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시사 예능은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줄인 ‘이만갑’ 이란 프로이다. 우연한 기회에 나는 이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보면 볼수록 채널을 고정시키는 매력이 있어 계속 보게 되었다. 탈북자들의 생생한 탈출담과 출연하는 탈북 패널들이 증언하는 우리가 몰랐던 북한의 실상들, 그리고 남남북녀 란 말을 증명하듯이 뛰어난 미모를 지닌 탈북미녀들의 출연이 철의 장막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흥미를 자아내는 것이다.
지구상에 몇 안돼는 족벌체재 독재국가인 북한의 삶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무릎쓰고 탈출한 이들은 사연도, 탈출 방법도 참 각양각색인데, 그들이 증언하는 한 가지 공통점은 북한은 일단 생존에 필요한 기본 시스템이 거의 붕괴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1990년대 초중반 <고난의 행군> 때부터 식량 배급제가 완전히 마비되면서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어 죽는 현대판 고려장사태가 벌어졌다. 거리에는 일명 콩 한톨도 없는 집을 뛰쳐나온 꽃제비들이 구걸이나 소매치기로 목숨을 연명을 하고, 전기, 수도도 없는 집 차디찬 방엔 앙상한 뼈만 남은 노인들이 죽을날 만 기다리고 있으며, 주식인 옥수수가루조차 마음껏 먹지 못했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없다. 하여 남의 감자밭, 옥수수밭 서리는 예사이고, 일제 강점기처럼 산에 가서 풀뿌리를 캐먹고 살았다니, 동시대에 남과 북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다. 그 이후 북한 주민 대다수는 북한정권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각자 밀수나 뇌물, 장마당을 통해 ‘각자도생’을 하며 살고 있다고 전한다.
언젠가 문예지에 실린 탈북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주인공이 함경도에서 말린 버섯을 10상자 싣고 평양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일정이 나오는데, 거치는 역마다 역원이나 군인들이 시비를 걸고, 뇌물을 요구해서 나중에 종착지에 도착했을 때는 버섯이 겨우 5상자 정도도 안 남았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북한의 실상을 가감없이 보여준 소설인데, 당시만 해도 나는 작가의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소설이라 여겼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북한에서 뇌물로 모든 일이 성사된다니, 사회 기반이 무너졌다는 확실한 신호이며, 참으로 사회주의에 대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탈북민 게스트들의 직업 또한 다양하다. 장마당 꽃제비부터 군인, 간호사, 외교관까지 거의 모든 직업을 망라하는데, 한 가지 공통점은 탈북계기의 시초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몰래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장마당에서 비밀리에 거래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써보고, 한국을 동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철의 장막인 북에서 아무리 틀어막아도 고고한 시대적 흐름은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중국을 보며, 막연히 북한이 더 이상 지상낙원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는데, 중국이 한국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탈북을 시도하다 가족이 흩어지는 것은 예사이고, 중국에 막상 도착해도 머물 곳이 없는 경우, 중국 시골에 인신매매로 팔려가거나. 최악의 경우 북송되어 죽음의 교화소로 끌려가는데, 이 경우가 탈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케이스이다. 오죽하면 이를 대비해 자살용 쥐약이나 면도칼을 안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탈북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한 번뿐인 생을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이다. 특히 북한이나 중국에서 ‘이만갑’ 프로를 본 북한 주민들은 탈북자들을 위한 한국정부의 배려와 환대에 깊은 감명을 받고, 의심을 버리고 탈출을 시도한다고 했다. 한국에 도착해서 제일 인상깊은 점도, 국정원 직원들의 친절함과, 명절같은 밥상, 하루를 일해도 수고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점, 시간제가 아닌 전기, 수돗물 공급, 원하면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점등 어찌 보면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그들에겐 천국의 열쇠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이동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보면 미국으로 이민을 온 우리 역시 비슷하다. 지금은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당시의 모습은 그러지 못했다.
이제 탈북민 3만5천명이 넘는 시대가 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남북이 갈라진지도 75년이 넘었다. 그사이 같은 민족이지만 언어를 비롯한 문화나 사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사랑으로 보듬어 나간다면 문제없이 극복할 것이다. 탈북민들은 남한의 자유와 풍요를, 남한사람들은 그들의 용기와 투지를 배울 수 있다. 몇몇 탈북미녀들은 벌써 개인 유튜브를 개설해서 자본주의 맛을 한창 보고있다. 정말 북한말로 맵짠 그녀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