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려면 보관 온도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트 매대에 상온으로 진열돼 있다고 해서 집에서도 그렇게 두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식품에 따라 실온 보관 시 지방 산화나 세균 증식 속도가 빨라져 맛과 안전성이 함께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름철 무더위와 높은 습도가 이어지는 텍사스 지역에서는 이런 변질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 보관법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상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지방이 산화되거나 미생물이 서서히 번식하는 식품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칫 식중독이나 소화기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의외의 냉장 보관 식품’을 살펴본다.
■ 개봉한 오일과 견과류

천연 땅콩버터나 견과류 버터는 견과류와 오일, 소금 외에 별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방부제나 안정제가 거의 없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기름층이 분리되고 산패가 진행되기 쉬운데, 산패된 지방은 특유의 냄새와 맛 변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장기간 섭취 시 소화 불편을 유발할 수 있다.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해야 3~6개월 동안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호두유, 참기름처럼 견과류나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도 마찬가지다.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상온에서는 산패가 빠르게 진행되며, 냉장 보관 시 참기름은 4~6개월 정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아마씨유는 산화에 특히 취약해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하더라도 한 달 안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올리브유 역시 냉장 보관하면 보관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 등 견과류 자체도 지방 함량이 높아 오래 두면 산패하기 쉽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이나 냉동 보관하면 산화 속도를 늦출 수 있어,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특히 권장된다. 산패한 지방은 맛이 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체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으로 바뀔 수 있어, 개봉한 오일류나 견과류는 되도록 소량씩 구매해 빠르게 소비하는 습관도 함께 챙기는 편이 좋다.
■ 신선식품의 보관 온도

사과는 냉장고 채소칸에 두면 일반적으로 4~6주 정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그래니 스미스나 후지처럼 껍질이 단단한 품종은 길게는 2~3개월까지도 아삭한 식감을 지킬 수 있다. 비닐봉지에 작은 구멍을 몇 개 뚫어 보관하면 적절한 습도가 유지돼 식감이 더 오래간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생강은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4~6주가량 신선하게 유지되며, 살짝 젖은 키친타월을 함께 넣으면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
아보카도는 덜 익었을 때는 상온에서 숙성시키는 것이 좋지만, 충분히 익은 뒤에는 냉장 보관해 숙성 속도를 늦추는 편이 낫다. 잘라 놓은 아보카도는 씨를 남겨두고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뿌리면 갈변을 늦출 수 있다. 자른 단면이 공기와 오래 접촉하면 갈변뿐 아니라 표면에서 세균이 증식하기 쉬워지므로, 자른 뒤에는 되도록 빨리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 것이 안전하다. 건자두, 대추야자, 살구, 건포도 등 건과일은 상온에서도 오래 보관되지만, 냉장 보관하면 식감과 풍미가 더 오래 유지되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벌레가 생길 위험도 줄어든다. 특히 여름철에는 실온에 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곰팡이 포자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어, 개봉한 건과일과 견과류는 냉장고나 서늘한 팬트리에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 개봉 후 세균 증식을 막아야 할 식품

케첩은 산도가 높아 상온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냉장 보관하면 색과 풍미, 질감을 6개월가량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냉장 진열대에서 판매된 생(生) 또르티야는 개봉 후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며, 상온 판매 제품이라도 냉장 보관하면 유통기한을 조금 더 늘릴 수 있다. 밀폐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말라 식감이 떨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개봉한 레드와인도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된다. 마개를 닫아 냉장 보관하면 산화 속도를 늦춰 3~5일 정도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꽃다발 역시 밤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면 호흡과 세균 증식이 느려져 시드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개봉 후 상온에 오래 두는 습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할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다. 특히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병뚜껑이나 지퍼백 입구에 남은 수분이 미생물 번식을 돕는 환경이 되기 쉬우므로, 개봉 후에는 용기를 완전히 밀폐해 냉장고에 넣는 습관이 중요하다.
■ 냉장 보관 시 함께 챙길 습관

식품을 냉장고에 넣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온도 관리다. 냉장고 내부 온도는 섭씨 4도 이하로 유지해야 세균 증식 속도를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으며, 문을 자주 여닫는 여름철에는 온도가 쉽게 올라갈 수 있어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개봉한 식품은 원래 용기보다 밀폐력이 좋은 용기에 옮겨 담으면 냄새 배임과 수분 손실을 함께 줄일 수 있다. 또한 유통기한이나 개봉 날짜를 용기에 적어두면 오래된 식품을 먼저 소비하는 데 도움이 되며, 냉장고 안쪽보다 온도 변화가 큰 문 쪽 선반은 되도록 상하기 쉬운 식품보다 조미료류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냉장 보관이 모든 식품에 정답은 아니지만, 지방 함량이 높거나 산화에 취약한 식품, 개봉 후 미생물 증식 우려가 있는 식품이라면 냉장고 보관이 품질과 안전성을 지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장을 본 뒤 습관적으로 찬장에 넣던 식품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보관 위치를 한 번쯤 재점검해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