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고매장이 힘들어하는 기부 실수 … “내가 살 상태인지 자문해보라”
중고매장과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Thrift Store’들은 지역사회 기부에 의존해 돌아간다. 의류와 가구,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저렴하게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구호활동과 복지사업을 이어간다.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기부자들의 선의를 고맙게 여기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 기부도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상태확인 없이 가져온 물건 가운데 상당수가 진열대에 오르지 못하고 곧바로 폐기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인력과 처리비용이 발생해 운영부담으로 이어진다.
중남부 지역에서 6개의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더럼 레스큐 미션’의 어니 C. 밀스 주니어 개발담당 부사장은 “기부문화에도 기본적인 점검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부 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해당 매장이 어떤 물품을 받는지 가이드라인을 확인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물건의 현재상태 그대로라면 본인이 직접 돈을 주고 살 의향이 있는지를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돈내산’, 즉 내 돈 내고 내가 살 의향이 있는지, 자신이 기부할 물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라는 의미다. 이런 간단한 점검만으로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당수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밀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 오염·파손물품 대부분 버려져
중고매장에서 가장 곤란해하는 기부유형은 심하게 오염됐거나 파손된 물품이다. 기부자는 “그래도 누군가는 쓰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판매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구의 경우 반려동물 털이 많이 붙어 있거나 냄새가 배어 있는 소파, 천이 찢어지거나 닳은 의자, 구조가 흔들리는 탁자는 진열이 어렵다. 침대 프레임이나 책장처럼 조립가구도 필수나사와 연결부속이 빠져 있으면 상품가치가 없다.
다리가 하나 없는 의자, 서랍이 빠진 서랍장처럼 기능이 완전하지 않은 물건도 거의 모두 폐기된다. 중고매장은 수리인력과 장비가 충분하지 않아, 바로 판매 가능한 상태의 물품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의류도 예외가 아니다.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거나 찢어지고 구멍 난 옷, 고약한 냄새가 베어서 사라지지 않는 옷, 단추가 떨어지고 지퍼가 고장 난 옷은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런 옷까지 기부상자에 섞여 들어오면 직원들이 일일이 분류해 버려야 한다. 현장 관계자들은 기부 전 세탁과 상태점검만 해도 실제 판매비율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한다.
▶ 날씨와 시간 무시한 반입
기부물품 운반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 가구와 매트리스를 아무런 덮개 없이 트럭에 싣고 오는 사례가 반복된다. 이렇게 젖은 물품은 곰팡이와 악취가 빠르게 생기고, 목재와 천 소재가 손상돼 상품성을 잃는다.
물에 젖은 소파와 의자, 침구류는 위생문제 때문에 판매할 수 없다. 직원들이 이를 세척하고 건조할 설비와 시간도 부족하다. 결국 상당수가 폐기된다. 기부자의 선의가 결과적으로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바뀌는 셈이다.
영업시간 외에 매장 앞에 물건을 내려놓고 가는 행동도 대표적인 문제사례다. 일부 기부자는 편의를 위해 문 닫은 뒤 물건만 두고 가지만, 이런 물품은 도난과 파손위험이 크다. 밤사이 비를 맞거나 훼손되기도 한다. 다음 날 직원들은 정상업무에 더해 외부적치 물품부터 정리해야 한다.
또 많은 중고매장이 기부 접수시간을 따로 운영한다는 점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점은 상설매장보다 컨테이너처럼 간이 기부처를 운영하는 경우에 많이 해당되는데, 인력문제로 하루 종일 접수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접수가 가능한 시간과 요일을 확인하지 않고 방문하면 기부가 거절될 수 있다.
▶ 리콜제품 및 위험물품
중고매장이 구조적으로 받을 수 없는 품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아용 장비와 일부 어린이용 제품이다. 유아용 의자, 침대, 기저귀 교환대, 카시트, 유모차, 보행기, 놀이 울타리 등은 안전리콜이 자주 발생한다.
리콜제품은 법적으로 재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중고매장이 모든 제품의 리콜여부와 사고이력을 일일이 조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카시트는 외관이 멀쩡해 보여도 과거 충돌사고 이력이 있으면 안전하지 않다.
이런 제품을 판매했다가 사고가 나면 단체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매장이 관련 품목을 원칙적으로 받지 않는 것이다.
이 밖에도 페인트와 화학약품, 각종 배터리 같은 위험물질은 보관과 처리 자체가 부담이다. 가스 사용 기기, 오래된 배선이 연결된 조명기구, 일부 조리설비도 화재위험 때문에 거절된다. 매장 보험조건이 이런 물품의 수령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예외도 있다. 일부 비영리 단체는 의료 보조기구나 건축자재, 특정 생활설비를 전문적으로 받는다. 따라서 기부자는 단체별 허용품목을 사전에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 좋은 기부는 준비에서 시작
전문가들에 따르면, 좋은 기부는 ‘정리와 확인’에서 시작된다. 먼저 기부하려는 매장의 허용품목 목록을 확인하고, 해당되는 물건만 선별해야 한다. 확실하지 않을 경우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기부물품은 가능한 한 깨끗하게 세탁하거나 닦은 뒤 가져가야 한다. 고장나거나 빠진 부품이 있는 물건은 제외해야 한다. 장난감과 퍼즐은 구성품이 모두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유아용품은 리콜여부와 사용가능 기준을 점검해야 한다.
운반할 때는 방수덮개나 비닐로 단단히 감싸 젖지 않도록 해야 하고, 도착 후 바로 실내로 옮길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을수록 기부물품은 실제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밀스 부사장은 “기부는 마음만이 아니라 상태도 함께 전달되는 것”이라며 “조금만 더 점검하면 같은 물건도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한 자원이 된다”고 말했다. 선의가 온전히 가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기부문화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