완성된다. 나눔은 재단이 기획할 수 있지만, 공동체가 참여할 때 비로소 실체를 갖는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정보 접근성이다. 도움이 필요함에도 신청 방법을 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본인이 직접 신청하지 못하더라도 가족, 지인, 교회, 단체를 통해 대신 접수할 수 있다. 나눔은 선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적극적인 안내와 연결이 동반되어야 한다.
재단의 활동이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커뮤니티 각계각층에서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자주 듣는다.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 DK 파운데이션은 DK 미디어그룹의 조직적 지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필자 역시 재단 이사이자 DK 미디어그룹 사장으로서 동포들의 피드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관심과 조언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
한편 재단의 활동을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알리는 이유에 대해서도 간혹 질문을 받는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좀 더 조용히 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오른손과 왼손은 두뇌로 연결되어 있으니, 눈을 감을지라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이런 표현을 한 것은 남에게 보이려고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하지 말라는 단호한 강조일 것이다. 핵심은 ‘알리지 마라’가 아닌, ‘과시하지 마라’인 것이다.
DK 파운데이션이 활동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많은 동포들이 ‘더 나눔’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나눔이 우리 커뮤니티가 마땅히 실천해야 할 책임이라는 인식을 넓히기 위함이다. 알림은 목적이 아니라 참여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지원 과정에서 신청서 작성과 증빙 제출이 번거롭다는 의견도 가끔 듣는다. 더 쉽고 빠르게 돕고 싶은 마음은 같다. 그러나 재단은 개인적 관계에 의존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제도적 나눔을 지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법적으로도 문제없이 운영되어야 한다. 모든 지원은 기록으로 남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검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장학생과 지원 대상자 선정 역시 전문가 자문위원의 심사를 거쳐 집행된다. 그래야 나눔이 일시적 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된다.
결국 2026년 DK파운데이션의 사업은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답은 멀리 있지 않다.
“나누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하는 공동체,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